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전➐
변상범 명신전기 대표
리액터만 바꿔도 전기 효율↑
2023년부터 본격 양산 돌입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업은 어떻게든 제조원가를 줄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부품 한개를 빼고, 공정 하나를 줄인다. 하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변상범(41) 명신전기 대표는 그런 위험과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가시밭길이지만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변상범 명신전기 대표는 크기와 무게를 줄인 고효율 리액터를 만든다.[사진=천막사진관]
변상범 명신전기 대표는 크기와 무게를 줄인 고효율 리액터를 만든다.[사진=천막사진관]

✚ 명신전기는 어떤 회사인가요?
“인버터용 리액터(reactor)를 전문으로 개발하고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리액터 업계에서 이름난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9년 4월 명신전기를 창업했습니다. 벌써 3년차네요”

✚ 리액터는 주로 어디 쓰이나요?
“리액터는 일종의 공기청정기, 정수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정수기는 물을 깨끗하게 하잖아요. 리액터는 전기 품질을 높이는 겁니다.”

✚ 전기의 품질을 높인다고요?
“그렇습니다. 공기청정기가 없으면 미세먼지 같은 걸 마시게 되잖아요. 당장 생명엔 지장에 없더라고 몸속에 쌓이면 언젠가 탈이 나겠죠.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액터가 없다고 장비가 금방 망가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대미지가 계속 쌓이죠. 제품 수명이 20년인 제품을 만들었는데 리액터가 없으면 5년, 10년 만에 수명이 끝납니다. 리액터를 통해 전기의 노이즈를 제거하면 제품 수명이 길어지고, 효율도 높아집니다. 리액터는 우리가 쓰는 모든 전자제품에 다 들어가 있어요. 크기만 다를 뿐입니다.”

✚ 전문 분야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련 경험을 갖고 있을 듯합니다. 
“효성, KACO(현 OCI power), LG를 비롯한 대기업은 물론 유럽의 샤프너, 일본의 미쓰비시 등 글로벌기업과도 협업해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엔 ESS 화재의 원인 중 하나인 과전류를 방지하는 제품을 고안하기도 했죠. 변압기 리액터 설계로 시작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기술 영업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게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계속 제품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창업해서 직접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회사에선 어떻게든 원가 부담을 줄이려고 합니다. 업체 간 경쟁도 있으니까 1원이라도 저렴하게 제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죠. 그러다보면 10개 들어가야 할 부품을 7개로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옵니다.”

✚ 그래서 창업을 선택하셨나요? 
“엔지니어 마인드 때문인지 그건 용납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고가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회사 측에) 제안했는데, 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는 생각에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죠.” 

✚ 그래도 업계 경험이 있으니까 창업 후 시행착오는 많이 줄일 수 있었겠네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만,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

✚ 무슨 일이 있었나요?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으니까 창업 후 6개월이면 승부가 날 줄 알았습니다. 기술력이 있는 데다 설계 능력은 대기업들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창업하니까 ‘창업하면 도와줄게요’라고 하시던 분들이 약속이나 한 듯 외면하더라고요.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 냉혹한 현실을 바로 깨달으셨군요.
“2019년 4월에 창업해서 거의 1년 동안은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서 어디 갈 데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죠.”

✚ 앞이 깜깜하셨겠네요.
“영업을 위해선 기술미팅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 상황에선 아무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할 수 있는 걸 더 해보자’ 마음먹었죠. 특허출원에 중점을 두고 셀프 특허, 셀프 실용신안을 10건 넘게 신청했습니다. 정부 과제를 하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 담금질의 시간이었군요. 그렇게 만든 제품은 만족스러우셨나요?
“창업하기 전에 리액터 제조회사 2곳을 다녔는데, 두 회사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잘 접목해 고효율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기존의 리액터는 직사각형 형태입니다. 저는 그걸 삼각형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 삼각형으로 만들면 뭐가 다른가요?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삼각형 형태여서 직사각형보다 전류를 균일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고효율 제품이라고 하셨는데,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나요?
“0.2% 끌어올립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리액터만 바꿔도 효율이 올라가죠. 수소발전 시스템, 풍력, 태양광, ESS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0.2%라고 하면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토익 500점 맞던 사람이 20점 오른 것과 950점 맞던 사람이 970점 맞은 건 엄연히 다르잖아요. 후자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전기 좀 아는 사람들은 0.2% 효율이 높아진다는 걸 무척 놀라워합니다.”

✚ 0.2%는 어떻게 높이셨나요?
“전력 소비에 따라 인덕턴스(전류가 반응하는 정도·Inductance)가 변하는 재료를 발견해 이를 적용한 리액터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트럭이 500㎏의 짐을 싣고 언덕을 올라갈 때는 속도보단 힘이 좋아야 합니다. 반면 고속도로를 달릴 땐 힘보다는 속도가 중요하고요. 기존 제품들은 힘 또는 속도가 변하지 않는 일정한 제품이었습니다. 명신전기는 힘과 속도를 상황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효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명신전기의 리액터는 산업용으로 쓰이나요?
“그렇습니다.”

✚ 산업용이라고 해도 홍보마케팅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깃 설정도 중요하고요.
“기존의 저렴한 제품이 아닌 고가의 고효율 제품이기 때문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엔지니어에게 기술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론보다는 실험 데이터를 중점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고요. 이를 위해 여러 대학의 과제에 참여하면서 관련 기술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 올해가 창업 3년차입니다. 흔히 이 시기를 생사의 갈림길(데스밸리)라고 합니다. 명신전기는 2022년에 어땠는지요.
“설계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제조공장이 없다는 게 늘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공장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고요.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는 2023년은 분수령이 될 듯합니다.” 

✚ 명신전기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명신전기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신재생 발전시스템의 효율을 올리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출을 위해 UL 인증 취득도 계획하고 있고요.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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