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5편❶ 해양 부표 시장
정부, 친환경 부표 보급 지원 사업 전개
2025년까지 친환경 부표로 대체 목표
비싼 가격과 낮은 내구성 해결해야

지난 2020년, 정부는 2025년까지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어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조금도 책정했다. 하지만 스티로폼 부표보다 비싼 친환경 부표는 어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고, 그마저도 진짜 친환경이라 아니라는 지적까지 쏟아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부표가 잘게 부서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를 위협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표가 잘게 부서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를 위협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양식업 비중이 연근해 어업보다 두배 이상 높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1년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4만1000톤(t)이었는데, 양식업은 233만3000t이었다. 김·미역·다시마 등 해조류 생산량이 178만t으로 가장 많았고, 굴·홍합·넙치·전복을 비롯한 어패류 생산량이 뒤를 이었다.

이 때문인지 양식업에 쓰이는 어구·부표浮漂 시장도 덩달아 성장했다. 그중 굴이나 멍게를 양식할 때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고정하는 부표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0년 43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부표 시장은 1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24.1%에 달한다. 글로벌 부표 시장 성장률(2020 ~2028년·5.5%)을 크게 웃돈다.

양식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표의 재질은 발포 폴리스타이렌(EPS)인데, 쉽게 말하면 일종의 스티로폼이다. 스티로폼 부표는 물에 잘 뜨고 가벼우며, 가격이 저렴하다. 반면 태풍이나 강한 파도에 쉽게 파손되거나 날아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해안가 어디서나 스티로폼 부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단점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파손되거나 날아간 부표가 잘게 부서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거다. 이와 관련한 불명예도 있다. 해양환경공단이 국내 해안쓰레기를 모니터링한 결과, 80% 이상이 플라스틱이었고, 그중 55%가 스티로폼이었다(2021년 기준). 2018년엔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세계 주요 연안의 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인천과 낙동강 하구가 2위, 3위를 차지했다. 이 역시 양식장에서 흔히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주범이었다. 

“2025년까지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를 제로화하겠다.” 2020년 해양수산부는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해 해양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상당량의 부표는 회수·폐기·재활용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함부로 버려졌다.

2015년엔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부표 보급사업’을 도입했다. 2022년까지 전체 부표 중 50%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19년엔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에 이런 내용을 반영했다. 2021년엔 친환경 부표 보급 지원 사업을 본격화했다. 전국 양식장 부표 3941만개 중 571만개를 우선 친환경 부표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예산 국비 200억원도 확보했다. 

관련 시행규칙도 마련했다. 2021년 11월 12일 해수부는 양식장 등 어장에서 이용되는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어장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 13일부터는 수하식 양식장 내에서, 2023년 11월 13일부터는 모든 어장에서 스티로폼 부표를 새롭게 설치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새롭게 스티로폼 부표를 설치한 것이 적발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1차 위반 50만원, 2차 위반 100만원, 3차 이상 위반 200만원)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친환경 부표는 기존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비쌌고, 내구성이 떨어졌다. 환경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지만 경제성을 고려하면 어민들에게 친환경 부표는 여전히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선 스티로폼 안에 건축폐기물을 교묘하게 섞어 만든 부표가 논란을 일으켰다. 건축폐기물인 단열재와 스티로폼을 혼합해 만든 부표였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를 두고 “부표 제작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친환경 부표란 개념도 아직까진 명확하지 않다. 국정감사에선 친환경 부표를 ‘스티로폼이 재질이 아닌 부표’라고 애매하게 정의했다. 그러면서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의 공기주입 후 밀폐한 방식’ ‘작은 공기주머니를 겹쳐 말아 제작한 에어셀’ ‘페트(PET)병을 여러 개 중첩한 제품’ 등을 친환경 부표라고 소개했다. 스티로폼이 아닐 뿐 여전히 플라스틱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셈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 또는 한국형 I-Corps)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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