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본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
보증보험 자체에 약점과 한계 숱해
보증기관 주택가격 기준 바꿔야 할까

깡통 전세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세입자의 보증금을 더 수월하고 빠르게 돌려주기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문제점도 한계도 많습니다. 더스쿠프가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의 구조와 약점을 뜯어봤습니다.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떨어지는 깡통 전세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뉴시스]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떨어지는 깡통 전세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뉴시스]

전세 계약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면 누구나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안감을 느낍니다. 요즘처럼 집값이 하락해 2년 전 전세 보증금보다 더 싸질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집주인이 ‘갭 투자’를 한 사람이라면 이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번 따져볼까요? 여기 5억원짜리 집이 있습니다. 집주인은 5억원 중 4억원을 내 전세 보증금으로 마련했습니다. 그럼 집을 살 때 전 주인에게 건넨 돈은 1억원이 전부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부동산에 붙은 전세 매물의 가격이 2억~3억원인 걸 발견했다고 칩시다. 집주인이 집을 팔더라도 ‘내 전세 보증금 4억원’을 마련하긴 힘듭니다. 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은 하나입니다.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 4억원의 보증금을 가져올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집주인은 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피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서울보증보험(SGI)이 운영하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에 가입하면 됩니다. 세부 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기사에선 두 보험을 통칭해서 ‘전세보증금보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전세보증금보험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두가지 상황이 발생하면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그 후에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받아냅니다. 첫번째 상황은 집주인이 계약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입니다. 두번째는 전세를 살고 있던 와중에 집이 경매로 넘어갔는데 경매가 끝나고 배당을 요구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입니다. 

이때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절차(임차권등기명령 등)를 거쳐 보증기관에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면 1개월 이내에 보증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 보증금에 ‘안전벨트’를 채울 수 있으니 전세보증금보험 가입 규모는 매년 커졌습니다. HUG 전세보증금보험의 보증 규모는 2019년 30조6444억원(15만6095건)에서 2021년 51조5508억원(23만2150건)으로 늘었습니다. 

쟁점➊ 보증보험 없다면 = 전세보증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2021년 전체 전세 거래는 235만1574건이었습니다. 그중 전세보증금보험에 가입한 비중은 9.8 %였습니다. 전세 거래 10건 중 1건만 전세보증금보험에 가입했다는 겁니다. 그럼 미가입자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료 | HUG, 사진 | 뉴시스]
[자료 | HUG, 사진 | 뉴시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임차권등기명령’을 하는 건 보증보험 가입자나 미가입자나 똑같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걸 등기부등본에 남길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대항력이 생긴다는 얘깁니다. 

그다음 경매가 진행되거나 집주인이 돈을 돌려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집주인의 재산이 전혀 없다면 보증금을 가져올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채권 추심’을 직접 해야 하는 셈입니다. 보험 가입자가 일반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1개월보다 더 긴 기간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경매 등으로 돈을 융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을 떠안게 됩니다. 원치도 않는 집을 사야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럴 땐 집값이 떨어진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은 투자 가치가 없는 집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고려해야 할 위험한 상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쟁점➋ 보증보험 만능 아니지만 =  물론 보증보험이 언급했듯 모든 절차를 1개월 안에 해결해주는 건 아닙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빌라 1000여채를 사들이고 사망한 사례처럼 집주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내주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기본 절차를 볼까요.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걸 일단 보증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그다음에 보험의 이행청구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증기관은 집주인에게 이행 예고를 진행합니다. 다만, 사망하거나 의사를 물을 수 없을 땐 재산 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이 과정이 멈춥니다. 화곡동 ‘빌라왕’ 사망 사건에서 문제로 떠오른 부분이 바로 이 단계였습니다.

다행히 상속자 등이 정해져 이행 예고가 이뤄지면 보증기관은 전세 보증금을 대납하는 게 가능한지 확인하고 심사 결과를 세입자에게 통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유 관계가 달라진다면 대항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입자가 해당 집을 비우면 보증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쟁점➌ 이상한 보험가입 요건 = 다만, 전세보증금보험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세입자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전세 세입자가 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HUG와 SGI의 전세보증금보험은 전체 계약기간의 절반 이상을 남겨둔 상태여야 가입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만기와 가까워지는 시점에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한 후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보증기관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정작 전세보증금보험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가입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HUG 등 보증기관이 떠안아야 할 보증금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8월 511건(1089억원) 발생했던 보증사고는 3개월 만인 11월 852건(186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세보증금보험은 모두 HUG 등 보증기관의 자산으로 운영됩니다. 이 상태라면 한계가 있다는 얘깁니다. 

■ 쟁점➍ 전세보증 보완책 =  값이 계속 떨어지고 전세 보증금 역시 내려간다면 앞으로도 ‘깡통 전세’ 위험은 계속될 겁니다. 전세보증금보험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한 시기라는 겁니다. 현재 HUG와 SGI가 보증을 결정하는 주택 가격 기준은 아파트의 경우 시세 혹은 공시지가의 130 ~140%, 분양가 혹은 실거래가의 80·90% 순입니다. 연립주택이라면 실거래가 80%, 공시가의 130~140%, 분양가 혹은 실거래가의 80·100%를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가령 감정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거죠. 지금의 기준은 집값 하락기에 위험 부담이 크기에 보증하는 전세 보증금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전세금의 안전벨트는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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