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차 대유행 가능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지난 10월 1일 소상공연합회 등 단체는 ‘빚더미 대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명명한 도봉구 청년 자영업자 추모제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도봉구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자영업자를 추모하면서 대통령이 공약한 손실보전금을 약속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사진=뉴시스]
지난 10월 1일 소상공연합회 등 단체는 ‘빚더미 대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명명한 도봉구 청년 자영업자 추모제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도봉구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자영업자를 추모하면서 대통령이 공약한 손실보전금을 약속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사진=뉴시스]

# 망각과 왜곡

사라진, 그래서 잊힌 기억의 초상肖像. 그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독일 철학자 니체는 자신의 저서 「도덕의 계보」에서 망각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제어 장치’라고 표현했다. “… 망각이 없다면 행복도, 희망도, 현재도 있을 수 없다….” 인간이 활력을 유지하는 건 망각이란 메커니즘이 ‘나쁜 기억’을 제어했기 때문이란 거다.

하지만 망각은 때론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한다. 희미해진 옛 기억이 현재와 오버랩될 때 그런 현상을 빚는다. 이런 오류는 2022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기억의 오류 

처음엔 이름조차 없던 몹쓸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계절독감(0.05~0.10%)보다 훨씬 높은 5.8%(WHO·2020년 3월 기준)였다. 전파력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한번 걸리면 어찌 될지 몰랐다. 수순 밟듯 공포가 확산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2년, 코로나19란 이름을 얻은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1.0% (10월 24일 기준)로 떨어졌다. 전파력은 세졌지만, 인간의 내성도 그만큼 강해졌다. 다시 수순 밟듯 공포가 꺾이자 시대의 풍경이 달라졌다. 2년 넘게 세상을 옥죄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자리에선 때늦은 봄이 움텄다.

인간은 달라진 환경에 금세 적응했고, 조금씩 ‘봉쇄의 기억’을 잊어갔다. 마스크를 벗고 세상과 마주한 몇몇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봉쇄 정책은 과했다”면서 무용론을 제기했다. “지금 정부처럼 과감하게 봉쇄책을 해제했다면 자영업자가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것”이란 불평도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타당한 주장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높았을 땐 봉쇄가 상책이었다. 그 위세가 한풀 꺾인 지금은 해제가 순리다. 모든 정책은 앞과 뒤가 연결돼 있고, 단계가 있는 법이다. 이를 간과한 채, 옛 기억을 현재로 치환해 ‘그때 그 정책은 틀렸어’라고 비난하는 건 망각의 오류일 뿐이다.

# 바이러스, 관점의 이동 

자! 이쯤에서 관점을 자영업자로 돌려보자. 우린 지금 ‘바이러스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낯선 바이러스가 출몰해 일상을 위협할지 모른다[커버 파트➊ 참조]. 헛된 과장이 아니다. 미국 조지타운대 글로벌보건안보센터 연구팀은 지난 4월 새 바이러스를 다룬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2070년까지 인간(종)과 동물(종) 사이에서 최소 1만5000건의 바이러스가 전파될 것이다.” 우리가 자영업자 이야기를 다시 화두에 올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서운 바이러스가 종간種間에 전이되면 어떤 성향의 정부든 ‘봉쇄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영업자의 손발이 묶일 게 분명해서다.

11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Q.1과 BQ.1.1이 7차 대유행을 주도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11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Q.1과 BQ.1.1이 7차 대유행을 주도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이를 두고 누군가는 “또 자영업자 이야기인가”라면서 힐난할 것이다. 두가지 근거를 들이대면서다. “첫째, 자영업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보상금을 받을 만큼 받지 않았는가. 둘째,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정부가 책정한 범위 안에서 보상하면 그만이다.” 전례가 있으니 따르면 그만이란 거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 주장은 틀렸다. 무엇보다 손실보상을 제대로 받은 자영업자는 제한적이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일명 ‘손실보상법’의 소급 적용 논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가 터진 지 1년 반이나 흐른 2021년 7월에야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할 법을 개정했는데, 뜻밖에도 그 이후를 ‘보상 시점’으로 잡았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의 피해가 극심했던 2020년 2월~2021년 6월의 손실은 ‘보상 범위’에서 빠져버렸다[커버 파트❷❸ 참조]. 

# 변이와 골든타임

‘망각의 오류’에서 벗어나 자영업계의 초상화를 다시 그려야 할 이유는 숱하다. 지금 손실보상책은 빈틈이 너무 많다. 제2·제3의 코로나가 터지면 다시 ‘통제선’에 갇힐 자영업자를 위해 공정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하는 건 정부의 책무다. 

공교롭게도 11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Q.1과 BQ.1.1이 7차 대유행을 주도할 거란 소식이 전해진다. 다시 공포가 몰려오는 지금이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더 늦으면 모든 게 잊힌다. 그 또한 오류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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