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vs 카카오T 논쟁 별전➊
‘카카오 먹통’ 피해보상 과정서
가맹·비가맹 형평성 논란 일어
공정성의 딜레마 빠진 카카오T

# 끝이 없어 보입니다. 택시호출앱 ‘카카오T’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 말입니다. 팩트체크 1편에서 3편까지 살펴봤듯, 카카오T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는 서로 “일반콜 배차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충돌하고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15일 카카오T가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그간의 공정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팩트체크 택시 vs 카카오T 논쟁’, 별전別傳 첫번째 편입니다.

카카오T 에러로 인한 피해보상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카카오T 에러로 인한 피해보상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 불의의 재난 = 2022년 10월 15일. 택시호출앱 카카오T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습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카카오 관련 앱의 모든 시스템이 마비된 탓입니다.

삽시간에 먹통이 돼버린 카카오T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의 발도 꽁꽁 묶여버렸죠. 
카카오T에서 콜(호출)을 받아 승객을 태우던 택시기사들도 손실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부산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카카오T 가맹기사는 가맹 전용콜을 받아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사태로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면서 “비가맹기사도 하루 총 운행 건수의 50~60%는 콜에 의존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손님을 태우는 배회영업을 했어도 매출에 타격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참고: 가맹기사는 매달 가맹수수료를 내는 대신 추가 호출료, 가맹 전용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다행히 사건 하루 만인 10월 16일부로 카카오T의 택시호출 서비스 기능은 정상 복구됐습니다. 하지만 난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택시기사들을 위한 피해보상 방안을 두고 피해 규모는 어떻게 추산할지, 어디까지를 피해로 규정할지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숱하기 때문입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현재 일선 기사들의 피해 사항을 취합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운행 패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면서 “(카카오T 에러로) 매출도 매출이지만 콜 횟수가 크게 줄었는데, 이는 원래 받아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뜻밖의 분란 = 문제는 이 과정에서 또다시 가맹·비가맹기사 간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19일 카카오T의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1차 보상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상 대상을 비가맹기사 중 ‘프로멤버십’ 가입자로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프로멤버십은 월 3만9000원을 내면 ▲목적지 부스터(선호하는 목적지의 콜을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실시간 수요 지도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월정액이 정해진 구독상품이어서 기사마다 수수료율이 상이한 가맹상품(카카오T 블루)보단 비교적 빨리 요금에 상응한 보상책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10월 2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해 상황을) 시스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향후 2주간 피해신고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접수한 뒤 최대한 빨리 보상책을 확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놓을 추가적인 보상책에서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를 똑같이 대우하든 그렇지 않든,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왜 이런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 가맹기사 입장 = 서울 공덕동에서 만난 20년차 개인택시기사 이선재(가명)씨는 1년째 카카오T 가맹택시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체력이 달려서 낮에만 운전을 한다”면서 “일반기사가 안 받는 똥콜(수익성이 낮은 콜)을 우리가 다 받긴 하지만, 가맹택시는 자동배차가 되니까 콜을 잡아야 한단 스트레스도 없고 수익도 이전에 비해 20~30% 더 많다”며 가맹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카카오T가 먹통이 됐던 주말엔 아예 일을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욕심 안 부리고 쉬엄쉬엄 운행하면 하루 평균 15만원 정도 번다. 그런데 콜이 없는 상태에서 배회영업만으론 하루 12시간을 운전해도 그 정도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다. 내가 돈(가맹수수료)을 내면서 가맹택시를 운행하는 것도 안정적으로 콜을 받기 위해서다. 주말에 앱이 작동 안 되기에 이상했는데, (카카오에) 사고가 났다더라. 나는 가맹기사라 카카오T 말곤 다른 앱을 쓰지도 못해서 차라리 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루 일당(15만원)을 놓친 셈인데, 플랫폼사(카카오모빌리티)의 피해보상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우려에 가까웠습니다.

