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망각의 오류➌

# 한국의 자영업자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역에 협조한 대가는 폐업 위기와 원리금 체납, 소송과 압류, 독촉장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숫자가 자영업자의 생계를 쥐고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 자영업계는 손님을 덜 받으라면 덜 받고, 문을 닫으라면 닫았을 때만 해도 온전한 보상이 주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차례의 현금 보상에 그쳤습니다. 법률에 근거해 보상받을 길을 내준 손실보상법은 ‘반쪽짜리’에 그쳤습니다. 이 법이 공포한 이후의 손실만 계산해서 보상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 방역방침을 따르다 입은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전해주자는 취지의 법이라면 이미 발생한 피해도 보상하는 게 마땅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끝내 소급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럿이었습니다. 나라 곳간이 바닥을 보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데이터가 없고 산정 방식이 복잡하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미 현금으로 충분히 보상했다고도 했습니다.

# 지난 3월, 나라의 새 리더를 뽑는 중요한 선거 이벤트에도 소급적용 문제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거대 양당의 두 유력 후보는 모두 소급적용의 법제화를 약속했습니다. 한명은 대통령이 됐고 다른 한명은 거대 야당의 대표에 올랐지만,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는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들이 자영업자를 향해 날린 달콤한 약속은 체면치레와 책임 회피에 불과했습니다.

# 온전한 손실을 외면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이들의 위기를 해소할 다음 해법이 없다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팬데믹’이 언제 어디서 몰려올지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닙니다. 수많은 변이 바이러스는 언제든 세상을 공격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도통 아물지 않은 자영업자의 상처를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위기가 짓누르면서 더 욱신거리는 지금, 말에 그쳐서도, 지체해서도 안 됐던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를 다시 곱씹어봤습니다. 자영업자 망각의 오류 ‘사라진 보상’ 편입니다.


글=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영상=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영상제작소 비디오B PD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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