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1기➏
삼성전자-애플 새로운 전쟁 1편
‘폴더블폰 혁신’ 이룬 삼성
폴더블폰 출시 안한 애플
애플 생태계 굳건한 이유
가치소비 관점서 시작된 경쟁

삼성전자가 외형의 혁신을 이뤘지만 좀처럼 애플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외형의 혁신을 이뤘지만 좀처럼 애플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화면이 반으로 접힌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삼성전자의 기술력이다. 2019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접히는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 이렇듯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경쟁에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외형을 바꾼 것만으론 애플의 충성 고객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고객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폐쇄적인 운영체제 iOS를 기반으로 한 ‘애플 생태계’ 덕분이다. 하지만 단지 생태계 때문만일까.

# 윤정우 대진대(경영학) 학생이 ‘“폼팩터인가 생태계인가” 또다른 싸움의 서막(더스쿠프 통권 515호)’ 기사를 읽고 스마트폰 1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 구도를 다른 관점에서 되짚어 봤다.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여섯번째 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두 기업이다. 그래서인지 이들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하반기 때도 그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26일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4와 갤럭시Z플립4를 출시하면서 치고 나가자, 애플이 아이폰14(10월 7일)를 선보이면서 뒤따라갔다.

그럼 두 기업 중 어느 쪽이 ‘업계 톱’일까. 출하량에선 삼성전자가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이 전체의 22.2%, 애플이 17.6%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출로 기준을 바꾸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체의 31.0%를 기록한 애플이 맨 앞에서 달리고 삼성전자가 21.0%로 뒤쫓는 형세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시장에 많이 풀리지만 소비자들은 애플을 약간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1인자’를 꼽을 때 업계 관계자들이 대부분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흥미로운 건 출하량에서도 애플이 삼성전자를 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애플 출하량 점유율이 24.6%로 전분기 대비 7.0%포인트 올라간 반면, 삼성전자는 20.2%로 2.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애플의 아이폰14가 인기를 얻으면서 출하량이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을 보수적으로 예상해 2분기부터 생산량을 전년보다 축소했다. 지속적인 재고 압박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다.” 야심작인 폴더블폰 2종을 출시했는데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건 삼성전자 입장에서 꽤 뼈아플 듯하다.

그럼 삼성전자는 왜 애플을 따돌리지 못하는 걸까. 내가 읽었던 더스쿠프의 기사는 그 이유를 애플의 거대한 ‘생태계’에서 찾았다(더스쿠프 통권 515호·“폼팩터인가 생태계인가” 또다른 싸움의 서막). 애플의 전자기기 대부분이 iOS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사용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생태계를 이해하기 쉽다. 아이폰과 아이패드(태블릿)·에어팟(무선 이어폰)·애플워치(스마트워치)·맥북(노트북) 등 애플 기기는 iOS란 하나의 마당에서 서로 연동하며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사진=뉴시스]

이를 통해 iOS는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와는 전혀 다른 애플만의 인터페이스와 경험을 제공한다. 한번 iOS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다른 OS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렇게 고객이 한번 상품을 이용하고 난 뒤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는 현상을 락인(Lock-in) 효과라고 부른다. 락인 효과가 아이폰 이용자들이 아이폰을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런 애플의 생태계를 뚫기 위해 삼성전자가 힘을 쏟은 건 폴더블폰을 통한 ‘외형 변화’다. 2019년 2월 갤럭시Z폴드를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4년 연속 폴더블폰을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행히도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갤럭시Z폴드4 누적 판매량은 전작(103만대)보다 73.7% 늘어난 179만대를 기록했고, 또다른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4도 같은 기간 217만대에서 277만대로 27.6% 증가했다(하나증권).

삼성전자 폴더블폰 판매량은 2021년 기준 780만대로 전체 시장의 86.6%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2021년 13억9000만대)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는 예년과 같은 성장속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초만 해도 “2022년에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이라면서 기세등등했던 삼성전자는 10월 콘퍼런스에서 “시장 침체가 장기화해 폴더블폰 판매량이 900만대 후반대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 거다.

‘외형의 혁신’ 이뤘지만…

그럼 시간이 지나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분한 입지를 다지면 시장의 흐름이 바뀔까. 글쎄, 답을 하기엔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두 기업의 경쟁 구도에서 간과해선 안 되는 요소가 하나 더 있어서다. 바로 ‘가치소비’다.

가치소비란 소비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제품을 과감히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다. 그렇다고 돈을 물 쓰듯 쓴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름의 선을 지키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를 꼼꼼히 따져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소비에 요즘 소비자는 익숙하다. ‘가치소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20~60대 성인남녀 1500명 중 83.5%가 ‘그렇다’고 답했다(롯데멤버스·2022년 5월 기준).

그중에서도 적극적으로 가치소비를 하는 건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다. 다른 세대가 쓰레기 재활용, 배출량 줄이기 등을 통해 가치소비를 실천한 반면, MZ세대 응답자는 ‘기부상품 구매(60.0%·이하 복수응답)’ ‘돈쭐내기(41.2%)’ 등 지출로 가치소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MZ세대가 가치소비를 위해 지갑을 여는 것에 익숙하다는 얘기다.[※참고: 돈쭐내기는 ‘돈’과 ‘혼쭐내기’의 합성어다. 이타적 행동을 한 가게의 물건을 구매해 선행자를 돕는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자, 그럼 이쯤에서 국내의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지난해 6월 한국갤럽이 성인남녀 1000명에게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물어보자, 66.0%가 삼성전자 갤럭시, 20.0%가 아이폰이라고 응답했다. 국내 시장이 삼성전자의 텃밭 중 하나란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연령별로 나누면 얘기가 달라진다. 18~29세 중에선 아이폰(53.0%)을 선택한 응답자가 갤럭시(44.0%)보다 많았다. ‘향후 어떤 스마트폰을 구매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도 아이폰(53.0%)이 갤럭시(42.0%)를 앞질렀다. 미래의 소비자이자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갤럭시보다 아이폰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롯데멤버스, 참고 | 2022년 5월 기준·복수응답]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롯데멤버스, 참고 | 2022년 5월 기준·복수응답]

이런 가치소비는 언급했던 애플 생태계와 맞닿는 면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애플 충성고객 중에선 에어팟·충전기 등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애플 제품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기기가 구현하는 폐쇄적 생태계란 ‘특이점’이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렇듯 생태계에 높은 가치를 주고 있기에 애플 충성고객은 새 아이폰을 구매할 때마다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이게 애플 생태계가 만들어낸 가치소비다.”

소비자가 가치소비할 때 참고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애플이란 브랜드가 가진 이름값이나 과거 갤럭시나 아이폰을 사용했던 경험도 가치소비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럼 이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구도를 다시 들여다보면 어떤 면모가 보일까. 이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윤정우 대진대(경영학) 학생
dbswjddn87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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