“가맹기사들에겐 당연히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에 큰 기대는 없다. 한달간 가맹수수료를 면제해주기만 해도 다행이다. 다만, 비가맹기사와 똑같이 피해보상을 받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돈을 낸 사람과 공짜로 앱을 쓰는 사람이 같은 대우를 받나. 가맹기사가 혜택을 받는 것 같으면 본인들도 가맹택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가뜩이나 우리가 똥콜을 다 처리해주는데 피해보상에서도 역차별을 당해야 하나.”


■ 비가맹기사 입장 = 14년차 택시기사 백승권(가명)씨는 지난해까지 가맹택시를 운행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줄면서 생존을 위해 택했던 길입니다. 그는 가맹기사로 일하는 동안 충분한 혜택을 누렸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가맹택시는 전용콜 서비스를 받다보니 확실히 콜 수급이 안정적이었다. 사실 일반콜이 가맹택시에 몰린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서울 상암동 운행이 대표적이다. 상암동엔 방송국이 몰려 있어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가는 손님이 많은데, 새벽 2~3시에 이 일대를 가면 가맹택시만 쌩쌩 달리고 있다. 나도 코로나 때문에 굶어죽을 처지였는데, 가맹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그럼에도 백씨는 올 초 가맹을 탈퇴했습니다. 택시는 부족하고 승객은 넘치는 심야승차난이 계속되면 일반콜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란 계산에서였죠. 하지만 카카오T가 고장 난다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였습니다. 

그는 “주말 심야 피크타임엔 어떤 걸 골라잡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콜이 쏟아진다”며 “그런데 그날(데이터센터 화재 당일)은 갑자기 앱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배회영업을 하는 바람에 매출도 평소보다 20~30%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가맹과 비가맹을 모두 경험한 백씨는 카카오T를 ‘필요악’으로 정의했습니다. 가맹기사는 가맹기사대로, 비가맹기사는 비가맹기사대로 배차가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앱을 안 쓸 순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비가맹기사에게도 이번 카카오T 시스템 장애로 인한 피해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배회영업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손님들은 앉은자리에서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게 습관이 돼서, 콜 없이 손님을 태우려면 골목골목까지 직접 찾아 들어가야 한다. 콜이 있느냐 없느냐가 운행 효율이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니까 기사들은 카카오T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을 누가 만들었나? 카카오다. 카카오가 콜을 받지 않곤 돈을 못 벌게 해놨으니, 아무리 무료로 앱을 쓰는 비가맹기사라고 해도 ‘먹통 사태’의 피해를 보상받을 자격은 충분하지 않나.”


물론 비가맹기사들의 주장엔 이런 반론이 따라붙습니다. “카카오T를 무상으로 쓰는 비가맹기사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그동안 비가맹기사 대부분이 카카오T와 타사 택시호출앱을 함께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카카오T를 대체할 수단이 얼마든지 있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평소 매출에서 카카오T 콜이 차지하는 비중도 기사 개개인마다 제각각인 데다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T에만 의존하다가 먹통으로 손해를 봤다’는 말만 듣고 무턱대고 피해보상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익명의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

카카오T 앞 공정성의 덫    

이처럼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의 피해보상 방안을 두고 업계 내부에선 첨예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누구의 말이 맞는지,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똑같은 시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업계 종사자들이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1차 보상안을 두고 택시업계에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1차 보상안을 두고 택시업계에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카오T는 그동안 끝없는 공정성 논란에 휘말려 왔습니다. 출발은 가맹기사에겐 품질이 낮은 콜을 주고, 비가맹기사에겐 가맹기사보다 콜을 덜 준다는 의혹에서였습니다.

이번 카카오T 먹통 사태가 낳은 또다른 논쟁(피해보상 차별)도 시작점은 결국 ‘등급제’로 전락한 가맹제도와 투명하지 못한 정보 공유에 있습니다.  


하지만 형평성을 문제 삼았던 이용자들의 의혹을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탓에 카카오T는 또다시 공정이란 잣대 앞에 놓였습니다. 카카오T는 스스로 만들어낸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