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파고드는 대화형 AI
AI 리포트 판별 가능할까
생성 AI의 진화와 인간의 대응

교육계가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나 과제를 완성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합의조차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챗GPT가 쓴 글을 식별해낼 방법을 찾는 것도 교육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AI 솔루션 개발업체 셀바스에이아이의 이정민 영업전략개발 이사를 만나 구체적인 방안을 물어봤다.

챗GPT로 과제를 해 오는 학생이 늘면서 교육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챗GPT로 과제를 해 오는 학생이 늘면서 교육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 챗GPT가 사회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가 그렇다. 해외에선 대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를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맞다. 요즘 국내 대학들이 학생들의 챗GPT 사용이 적절한지를 최우선 의제로 두고 논의하고 있다.”

✚ 무엇보다 리포트를 챗GPT가 썼는지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방법이 있나.
“챗GPT가 쓴 문장은 특정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이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도교수가 자신이 낸 과제를 챗GPT에 직접 입력해 본 뒤, 그 결과물을 학생들이 써온 리포트와 대조해 보는 거다.”

✚ 그럼 식별이 가능한가.
“챗GPT에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져보면 된다. 쓰는 단어만 살짝 바뀔 뿐 글의 전개 방식이나 단락을 나누는 패턴이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교수가 챗GPT의 답을 알고 있다면 리포트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해 학생들이 AI의 답을 베껴왔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AI가 만든 ‘족보’를 잡아내는 과정인 거다.”

✚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 챗GPT가 내놓은 리포트를 자신의 글쓰기 방식으로 다시 써오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반복적 확인’ 방법으론 챗GPT를 사용한 학생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학생들의 리포트와 AI가 만든 답변 간의 유사도를 비교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건 챗GPT 같은 대화형 AI 기술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개발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앞서 설명한 방식과 비슷하다. 교수가 아니라 프로그램이 ‘식별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프로그램이 챗GPT한테 질문하고, 그 결괏값을 리포트와 비교해 두 자료 간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 이 방식의 문제점은 없나.
“유사도의 기준치를 어디까지 책정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 프로그램을 채점 기준에 어느 정도까지 포함할 건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는 학생과 교수, 대학 간의 합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또 대화형 AI의 수준이 점점 정교해지는 만큼 이에 발맞춰 프로그램도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정민 이사가 말한 대로 국내외 대학들은 최근 챗GPT 같은 대화형 AI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최우선 의제로 두고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전남대에선 핵심 보직교수들이 챗GPT 설명회에 참석해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전남대는 AI 단과대학과 AI 전공교수 등을 총동원해 기술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고, 향후 챗GPT 이용과 제약, 윤리적 문제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 챗GPT의 부작용이 크다고 보는가.
“그렇게만 보긴 힘들다. 구글·네이버 등 검색 포털이 나오기 전을 생각해 보면 된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자료를 찾던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료 검색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이젠 리포트를 쓰기 위해 누구나 구글과 네이버로 자료를 검색하지 않는가. 대화형 AI의 등장으로 머지않아 공부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 무슨 패러다임 말인가.
“챗GPT는 질문을 간단하게 입력하면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질문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변수를 통제하는 등 질문의 질을 높이면 그만큼 질 높은 답변을 한다. 쉽게 말해 좋은 질문을 던질수록 좋은 답을 한다는 얘기다. 답을 잘 말하는 것보다 질문을 잘하는 게 중요해진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어쨌거나 AI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 같다.
“그렇다. AI란 새로운 기술에 경계심을 키우기보단 어떻게 활용해야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논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산업이 대화형 AI에 대처하는 방식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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