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미디어 첨병 ENA의 숙제
우영우 흥행 덕에 채널 가치 상승
후속작 성적표 기대치 밑돌아
김태호‧서혜진 등 스타 PD 이름값 할까

지난 여름, KT스튜디오지니가 투자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덩달아 KT의 콘텐츠 전략도 함께 호평받았다. ‘우영우’의 흥행으로 자신감이 붙은 KT는 내친김에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재편하고 스타 PD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다만 우영우를 잇는 인기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영 당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다.[사진=뉴시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영 당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다.[사진=뉴시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2022년 한국 미디어 산업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였다. 동시에 KT의 콘텐츠 사업 부문의 경쟁력도 크게 끌어올렸다. 이 드라마를 방영한 채널이 KT 계열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ENA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브랜드 이름(SKY→ENA)을 바꿔 인지도가 미미한 케이블 채널이었는데도 ‘우영우’는 15%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화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ENA 알리기에도 성공했다.

스카이TV 최대주주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실적도 함께 날았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7630억원, 영업이익 63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0% 뛰어올랐다. ‘우영우 특수’로 광고단가가 상승한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결과다.

‘우영우’의 성공은 KT를 ‘미디어 공룡’ 비전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 지난해 그룹의 콘텐츠 투자와 제작ㆍ유통을 총괄하는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KT는 이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스튜디오지니를 발판으로 지난해 3조6000억원 수준이던 미디어 관련 매출을 2025년엔 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KT의 계획이다. 

이런 KT의 ‘미디어 첨병’ 역할을 맡은 게 ENA다. KT는 지난 4월 이름을 바꾸기 전엔 인기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데 머물렀던 ENA를 오리지널 콘텐츠를 방영하는 채널로 키울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KT의 미디어 계열사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를 합병했다. ENA에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목적으로 포석을 깐 셈이다.

KT가 OTT ‘시즌’을 과감히 정리(12월 2일 티빙과 합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OTT 플랫폼에 쏟아붓던 자금과 역량을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데 쓸 수 있어서다.

윤용필 스카이TV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KT그룹 미디어데이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ENA의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면서 “향후 3년간 5000억원 넘게 투자해 30여편의 드라마를 확보하고, 300여편의 예능을 자체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NA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KT의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예능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PD와 손잡고 만든 새 프로그램을 내년 상반기 ENA에 공개한다. ‘미스ㆍ미스터트롯’을 통해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켰던 서혜진 PD의 새로운 프로그램도 ENA에서 선보인다.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 등을 연출한 장혁재 PD는 육아심리상담가 오은영과 함께 하는 ‘오은영 게임’을 선보인다. 오은영 박사가 아이돌과 놀아주는 방법을 전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무릎팍도사’ ‘아는 형님’ 등을 성공시킨 여운혁 PD가 연출하는 ‘명동사랑방’은 내년 1월 공개된다. 

‘나는 SOLO’를 연출한 남규홍PD는 양준혁, 장우혁, 유재환, 윤기원 등이 실제 부모와 동거하는 모습을 담은 ‘효자촌’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드라마 ‘신병’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예능과 방송인 하하의 가족 여행을 그린 ‘하하 버스’도 방송된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중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ENA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TV는 우수한 홍보와 마케팅 역량을 갖춘 사업자”라면서 “우영우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대박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면서 ENA가 단숨에 인기 채널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ENA 채널이 본격적으로 ‘콘텐츠 명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우영우’를 잇는 후속작의 히트가 필요한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문제다. ‘우영우’의 후속작 ‘굿잡’과 ‘얼어 죽을 연애 따위’는 2%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했다. 1%만 나와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받는 케이블 업계에선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매화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던 ‘우영우’와 견줘보면 아쉬운 성적표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콘텐츠는 실적이 더 신통치 않다. 지난 11월 방영을 시작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시청률은 0%대에 머물고 있고, 12월 처음 방송된 ‘사장님을 잠금해제’의 시청률 역시 1%대에 머물고 있다.  부진한 시청률 성적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ENA가 자칫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중요한 건 글로벌 OTT 콘텐츠를 접한 국내 시청자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고만고만한 콘텐츠로는 시청률을 확보하고 시청자의 시간을 뺏는 게 어려워졌다. 이는 ‘우영우’로 대박을 친 ENA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OTT 시대가 열리고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영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빛을 보는 건 극히 일부분”이라면서 “ENA 역시 우영우의 ‘원히트 원더(한 작품만 흥행에 성공한 사례)’ 꼬리표를 뗄 만한 후속 작품을 발굴하는 게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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