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➌
여야 소수 정치인만 참여
근거 남지 않는 관례상 조직
쪽지예산, 카톡예산 몰려들어   

# 국회 예결위엔 15명으로 구성된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있다. 소小소위는 ‘예산소위의 작은 소위원회’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소소위는 예산소위 위원회장과 여야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다.[※참고: 소소위엔 국회 교섭단체에 해당하는 여야 간사가 참여한다. 올해 발동한 소소위에 교섭단체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만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소소위는 법정기한을 넘긴 예산안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불린다. 소수의 인원이 참여해 예산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관련 협상이 이뤄지기 쉬워서다. 하지만 국회 바깥에서 보는 소소위를 향한 시각은 전혀 다르다.
 

소소위원회는 밀실합의를 위한 불법 조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소위원회는 밀실합의를 위한 불법 조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불편한 자화상❹ 법에 없는 조직 = 소소위를 관행으로 포장한 탈법행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소위는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산은 법이 정한 절차를 밟아 결정되지만 소소위는 법 위에 군림한다. 예산소위는 국회법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소소위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절차상 문제점도 심각하다. 근거가 없으니 속기록이나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소소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밀실에서 소소위 국회의원이 모여 정치적 입맛에 맞게 예산을 쪼개고 나눠 결정하는 게 전부다. 어디를 어떻게 왜 늘리고, 줄였는지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 ‘쪽지예산’과 ‘카톡예산’이 판을 칠 공산이 크다. 소소위를 두고 밀실합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참고: 국회법에 따르면 모든 소위원회는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비공개회의를 진행하더라도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이 때문인지 국회입법조사처도 2018년 발표한 ‘소소위 예산심의 문제점과 주요국 의회 예산심의제도’ 보고서를 통해 “예산 증액을 결정하는 절차와 방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어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올해 소소위는 정말 심각하다. 여야는 지난 4~5일 여야 정책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한 ‘2+2 협의체’를 구성해 예산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6일부터는 양당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3+3 협의체’를 가동해 예산안 협상에 나섰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배종호 세한대(교양학부) 교수는 “지금은 예산안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거취 문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없이 대결구도만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한 8일을 넘겼던 2019년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처리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불편한 자화상❺ 해결책과 난제 = 매번 반복되는 예산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다양한 방안이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해법 중 하나가 페이고(PayGo) 시스템의 도입이다. 페이고는 재정을 쓸 때 세수 확보 방안이나 다른 지출을 줄일 방안을 함께 내놓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과정(2010년)에서 페이고 관련법을 부활시켰다. 우리나라도 페이고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2010년 5월부터 페이고 원칙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명문으로 못 박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태껏 법제화가 되지 않았으니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올해 소소위는 예산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은 우원식 국회 예산소위 위원장과 박정 의원.[사진=뉴시스]
올해 소소위는 예산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은 우원식 국회 예산소위 위원장과 박정 의원.[사진=뉴시스]

공교롭게도 페이고의 법제화를 미루는 주체는 국회다. 페이고가 법제화하면 쪽지예산과 같은 선심성 돈 풀기를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한 여야 정치권이 페이고 제도의 법제화를 망설이고 있다는 거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페이고는 필요한 제도”라며 “페이고가 있으면 쪽지예산을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고를 도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예산의 적정성을 살피는 것”이라며 “꼭 써야 하는 예산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게 무엇인지 잘 따져만 봐도 이런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페이고만이 아니다. 예산안 문제를 풀 만한 해법은 이미 숱하다. 무엇보다 국회의 예산심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예산심의 기간은 9월부터 11월까지 90일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이 639조원(세출 기준) 규모라는 걸 감안하면 90일을 꼬박 살펴도 하루에 7조원의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예산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운 구조라는 거다. 

더구나 우리의 90일은 미국의 240일, 독일의 120일보다 훨씬 짧다. 심사기간을 늘리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과거(1948년부터 1962년까지)엔 국회의 예산심사 기간이 120일로 지금보다 30일 더 길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회계검사를 위해 감사원을 미국의 회계감사원(GAO)처럼 국회로 이관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제도를 정비하면 예산안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정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예산심의 시스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나쁘지도 않다. 2000년 특별위원회였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전환했고, 2004년엔 국회의 예산심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도 만들었다.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결국 국회의원 의식의 문제다. 근본 원인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치적 싸움에 이용하는 국회에 있다는 거다. 국회 혁신이 긴요하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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