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주택 관련 주택법 개정안 발의
이른바 ‘반값 아파트’ 공급 본격화
임대료 ‘시세 수준’ 아래로 인상 가능
사업성 보완하기 위해 길 열어줬지만
토지임대부 주택 취지 흐려질 우려도

# 2022년 대선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 ‘내집 마련’을 돕겠다면서 ‘토지임대부 주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두가 같은 단어를 사용했지만 속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 대선이 끝난 지 9개월여가 흐른 2022년 12월 28일 새로운 ‘토지임대부 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을 통해서다. 골자는 분양자의 시세 차익을 보장하고 개인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 이를 통해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정말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특히 토지임대부 주택의 최대 강점인 ‘값싼 토지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반값 아파트란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토지임대부 주택이 반값 아파트란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대선이 한창이던 2022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하 현 직책)은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만의 공약도 아니었다.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토지임대부’에 근간한 공약을 내놨다. 

그때만 하더라도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자칭타칭 부동산 전문가들도 2022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억원씩 뛴 아파트를 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집값을 ‘반값’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니 일단 가능한 방식으로 집값의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게 대선후보들의 공통된 목표였다.

그럼 대선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언급한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뭘까. 토지임대부 주택은 쉽게 말해 ‘공공분양’의 일종이다. 다만, 땅과 건물을 한번에 매입하는 ‘일반분양’과는 다르다. 일반분양을 할 때 아파트 가격에는 ‘대지가격+건물가격+사업자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에서는 ‘대지가격’이 빠진다. 아파트는 샀지만 땅은 개인이 아닌 공공의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땅값이 빠지니 아파트 가격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토지 임대료는 내야 한다. 지금까지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 임대료는 ‘토지 조성 원가’에서 토지 보증금을 제외하고 3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를 곱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런 맥락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값싸게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공공재산을 계속 공공이 보유하면서 ‘토지 공公개념’을 살릴 수 있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시장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7년, 2011년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을 공급하긴 했지만 경기 군포와 서울 강남을 포함해 총공급량이 1149호에 그쳤다. 2022년 LH가 계획한 공공분양 주택 물량이 5만1000호라는 걸 감안하면 모든 토지임대부 주택을 합해도 1년 치 공공분양 주택의 2.3%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첫 토지임대부 주택이 사전 청약을 받겠다고 공표했다. 고덕강일 3단지에 만들어질 500호다. 원래 신혼희망타운 예정지였지만 청년주택으로 모습을 바꿨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 뒤늦게나마 첫 계단을 밟은 셈이다.

2030년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고덕강일 3단지의 사전청약이 시작됐다.[사진=연합뉴스]
2030년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고덕강일 3단지의 사전청약이 시작됐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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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첫 사전 청약이 진행되는 데까지 7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뭘까. 아울러 2007년과 2011년 이후 공급이 중단됐던 까닭은 또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공유지에 ‘공공분양’ 형태의 주택을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임대만 가능하다 보니 토지를 계속 보유해야 공급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애초에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했다. 

여기에 자산 증식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토지임대부 주택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도 장벽으로 작용했다. 토지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데 토지임대부 주택은 그 가치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꽤 오랫동안 제기됐지만, 쉽게 현실화하지 못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야권 대선후보의 공약이었는데도 그랬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야권에서 주장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사이에 개념적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가령, 윤 대통령은 시세 차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자고 주장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개인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을 넣은 셈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임대와 분양의 절충점이라는 걸 더 강조했다. 

■ 주택법 개정안의 함의➊ = 갑론을박이 거듭되던 2022년 12월 28일에야 주택법 개정안(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다만, 새로 개정된 주택법 개정안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전과 다른 형태의 토지임대부 주택이 탄생한다. 첫째 변화는 차익 보장, 둘째 변화는 토지임대료 상향 조정이다. 전자는 분양자, 후자는 지방공기업 등 사업주체를 위한 변화다.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 전매제한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대신, ‘10년 후 차익 보장’을 확실하게 명시했다. 현행법상 토지임대부 주택은 전매제한기간(5년)이 지나야만 LH에 팔 수 있다. LH의 공공매입가는 입주 당시 분양가에 이자를 더한 후 감가상각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주택법 개정안에선 거주의무기간 5년, 전매제한기간 10년을 넘기면 각각의 비율에 맞춰 시세 차익을 분양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정했다. 가령, 거주의무기간 5년을 넘기면 시세 차익의 70%, 10년을 넘기면 시세 차익의 100%를 분양자가 가져갈 수 있다. 

아울러 환매처도 LH만이 아닌 지방공사로 넓혔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분양자에게 ‘미래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참고: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은 거주의무기간(5년)을 신설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도 공급가 수준으로 환매할 수 있다. 전매제한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개정안에선 전매금지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지만, 이 또한 그 전에 환매가 가능하다.] 

■ 주택법 개정안의 함의➋ = 둘째 변화는 ‘토지임대료’의 상향 조정이다. 2022년 11월 30일 국토교통부는 토지 임대료 산정 기준을 바꾸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된 시행령은 ‘조성원가’ 기준이었던 토지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시행령은 2023년 1월 10일 입법예고가 끝나고 규제ㆍ법제처 심사, 차관ㆍ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대통령 재가, 국회 심의, 의결을 거치면 5개월여 뒤 공포된다. 

정부가 토지 임대료 산정 기준을 바꾼 이유는 간단하다. 토지임대료를 가져가는 사업주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가령, 주택법 시행령을 적용하면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사전 청약을 받고 있는 고덕강일 3지구의 토지 월 임대료는 40만원 수준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최근에 분양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인 강남 브리즈힐의 토지 임대료는 16만5000원가량이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주택법 개정안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발의됐다. 분양자에겐 시세 차익을 보장하고, 사업주체엔 더 많은 임대료를 가져갈 수 있게 만들어 토지임대부 주택의 ‘인기’를 높이겠다는 거다.

문제는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토지임대부’ 주택의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세 수준보다 낮은 임대료’란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다. 예컨대, 시세가 1㎡당 1만원이라면, 사업주체는 이를 9999원으로 규정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종배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 임대료 산정 방식은 그 범위를 넓혔을 뿐 반드시 시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건 아니다”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비싼 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반값 아파트’란 별칭을 갖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 임대료는 시세 수준까지 오를 수 있는 법적 발판이 마련됐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효과는 과연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 넓어진 울타리 안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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