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4편 ➋인터뷰
권기현 에코텍트 대표
환경오염 없는 생분해 소재 개발
제작비용 기존 대비 30% 저렴

에코(Eco) 트렌드가 확산하고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며 산업 전반에 ‘친환경’이 필수요건이 됐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탄소중립’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권기현(22) 에코텍트 대표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시작으로 자연물을 소재로 한 해양 부표를 꺼내 들었다. “해양오염의 주범인 스티로폼 부표를 없애겠다”는 예비창업가의 당찬 포부를 들어보자.

권기현 에코텍트 대표는 친환경 부표를 시작으로 100% 친환경인 세상이 오길 꿈꾼다.[사진=천막사진관]
권기현 에코텍트 대표는 친환경 부표를 시작으로 100% 친환경인 세상이 오길 꿈꾼다.[사진=천막사진관]

아직은 예비창업팀이지만 아이템이 독특하다. 버섯균사와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바다에 띄우는 친환경 부표浮漂를 개발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얼마 전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에도 참가했다. 스타트업 에코텍트 얘기다. 

✚ CES에 참가하셨다고 들었어요. 성과는 좀 있었나요?
“ESG에 관심 있는 투자사와 동종업계 분들을 만나 폭넓은 대화를 나눴고 10개사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 멋진 성과네요. 어떤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나요?
“에코텍트의 핵심 기술은 ‘배양’ ‘양산’ ‘신뢰성 평가’ 3가지입니다. 각 부분에서 협업을 원하는 잠재적 파트너 기업들과 진지한 얘기가 오갔습니다. 몇몇 기업은 소재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맞춤 제작·공급할 수 있는지 문의해왔고요. 한 스타트업과는 패키징 제작과 제품 납품 미팅도 진행했습니다. 소재 회사로서의 확장성을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추후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 버섯균사에 관심이 많았나봅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ESG’ 등 친환경이 화두잖아요. 버섯균사는 ‘생분해生分解 소재(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현상)’라서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습니다. 경제성 면에서도 탁월하고요.”


✚ 버섯균사를 어떻게 활용하는 거죠?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와 버섯뿌리를 섞어 배양합니다. 그 버섯균사를 몰드에 넣어 배양한 뒤 코팅 등 후작업을 거쳐 제품으로 만드는 겁니다.”


✚ 듣기론 무척 간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죠. 실제로도 굉장히 간단해서 3일 만에 배양이 끝납니다. 하지만 그 환경을 맞추는 게 쉽지 않죠.”


✚ 배양하는 환경 말인가요?
“생물 소재이기 때문에 최적의 환경을 맞추는 게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 그 까다로운 조건에서 배양한 버섯균사로 바다에 띄우는 부표를 만든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자연물 소재인 버섯균사로 만드는 친환경 부표를 개발해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 다른 것들도 많을 텐데, 부표를 아이템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필요해서죠. 수치로 말씀드리면 더 이해하기 수월하실 거예요. 국내에는 부표가 5500만개 정도 있습니다. 대부분 스티로폼으로 만든 부표인데, 이 부표가 해양오염 원인의 55%를 차지합니다. 바다에서 부표 1개를 수거하지 않으면 그게 미세플라스틱 750만 조각으로 쪼개져서 해양환경에 그대로 남습니다. 해양오염의 주범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스티로폼 부표를 퇴출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오염을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 친환경 부표를 연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하지만 대개의 친환경 제품은 구하기 어렵거나 가격이 비쌉니다. 그게 늘 걸림돌이되고요.
“맞습니다. 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티로폼 부표보다 친환경 부표가 가격이 두배 이상 비싸고, 내구성도 그만큼 약합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게 숙제입니다.”

✚ 에코텍트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먼저 경제성 측면에서 볼까요? 버섯균사나 커피찌꺼기는 매년 수십톤(t)이 버려집니다. 이를 버섯농장이나 커피찌꺼기를 재자원화하는 플랫폼과 연결하면 원활하게 원료를 수급할 수 있습니다. 또, 찍어내는 일반 부표와 달리 우리가 개발한 부표는 몰드에 버섯균사를 배양하는 방식이라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요. 수직구조로 배양이 가능해 제작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제작비용이 기존 부표 대비 30%가량 저렴합니다.”

✚ 내구성 문제는요?
“사실 그동안 자연물을 소재로 삼은 부표를 만들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시도는 있었지만 상용화하지 못했던 거죠. 그게 바로 내구성 문제 때문입니다. 바다가 생각보다 극심한 환경조건이거든요. 부표가 파도에 지속적으로 부딪혔을 때 쌓이는 대미지를 고려해야 하고, 자연물이 분해돼서 떨어져 나갔을 때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 그렇겠군요.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연구실이 이런 소재·공정·물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100% 생분해가 가능하면서도 기존 스티로폼 대비 5배 강한 물성의 부표를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해 해양환경에서의 물성 테스트는 진행했고, 실제 환경 테스트는 추후 진행할 계획입니다.”


✚ 제품은 언제 출시하나요?
“시제품은 1월 중에 나올 겁니다. 그걸 토대로 좀 더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내년 중엔 상용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에요. 일단은 친환경 부표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공략해보려고 합니다.”


경남도는 도내 양식장 부표를 2025년까지 전면 친환경 부표로 바꾼다는 계획에 따라 거제와 고성을 시범해역으로 지정해 2023년까지 친환경 부표를 보급하기로 했다. 에코텍트의 1차 타깃이 바로 이 두 지역이다.

✚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고등학생 때 무조건 환경 관련 일을 하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와선 환경 관련한 일을 할 수 있는 전공을 찾아 화학공학과를 선택했고요.”


✚ 관심을 전공으로, 그걸 다시 창업까지 연결한 셈이네요.
“환경 관련 뉴스를 챙겨보고, 콘퍼런스에도 가봤지만, 환경오염의 위험성만 얘기하지 정작 해결책은 그만큼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환경 쪽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늘 했는데요. 연구만 하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거 같아 환경 관련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아직 학부생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기술 기반 창업을 했지만 대표가 학부생이라는 이유로 처음엔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었는데, 하나둘 성과를 내다보니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부족한 역량은 제조업 스타트업에서 제품 생산을 도맡아 했던 연구원을 영입해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구 성과를 내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환경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는 제 진정성도 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실험실 창업 지원사업(한국형 I-Corps)에 선정된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나요?
“그럼요. 에코텍트는 ‘해외교육형’ 팀으로 선정이 됐는데요. 지난해 미국에서 진행했던 잠재고객군 인터뷰를 지원받았고요. 최근엔 CES에 참가 후 글로벌혁신센터(KIC)에서 ‘성과확산 프로그램’ 교육을 들었는데, 이 역시도 아이코어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 내년 제품 출시 이후 에코텍트의 행보도 기대됩니다.
“매출 목표도 세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점진적으로 생분해성 소재를 확장해 우리의 목표이자 슬로건인 ‘Net Zero to Real Zero’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아직은 친환경이라는 게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등 상대적인 개념이 강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100% 친환경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 또는 한국형 I-Corps)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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