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1기 ➎ NFT 2편
문화재 NFT 신중해야 하는 이유
NFT 가격 끌어올리려던 해외 업체
프리다 칼로의 그림 불로 태워
NFT 시장 속 탐욕 경계해야

문화재에 비즈니스를 접목할 때엔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사진=뉴시스]
문화재에 비즈니스를 접목할 때엔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사진=뉴시스]

# 우리는 ‘“공익인가 상술인가” 다시 보는 신윤복 NFT 논쟁’이란 기사에서 간송미술관의 신윤복 NFT를 둘러싼 찬반양론을 살펴봤다. NFT가 문화재를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 지나친 상술로 문화재 가치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부정론 모두 일리가 있었다. 둘 다 ‘문화재를 위한 마음’에서 출발한 주장이라서다. 

# 그렇다면 지금의 관건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NFT를 판매할 수 있느냐다. 만약 NFT 홍보에만 몰입해 문화재를 훼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권위냐 홍보냐” NFT 두 번째 편을 열어보자.[※참고: 이 기사는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다섯번째 편이다.]


간송미술관이 신윤복의 그림을 NFT로 만들어 판매를 시작한 지 7개월이 흘렀다. 첫 작품인 ‘단오풍정 NFT’는 10일여 만에 완판했고, 지금은 신윤복의 또 다른 그림 ‘주유청강’을 NFT화해 판매 중이다. 이런 식으로 신윤복의 그림 총 30점을 모두 NFT로 발행하겠다는 게 간송미술관의 계획이다.

단순히 수익만을 목적으로 삼은 건 아니다. NFT화 과정을 거쳐 향후엔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신윤복의 그림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참고: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디지털 인증서’다. 디지털 사진·게임 아이템·캐릭터 등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NFT마다 고윳값을 갖고 있어 현재 기술로는 거래 내역을 위변조하거나 해킹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송미술관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문화재에 접근하는 참신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NFT가 박물관에서 잠자는 문화재를 널리 알려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아무런 기준도 없이 문화재를 NFT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산자상 시장에서 NFT는 지극히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돼서다. 이런 NFT로 인해 자칫 숭고한 문화재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NFT 시장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탐욕’이 깔려 있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NFT 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이유로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소각한 해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7월 바하마의 블록체인 기술 업체 ‘프리다.NFT’는 멕시코 화가 칼로의 1944년작 ‘불길한 유령’을 NFT화해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작품을 고해상도로 촬영한 후, 이를 1만개의 NFT로 만들어 3이더리움(암호화폐 단위·당시 시세 기준 570만원)에 판매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프리다.NFT 대표는 파티를 열고 수백명이 보는 앞에서 원작을 불태우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원작을 없애면 NFT의 수요가 늘 것이란 계산이 깔린 퍼포먼스였다.

[사진=프리다.NFT 제공]
[사진=프리다.NFT 제공]

하지만 이 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유튜브 영상의 댓글란엔 ‘망할 NFT 때문에 한 예술가의 걸작이 사라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멍청한 순간’ 등 프리다.NFT를 비난하는 글이 빼곡히 채워졌다. 멕시코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민화가인 칼로의 작품은 문화재나 다름없고, 이를 파괴하는 행위는 범죄다”며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림이 진품이란 게 확인될 경우 프리다.NFT 대표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NFT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불길한 유령들’ NFT는 가격을 크게 내렸음에도 1만개 중 겨우 4개(2022년 11월 기준)만 판매됐고, 매출도 1만1200달러(1429만원)에 그쳤다. 불태운 원본의 가격이 140억원(업계 추정가)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손해를 본 셈이다.

■ 의미 있는 자성론 = 이쯤에서 다시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간송미술관이 주유청강 NFT 판매를 시작한 건 지난해 8월께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간송미술관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랜덤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을까.

아니다. 간송미술관은 주유청강 NFT의 판매 방식을 랜덤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조각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간송미술관의 NFT 제작·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아톰릭스랩의 배경일 부사장은 “애초부터 주유청강을 일반 쇼핑몰처럼 조각을 골라 살 수 있도록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러려면 1140개의 NFT 중 구매자가 선호할 만한 조각을 선별해 하나씩 판매처에 올려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당초 예고했던 판매시각까지 이 작업을 끝마치기 어렵다고 판단해 1·2차로 나눠 판매를 진행했다. 1차 때 일정 기간 랜덤 민팅으로 판매한 뒤, 남은 조각 중 판매하기 괜찮은 것들을 추려내 2차 판매를 진행했다.”

판매 방식을 바꾼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배 부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 프로젝트는 수익 목적도 있지만 신윤복의 그림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더 크다. 뽑기 방식을 없애다 보니 매출은 랜덤 민팅 때보다 다소 줄었다. 그래도 조각을 전부 업로드한 덕분에 방문자들이 찬찬히 주유청강을 음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본래 의도에 이전보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간송미술관은 원하는 그림 조각을 구매할 수 있도록 주유청강 NFT의 판매방식을 바꿨다.[그림=간송미술관 제공]
간송미술관은 원하는 그림 조각을 구매할 수 있도록 주유청강 NFT의 판매방식을 바꿨다.[그림=간송미술관 제공]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배 부사장이 언급했듯 판매 방식을 바꾼 탓인지 주유청강 NFT 매출이 줄었고, 이는 프로젝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식었다는 걸 의미한다. 2차 창작이든 연계 콘텐츠든 대중의 이목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국보의 NFT화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지 모른다.

아울러 수천개로 가짓수를 늘리는 제작 방식에서 ‘상술’을 덜어내는 것도 간송미술관이 풀어야 할 숙제다. 과연 간송미술관은 사익과 공익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김태겸 한국외국어대(이탈리아어학) 학생
taegyeomg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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