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수습 후 정상화 꾀하는 카카오
사무실 근무 체제 회귀에 내홍
노조 “직원 여론 수렴 과정 부족”
수차례 근무제 바꿀 때마다 반발
조직 어수선한데 정상화 가능할까

카카오의 최근 몇년은 다사다난했다. ‘플랫폼 규제’ ‘경영진 먹튀’ ‘카카오 먹통’ 등의 논란을 겪으면서 여론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사이 실적은 둔화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제 악재를 훌훌 털고 경영 정상화에 나서려는 순간, 또 이슈에 휘말렸다. 이번엔 직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회사 경영진이 시시때때로 근무제를 바꾸겠다고 변덕을 부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노조가 경영진의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을 지적했다.[사진=뉴시스]
카카오노조가 경영진의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을 지적했다.[사진=뉴시스]

피해 보상책을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지난해 10월 발생한 먹통 사태의 수습을 마무리했다.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해 반전의 발판도 마련했다. 증권가에선 회사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언뜻 한국 대표 빅테크 카카오가 위기의 늪에서 순조롭게 탈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카카오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근무제를 둘러싼 내홍이다. 지난 17일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은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카오 경영진이 충분한 소통 없이 새 근무제를 도입한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사무실 출근을 골자로 하는 새 근무제인 ‘카카오온’을 오는 3월부터 실시한다고 알렸다. 재택근무 중심이던 기존 근무제는 폐지된다. 카카오 임직원은 3월 1일부터 원칙적으로 회사가 지정하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놀금’ 제도도 없앴다. 대신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을 전사 차원의 휴무일로 지정하는 ‘리커버리 데이’를 도입한다.

노조 측은 “회사가 근무제를 원칙 없이 변경하면서 불안한 근무환경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1년간 근무제를 수차례 변경했다. 2021년 11월 조직 책임자가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자유롭게 택일해 시행하는 ‘유연근무제 2.0’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직원 반발에 철회했다. 책임자 대부분이 사무실 근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엔 재택근무를 중심으로 하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했지만, 이번엔 ‘골전도 이어폰(고막이 아닌 뼈와 피부의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나친 간섭과 감시라는 문제 제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7월 4일부턴 직원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파일럿 근무제’를 시행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다시 ‘사무실 출근’으로 방침을 바꾼 거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사측은 새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구성원과 꾸준하게 논의하지 않은 채 최종안을 공유했다”며 “노사협의회와 노조의 실질적인 논의 참여도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더스쿠프]

노조 측은 ‘공동체 내 리더십의 부재’를 근본 원인으로 꼬집었다. 그간 숱한 논란을 거치면서 CEO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바뀌다 보니 일관된 경영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문제 해결책으론 ‘소통’을 제시했다.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그룹 컨트롤타워인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 노조가 함께 머리를 맞대 방법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서 지회장은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대주주도 노조 측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며 “공동체 전체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지만 여전히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에 공개적인 협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