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넥타이 매고 헬멧 쓴 언성히어로
숱한 언성히어로에게 보내는 응원

건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 구조물들은 세계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 구조물들은 세계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호주의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 런던의 대영박물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의 랜드마크다. 어느 지역을 설명할 때, 세계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랜드마크는 시대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구조물들이 주를 이룬다. 

랜드마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인류와 함께 숨 쉬듯 존재하는 구조물들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과 관련된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매일 출퇴근에 이용하는 지하철, 장거리 이동을 돕는 고속도로와 KTX, 많은 이가 거주하는 아파트나 빌라 등은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구조물들이다. 그런가 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송배전망, 땅 밑의 광통신망과 지역난방관 등 한순간이라도 멈추면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인프라들도 있다.

“넥타이 매고 헬멧 쓰고 공구리 치는 게 어때서!” 신간 「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은 도시와 문명을 돌아가게 하는 건축물과 인프라를 짓는 건설 엔지니어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중동, 유럽, 아프리카, 서남아, 동남아에서 지하철, 발전소, 해저터널, 육·해상교량 등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해온 저자가 ‘건설 엔지니어’라는 직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건설 엔지니어는 눈에 띄는 직업이 아니다. 유명 건축가처럼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거나 개개인이 주목을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즐비한 아파트 단지, 수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 초대형 해상풍력 발전기, 야심찬 수백조원짜리 프로젝트까지, 건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 구조물들은 세계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 

저자는 “누군가 공구리(콘크리트) 치는 것이 건설 엔지니어의 일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예스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리고 공구리 치는 일은 매우 철저하게 수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라며, 철근콘크리트를 사랑하는 건설 엔지니어로서 강한 자긍심을 드러낸다.

누구에게나 초보인 시절이 있듯 저자 또한 프로페셔널한 건설 엔지니어가 되기까지 적잖은 성장통을 겪었다. “건설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지하철 현장에 갔을 때, 하이바(파이버 헬멧을 공사현장에서 부르는 말)를 처음 썼을 때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 내가 선택한 건설 직업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막연하고 숨 막히는 느낌 말이다.” 저자는 포클레인 버킷에 매달렸던 아찔한 순간부터 직접 만든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보람까지, 15년간 쌓인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며 세상의 모든 초보자를 위로한다. 


이 책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수많은 ‘언성히어로(Unsung Hero)’에게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건축물을 짓는 일 역시 작은 건축물이라고 할지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철근과 콘크리트가 각자의 취약점을 보완하듯 건설 현장의 모든 사람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믿고 각자 맡은 바를 해내야 안전하게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다.” 저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현대 문명을 받쳐주는 구조물처럼, ‘이름 없는’ 엔지니어들이야말로 인류가 매일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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