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공화국 현주소➌
비주얼로 본 편의점 창업의 민낯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 격차
본사에 책임 묻기 어려운 현실
편의점 창업과 기울어진 운동장

프랜차이즈 본사는 원칙적으로 예비 가맹점주에게 가맹점의 예상 매출액과 그 산출 근거를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랜차이즈 본사는 원칙적으로 예비 가맹점주에게 가맹점의 예상 매출액과 그 산출 근거를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가맹사업법상 프랜차이즈 본사는 예비 가맹점주에게 가맹점의 예상 매출액과 그 산출 근거를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창업 과정에선 예상 매출액을 구두로만 알려주거나, 예상 매출액이 실제 매출액과 격차가 큰 경우가 적지 않다.

# 문제는 가맹점주로선 본사가 제공한 것 외엔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본사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이 크게 다르더라도 본사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가맹점주는 애시당초 기울어진 테이블에서 창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 더스쿠프는 532호 표지이야기에선 편의점 창업 시장의 문제점과 편의점 폐업이 줄을 잇는 이유를 살펴봤다. 끝으로 편의점 공화국, 한국의 현실을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했다. 

■ 가맹점주의 사례= A씨는 “일매출 130만원은 나올 것”이라는 본사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편의점을 창업했다. 하지만 실제 일 매출액은 70만원에 불과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A씨는 희망폐업을 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본사에 8100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본사가 부담한 시설‧인테리어비용의 법정 잔존가와 본사의 기대이익 상실분을 포함한 금액이다.

결국 A씨는 공정거래지원센터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위약금 1200만원을 감면 받았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 본사가 예상 매출액을 구두로 전달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이 때문에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이 달라도 본사의 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다. 가맹점주가 본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싶다면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이 또 필요하단 거다.

■ 자율규약의 허점 =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을 체결했다. 여기엔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50~100m) 고려해 출점 ▲편의점 출점 기준 정보공개서에 기재 ▲경영 악화로 폐업 시 위약금 감면 ▲매출 부진 점포의 심야 영업 강요 금지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한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담배 소매인 거리가 50m에 불과하다. 담배 소매인 거리는 각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서울‧경기‧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100m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50m 거리만 떨어져 있으면 다른 브랜드 편의점 출점이 가능하다.


동일 브랜드 간 출점 거리 제한도 유명무실할 때가 많다. 대부분 편의점은 자사 가맹점이나 직영점 간 250m 거리 제한을 두고 출점한다. 하지만 점주의 동의를 구할 경우 출점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갑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가맹점주로선 동의를 구하는 본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자율규약에 따르면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분쟁조정위원회는 본사 주도로 구성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일본 사례와 전문가 제언 = 결국 편의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본사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편의점 본사가 출점 경쟁을 지양하고, 가맹점의 내실 있는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점주에게 제공되는 창업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다. 점주의 손해에 대해 본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편의점은 창업의 문턱이 높다. 점주가 부담해야 할 창업비용 부담이 크고, 15년 단위 장기 계약을 맺는다. 아무나 창업할 수 없으니 과당 경쟁에 내몰릴 우려가 적다. 점주 부담이 큰 만큼 본사가 최저수익을 보장해 주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일본 사례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긴 어렵지만, 곱씹어 볼 점은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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