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 尹의 처방전➋ 감세
침체 가능성 높아진 한국 경제
법인세 인하 효과 나타날지 의문
난방비 인상에 취약계층 부담 ‘껑충’
실패했던 낙수효과 이번엔 발생할까

감세. 한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이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낮춰 기업과 시장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거다. 문제는 감세정책의 효과가 정부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느냐다.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경기침체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경기침체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경제에 침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022년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을 버티며 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다. 3고의 뒤를 따르는 침체가 한국 경제를 덮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징조는 이미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9.5% 감소했다. 10월 -5.8%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환율의 영향으로 수입액이 증가하면서 2022년 무역수지는 473억3000만 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고꾸라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쓸었던 2008년(–132억6700만 달러) 이후 14년 만이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 증가율이 -14.0%(사상 최저치)였던 지난해 11월엔 경상수지도 -6억2000만 달러로 고꾸라졌다. 4월(-7900만 달러)과 8월(-30억4900만 달러)에 이어 3번째 적자다. 경상수지가 한해 3차례 이상 적자를 낸 건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엔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부진했다. 


3고 현상이 멈춰 설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외환위기(7.5%) 이후 최고치인 5.1%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민생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가계부채 폭탄은 서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는 1870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자라도 낮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여전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셈이다. 기준금리를 따라 대출금리도 치솟고 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서민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요금, 가스비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난방비 폭탄’은 취약계층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소득이 낮을수록 난방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0만288원으로 처분가능소득(84만7039원)의 11.8%를 차지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연료비는 16만6915원으로 가처분소득(846만9997원)의 2.0%에 불과했다. 2분위는 5.2%, 3분위와 4분위는 각각 4.0%, 3.1% 등 소득이 낮을수록 가처분소득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진통 끝에 여야가 법인세를 낮췄지만, 인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진통 끝에 여야가 법인세를 낮췄지만, 인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논란을 인식한 듯 정부는 지난 26일 1분기 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노인 질환자 등 더위·추위 민감계층 177만6000가구에 난방비 지원금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한국가스공사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의 가스요금 할인폭을 올 겨울에 한해 기존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한시적인 조치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서민의 부담을 키우는 에너지 요금 현실화는 현재로선 피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세계은행(WB)은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이와 함께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2.4%) 대비 5분의 1 수준인 0.5%로 하향 조정했고, 중국의 성장률도 5.3%에서 1%포인트 떨어진 4.3%로 예상했다. 2023년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을 경기침체를 일으킬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악화할 게 뻔하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하며 침체를 예고했다. 이를 방증하듯 수출 부진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8.8% 줄었다. 

그렇다면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윤석열 정부의 해법은 무엇일까. 윤 정부의 정책은 감세와 규제 완화 두개로 요약할 수 있다. 이중 감세정책을 살펴보자. 윤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 소비 침체를 막고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감세정책은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다. 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다.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였다. 통상적으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17억원에서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법인세도 인하했다. 윤 정부는 지난 7월 영업이익 30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골자로 삼은 법인세법 개정안은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인세 인하율은 야당의 반대 탓에 정부의 계획보단 축소됐지만 모든 구간에서 법인세를 1%포인트씩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문제는 이런 감세정책이 윤 정부의 기대만큼 효과를 낼 수 있느냐다.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엇보다 고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낮아 세금을 낮춰도 내수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낮다.

이는 2005년 정부(당시 재정경제부)의 분석을 통해서도 밝혀진 내용이다. 그 내용의 일부를 보자. “일반적으로 감세정책은 근로의지와 투자의욕을 고취하는 장점이 있지만, 감세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가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감세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집중돼 소득양극화를 심화하고, 재정건전성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법인세를 낮춘다고 해서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건 아니다. 되레 사내 유보금을 쟁여놓는 데 급급한 기업들이 많았다. 이는 법인세 인하책과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를 내세운 이명박(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MB 정부는 2008~2009년 과세표준 2억원 이하 법인세를 13%에서 10%, 최고세율은 25%에 22%로 각각 3%포인트 낮췄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2012년까지 아낀 법인세는 총 26조7000억원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는 이전보다 감소했고, 고용도 제자리걸음을 거듭했다. 반면,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65조3000억원에서 2011년 165조3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MB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줄어든 세수는 박근혜 정부가 서민증세를 통해 충당했다.

2015년 담뱃값을 한갑당 20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린 게 대표적이다. 해외 사례도 있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5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감세 조치가 투자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투자에는 보유 현금의 20%만 사용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 증가로 이어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며 “기업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투자와 고용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선 정부가 노리는 낙수효과는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며 “지금이 감세정책을 사용할 때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감세 정책의 부메랑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게 세수 감소다. 윤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라 당장 올해부터 세수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면 안정적인 재정이 필수인데, 윤 정부는 ‘반대길’을 선택했다. 더구나 감세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반대방향’이다. 


그렇다면 윤 정부는 지금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재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일 한국기술대(산업경영학)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경기침체기를 잘 버틸 수 있는 정책”이라며 말을 이었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취약계층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인프라 투자 등 당장 돈을 투입할 필요가 없는 재정을 줄여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정책에 사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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