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7편 ➋인터뷰
전종현 ㈜팀모노리스 대표
개발 과정부터 교사들과 협업
실시간 연동 클래스룸 개발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최첨단기술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하나둘 바꿔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을 넘어 이젠 다양한 IT 기기가 수업에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목표와 속도에 비해 학교 현장은 혁신의 속도가 더디다. 전종현(27) ㈜팀모노리스 대표가 공교육 정보 교육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종현 ㈜팀모노리스 대표는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클래스룸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전종현 ㈜팀모노리스 대표는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클래스룸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몇 년 전부터 코딩 교육이 열풍입니다. 
“2018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의무화했습니다. 선택 교과였던 ‘정보’ 과목을 필수 교과로 개편한 거죠.”


✚ 교육도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잖아요.
“네. 그래서 정부의 교육 정책도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 학교가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요?
“그렇습니다. 교육 현장의 변화보다 교육 정책의 변화가 훨씬 빠릅니다.”


✚ 현장이 정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인가요?
“정부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코딩(Coding)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그걸 가르칠 수 있는 정보 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코딩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고요. 실제로 ‘당장 다음 학기부터 수업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교과서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난감하다’는 고민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세요?
“2018년에 정보 과목이 의무 교육으로 바뀌었지만, 그전 10년 동안 해당 과목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과목이 없으니 정보 교사 수도 점점 줄었겠죠?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과목이 부활하니 교사 수가 부족할 수밖에요. 그렇다고 신규 임용에서 정보 교사만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 균형이 안 맞겠죠.
“그런 이유로 코딩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정보 교사 수가 수요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놓인 겁니다. 정보 교사가 한명도 없는 학교도 숱하고요. 교육청에 소속돼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업하는 교사도 많습니다.”


✚ 그런데 대체 코딩이 뭔가요? 사실 아직도 코딩이란 개념이 좀 생소합니다.
“코딩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컴퓨터공학자나 개발자들이 쓰던 것이었는데,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일반 학생에게도 가르칠 필요성이 생겼죠. 하지만 수요에 따라 그걸 습득하는 방법이 달라서 이를 대처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 설명이 좀 필요할 듯합니다.
“개발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일자리를 얻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코딩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겐 한군데 모여서 수업받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혼자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온라인 문제 풀이를 하는 등의 형태가 훨씬 효과적이죠.”


✚ 학생들은요?
“반면 비전문 학습자인 학생들은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잖아요. 모두가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글로벌 트렌드와 공교육의 의무 교육으로 수많은 비전문 학습자가 생겼고, 또 매년 새로운 학습자가 유입되고 있지만 그들의 학습 의지나 목표는 개발자와 비교했을 때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 그렇겠네요. 목표 자체가 다르니 학습법도 달라야겠네요.
“맞습니다. 그럴 땐 한 명의 교사(강사)가 다수의 학습자에게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코딩 특성상 한명의 교사가 여러명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습니다.”

✚ 왜죠?
“코딩 수업을 주로 컴퓨터실에서 하는데, 그때마다 코딩 환경을 세팅해야 합니다. 수업 중에 사소한 오류라도 발생하면 질문이 쏟아지고, 정보 교사는 그 질문에 답하느라 제대로 된 수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들(코딩하는 친구들·codle)’을 개발했습니다. 교실에서도 학교 컴퓨터실에서 배울 때보다 훨씬 나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코들은 ㈜팀모노리스가 개발한 실시간 ‘다多대 1’ 클래스룸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다. 로그인만으로도 코딩 환경에 접속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학생별 코딩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제 정·오답, 실행코드, 실행시간 등의 학습 데이터들이 교사에게 전달돼 다수의 학습자를 관리하는 데 용이하다.

✚ 코들을 개발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코딩은 다른 과목들과 달리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활용해야만 실습과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 과목들에 비해 자유로운 혁신이 가능해 새로운 교수법과 학습 방법을 향한 요구가 높습니다. 보수적인 다른 과목들에 비해 저항이 적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 현재 코들을 사용하고 있는 학교가 있나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여러 인공지능 거점학교 등 전국 25개 중·고등학교에서 코들을 사용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정식으로 도입해 모든 학생이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고려대·경인교대 등 5개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사용했습니다. 올해는 1학기에 100개교에서 사용할 예정입니다.”


✚ 실제 사용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아직도 코들의 모든 기능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게 우리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코딩이 생소한 과목인 데다 클래스룸 SaaS라는 게 복잡하거든요.”

✚ 그 허들을 넘는 게 숙제이군요.
“코들을 개발할 때부터 교사들과 협업했습니다. 실제 수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고요. 콘텐츠는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어요. 직접 시·도교육청이나 지역 교사연구회를 대상으로 코들을 사용해 파이선(프로그램 언어 중 하나·Python)과 인공지능 수업을 하는 연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용해 보신 분들께서 자체적으로 연수를 진행해 방법을 공유해주시기도 하고요.”

✚ 자체적으로 연수를 한다니, 대단한 바이럴 마케팅인 데요?
“네, 그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마케팅이 가장 어렵습니다. 취업 경험 없이 바로 창업해서일까요?”


✚ 취업 경험이 있다고 해도 창업은 또 다른 세계죠.
“다행히 예비창업 단계에서 실험실 창업 지원사업(한국형 I-Corps)에 선정돼 스타트업을 스타트업답게 운영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나 방법론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 팁스(Tips)에 선정되고, 2022년 6월엔 시드 투자를 받았는데, 좋은 발판이 된 거 같습니다.”


✚ 2021년에 창업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팀모노리스라는 회사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에서 따왔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돌기둥 모양의 가상물체가 모노리스인데요. 지구에서 생명체와 접촉해 지적 진화를 조장합니다. 팀모노리스는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교실’ 코들을 통해 교육과 학습의 과정들을 혁신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 또는 한국형 I-Corps)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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