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➑
김태석 ㈜아벨테크 대표
홈 뷰티 시장에 도전장 내밀어

잘나가던 회사는 대기업이 눈독을 들여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게 싫어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잘나가다가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다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이제 심판대에 오르기 직전이다. 번번이 위기를 만났고, 그때마다 새로운 길을 찾아 위기를 이겨냈지만 늘 긴장된다는 김태석(59) ㈜아벨테크 대표를 만나 곡절 많은 도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석 ㈜아벨테크 대표가 홈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천막사진관]
김태석 ㈜아벨테크 대표가 홈 뷰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천막사진관]

✚ 회사 이름만 들었을 땐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아벨테크는 어떤 회사인가요?
“피부미용기기를 개발하고 만드는 회사입니다. 아벨테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이라는 뜻이죠. 피부관리숍용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가정용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2014년에 창업해 벌써 8년차네요.”

✚ 피부미용기기 중에서도 어떤 걸 만드시나요?
“집속초음파(DPL)를 이용한 리프팅 기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집속초음파는 고강도의 초음파 에너지를 한곳에 쏘아 그 초점에서 발생하는 섭씨 65~100도의 고열을 이용해 피부 아래 조직을 태우는 기술이다. 피부의 탄력을 살려 주름 개선과 리프팅에 효과가 있다.

✚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뇨. 그전에는 뿌리 산업에서 일했어요. 모터 앞에서 분진을 마시면서 일했죠. 하지만 성공할 만하면 힘 있는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더라고요. 돈 냄새를 맡는 거죠. 그 앞에서 작은 기업이 무슨 도리가 있겠어요. 맞서보지도 못하고 물러서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몇번의 아픔을 겪고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영역’의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피부미용기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도 슬슬 대기업들이 발을 들이고 있네요(웃음).”

✚ 피부관리숍에 납품하는 제품을 먼저 만드셨나 봅니다.
“처음 만든 건 자동 약물 주입 기기였어요. 보톡스나 필러 같은 거 주입할 때 원하는 깊이에 일정한 양을 주사하기 힘드니까 기계로 주입하는 거죠. 독자적인 기술은 아니었고, 선진 기술을 참고해 만든 기기였죠. 그다음에 만든 게 집속초음파 리프팅 기기입니다. 전국적으로 1300대가량 팔았어요.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까진 꽤 괜찮았습니다.”

✚ 코로나19로 방역이 강화하면서 피부관리숍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벨테크에도 영향이 있었을 듯합니다.
“코로나19 전까지 회사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사업이 90%, 해외 수출이 10%였어요. 해외 수출도 타격을 입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가 강화하면서 국내 사업은 사실상 제로가 됐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겁니다.”

✚ 대신 집에서 피부관리를 하는 ‘홈 뷰티(Home beauty)’ 시장은 꽤 성장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홈 뷰티 시장을 겨냥해 ‘프리티아(PLITIA)’라는 가정용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 프리티아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나요?
“프리티아의 가장 큰 경쟁력은 3(트리플)레이어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 3레이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가정용 초음파 리프팅 제품들은 2레이어 조사照射(광선이나 방사선을 쬠) 방식입니다. 피부 2개 층에 초음파를 시술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저희 제품은 1개 층에 더 시술하는 거죠.”

✚ 3레이어로 하면 뭐가 다른가요?
“‘울쎄라’라는 하이푸(HIFU) 리프팅(집속초음파)의 원조 격인 의료기기가 있습니다. 울쎄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피부 속 1.5㎜, 3.0㎜, 4.5㎜ 깊이에 초음파를 시술했을 때 리프팅에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경쟁사인 A업체는 그중 3.0㎜, 4.5㎜ 깊이에 시술할 수 있는 기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1.5㎜는 별도의 카트리지로 제공하고 있고요. 1.5㎜까지 한번에 구현하지 못해서죠. 반면 프리티아는 하나의 카트리지에서 세 가지를 다 구현하고 있습니다. 업계 최초죠. 그것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 말씀을 듣다 보니 가격이 만만찮을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고가입니다. 고가의 제품임에도 집속초음파를 매일 사용하면 피부에 화상을 입을 수 있어서 일주일에 한두번 사용하는 걸 권장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죠.”

✚ 그렇네요. 수백만원 들여서 샀는데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 쓴다니요.
“그래서 저희는 기능을 늘렸습니다.”

✚ 집속초음파 기능 외에 다른 기능도 넣었다는 얘긴가요?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게 멀티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카트리지를 빼면 RF리프팅 기기로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매일 사용할 수 있죠. LED테라피 기능도 넣었고요. Cryo(냉각) 등의 기능도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입니다. 정리하면, ‘3레이어’ ‘복합 기능’이 프리티아의 가장 큰 경쟁력인 셈입니다.”

✚ 타깃층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주요 타깃층은 누구인가요?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30대부터 피부미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병원에서 주로 시술 또는 관리를 받고요. 30대는 셀프 케어를 많이 하더라고요. 집에서 셀프로 피부관리를 하는 30대 여성이 주요 타깃입니다.”

✚ 프리티아는 아직 출시 전인가요?
“이제 막 개발을 끝내 시제품이 나왔고, 내년 4월에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 봄바람이 불면 피부미용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죠.
“맞습니다. 미용기기는 사실상 봄 시즌이 그해 장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름 휴가철을 위해 봄부터 신경 쓰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내년 봄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 잘 팔릴 거란 확신이 있으신가요?
“제품 하난 자신 있습니다. 다 온 것 같은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문제죠.”

✚ 뭘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마케팅이요. 비싼 돈 쏟아부어 제품을 개발했는데, 어떻게 이걸 알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데다 아직 판매실적도 없으니까 선뜻 누가 믿고 사려고 하겠어요.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엔 B2C를 염두에 뒀는데 결국 포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해보니까 저한테 B2C 할 역량은 없는 거 같더라고요.”

✚ 그래도 피부관리숍 전용 제품은 잘됐다고 하셨잖아요.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닌가요?
“겸손이 아니라 영역이 아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B2B로 전략을 바꿨어요. 다른 브랜드 옷을 입고 나가도 괜찮고요.”

✚ OEM 말씀이신가요? 
“네, 그런 셈이죠.”

✚ ‘내 브랜드’를 갖고 싶어서 창업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아요. 그랬죠. 하지만 이렇게 다 개발해놓고도 자금력 때문에 제품을 사장시킬 순 없잖아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협업을 제안하는 업체들이 있어서 현재 고민 중입니다.”

✚ 여기저기 두드려보진 않으셨나요? 투자를 받거나, 정부 과제를 수행할 수도 있고요.
“투자를 유치해보고 싶은데, 7년 차가 넘어서니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요. 대부분 창업 3년 미만 기업에만 관심을 보이죠. 답답하지만 길이 아주 없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저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과 노후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인데, 그 목표 지킬 수 있겠죠?”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