김경자의 探스러운 소비
늘어나는 캠핑족과 감성캠핑
소풍보단 휴식·힐링에 중점

모닥불 앞에 모여 왁자지껄 술잔을 기울이는 소풍 같던 캠핑은 조금씩 사라지고, 조용히 불멍하며 힐링하는 캠핑이 트렌드가 됐다. 그런 힐링을 위해선 적잖은 것들이 필요하다. 따뜻한 텐트와 감성을 키워줄 각종 용품이 있어야 힐링다운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감성으로 무장한 캠핑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식이 주 목적인 캠핑을 위해 카라반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휴식이 주 목적인 캠핑을 위해 카라반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멍, 힐링, 휴식, 감성, 자연…. 포털에서 캠핑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나오는 연관검색어들이다.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며 이를 통해 힐링을 얻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캠핑 관련 검색어는 올여름부터 급속하게 증가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야외활동에 제약이 사라진 덕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실내에만 꽁꽁 갇혀 있었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2022년 가을 수많은 캠핑족을 만들어냈다. 

캠핑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불을 넘으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소비활동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본 먹거리와 안전 욕구를 해결하고, 필요한 가전제품과 자동차까지 장만하고 나면 문화와 여가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3591달러(국제통화기금 2022년 전망치)다. 우리도 캠핑을 비롯한 여행, 공연 등의 서비스 경험소비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는 거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받는 동안 외진 산속이나 전원의 오지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집을 떠나 집처럼 꾸민 트럭을 타고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연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야 했으니 이제 직접 캠퍼(camper)가 돼 경험을 해보고 싶을 거다.

부쩍 늘어난 캠핑족만큼이나 캠핑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의 캠핑 모습을 떠올려보자. 한마디로 ‘소풍’이었다. 가족 또는 친구 여럿이 모여 숲속이나 바닷가 캠핑사이트에서 텐트를 치고 놀다가 때가 되면 바비큐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거나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최근 캠핑은 어떤가. 소풍보단 휴식에 중점을 둔다. 구성원도 줄었다. 가족 또는 연인 단위가 대부분이다. 캠핑을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대개는 텐트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캠핑장이 숲 근처에 있다면 고즈넉한 오솔길을 찬찬히 걷기도 한다. 저녁에도 시끄러운 캠프파이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조용하게 타는 장작불을 바라보는 소위 ‘불멍’이 대세다. 그러다 매너타임이 되면 잠자리에 든다.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캠핑 살림살이가 매우 호화스러웠다는 거다. 요즘 캠핑은 휴식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텐트 환경이 예전보다 중요해졌다. 잠만 자면 그만인 소형텐트보다는 냉난방을 해결할 수 있는 럭셔리한 텐트나 카라반에서 캠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료 와이파이는 기본이고, 넷플릭스를 방영해주는 곳도 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캠핑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텐트와 부속시설, 매트와 침구류, 탁자와 의자, LED 조명과 벌레 퇴치도구는 물론이고 캠핑용 그릴과 버너, 밀키트, 냉난방도구, 연료나 배터리, 조리도구와 용기, 수납행거, 캠핑용 놀이도구까지 없는 게 없다. 하나둘 사 모으다 보면 어느새 집안 대부분의 것들이 캠핑용품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게 된다.

애초에 캠핑용품은 야외활동에 맞게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졌다. 요즘엔 거기에 ‘감성’을 추가하는 게 중요해졌다. 소비자들은 캠핑용 랜턴이나 버너, 야외용 컵, 바비큐용 집게 하나에 이르기까지 레트로한 감성이 가득 담긴 디자인에 열광하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풀세팅하는 추세다. 그 영향일까. 지난해 가구당 캠핑 1회 시 지출액은 46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했다(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캠핑산업이 발전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트렌드가 있는데 바로 ‘홈캠핑’이다. 홈캠핑은 말 그대로 집에서 캠핑을 즐기는 거다.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집에서 캠핑 기분을 내며 즐긴다. 필자의 친구 한명도 가끔 사무실에 캠핑용 랜턴과 실내용 불멍 난로를 켜놓고 상상캠핑을 하곤 한다.

베란다 공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그곳에 텐트를 치고, 연기가 나지 않는 실내용 숯불바비큐 도구로 고기를 굽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캠핑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홈캠핑에 최적화된 다양한 캠핑용 도구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으니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캠핑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셈이다.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집에서 캠핑 기분을 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집에서 캠핑 기분을 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가끔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비싼 돈 주고 마련한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왜 굳이 좁은 베란다에 그보다 더 좁은 텐트를 치려는 걸까. 편안하고 안락한 넓은 침대를 놔두고 왜 불편한 텐트 안에서 자려는 이유는 뭘까. 터치 한번으로 인덕션을 켜기만 하면 쉽게 고기를 구울 수 있는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숯불을 피우는 건 왜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필요한 건 숯불향이 나는 고기가 아니라 캠핑 감성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을 찾는 홈캠핑족의 마음이 절로 이해가 된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
kimkj@catholic.ac.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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