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➋ 정부예산 정치예산
법정기한 또 넘긴 2023년 예산
정부예산 고질병 고쳐야 할 때

국회가 정쟁을 벌이는 탓에 2023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국회가 정쟁을 벌이는 탓에 2023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4년 이후 국회가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을 의결한 건 두번밖에 없다. 이는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12월 2일로 정해진 법정기한을 훌쩍 넘겼지만 여야는 여전히 예산안 처리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고, 또다시 법적 근거도 없는 소小소위원회를 가동해 예산안 협상에 나섰다. 여야가 예산을 볼모로 밀실합의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대체 정부예산은 왜 해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걸까. 더스쿠프가 정부예산의 고질병을 2회에 걸쳐 해부했다. 법 밖 예산의 실태 그 첫번째 편이다.   

예산은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소중한 돈이다. 국민이 납부한 혈세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정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예산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곳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업무 중 법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예산을 살피고 결정하는 거다. 

■불편한 자화상➊ 정쟁 = 이런 예산안이 최근 정쟁에 휘말렸다.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난리법석이다.

여당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행정안전부 경찰국(6억원)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5억5000만원) 관련 예산을 최대한 지키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삭감하고 지역화폐 예산(7050억원)을 증액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공무원노조 총투표 방해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 논란이 일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이나 파면을 두고도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계속해서 협상을 벌이면서도 파행 원인을 두곤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지난 7일 주호영 원내대표(국민의힘)는 “정부예산 감액을 판단하는 의견 차이가 워낙 커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는 “정부 감액사업 규모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입장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사이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할 법정기한은 훌쩍 지나버렸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회계연도가 1월 1일 시작한다는 걸 감안하면 늦어도 12월 2일까지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아직까지 국회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다.

■ 불편한 자화상❷ 법 밖의 예산 = 사실 국회가 법정기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건 한두번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국회에서 의결된 건 2014년(2015년 예산)과 2020년(2021년 예산) 두번밖에 없었다. 특히 2014년 국회가 법정기한을 지켜 예산안을 처리한 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예산안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돼 왔다는 방증이다. 

그나마 2015년, 2016년, 2021년은 양호했다. 법정기한을 하루 넘긴 12월 3일 예산안을 의결했다. 2018년은 12월 6일, 2019년은 12월 8일에 예산안을 처리했다. 2019년엔 법정기한을 8일이나 넘긴 12월 10일이 돼서야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때마다 여야는 서로를 탓하며 정쟁을 벌였고, 그때마다 쪽지예산을 이용한 주먹구구식 예산 증액이 판을 쳤다.

■ 불편한 자화상❸ 예산의 정치성 = 그렇다면 예산안 법정기한이 뭐기에 이 난리들일까. 예산안을 둘러싼 복잡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 정부예산은 국가가 한 회계 연도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계산한 계획이다.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총세입 규모에 맞춰 지출이 필요한 곳에 돈을 배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산을 짜는 건 단순하지 않다. 각종 이해관계는 물론 지방정부의 예산도 맞물려 있다. 한해 예산으로 수백조원의 돈이 오가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예산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거다. 예산 결정 과정에 정치가 개입한다는 사실은 예산 결정 시즌이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고 현수막을 내거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예산 결정 과정을 ‘정치행위’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더구나 우리나라 예산은 정치가 끼어들 여지가 높은 구조다.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총액배분 자율편성 예산제도를 사용해서다. 이 제도의 구조는 이렇다. 기획재정부가 한해에 사용할 예산의 규모를 정하면 각 부처가 사업별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의 규모를 자율적으로 편성한다. 당연히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부처 간 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챙기려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게 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예산은 정부와 대통령이 속해있는 여당이 편성한다. 3월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에 다음 연도 예산안을 편성하라고 통보한다.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로 보낸다. 이후 6~8월 기획재정부가 내부조정·의견수렴과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통해 예산안을 편성한다.

이후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예산안을 승인한다. 이처럼 예산안에는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여당의 입김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야당이 예산안을 처음 보는 건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9월 3일 이후다.[※참고: 정부는 다음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 이후엔 공이 국회로 넘어온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이 계획한 예산안을 확인하는 것도 이 시점이다. 우선 상임위원회별로 예산안 예비심사에 나선다. 각 상임위가 소속된 분야의 예산을 검토하는 건데, 제안설명→검토보고→대체토론→소위심사→찬반 토론→위원회 의결 단계를 거친다. 

이같은 예비심사를 통과한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종합심사를 통해 확정한다. 예결위에서도 상임위와 비슷한 절차를 밟아 예산안을 심사한다. 정부의 제출한 예산을 증액하거나 삭감하고, 새로운 예산을 추가하는 과정이 바로 상임위의 예비심사와 예결위 종합심사다. 

여야가 가동한 소소위원회가 밀실합의를 위한 불법적 조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여야가 가동한 소소위원회가 밀실합의를 위한 불법적 조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또다시 정치적 행위가 개입한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재정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본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중 정부안과 비교해 국회의 확정안이 늘어난 경우는 8번에 달했다. 평균 예산 증가액은 1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국회를 거치면서 예산이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예결위의 종합심사까지 끝나면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다. 국회는 이를 법정기한까지 의결해 확정해야 한다. 이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예산안 법정기한과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확정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렇지 못한 경우도 숱하다. 문제는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기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점이다. 이름도 생소한 소小소위원회(이하 소소위)가 그 주인공이다. <2편에서 계속>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