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상담법 23편
새로운 관계 맺는 새 학기
새 친구들과 단톡방 열려
사이버상의 소통 한계 많아
상처 주고받지 않고 소통하려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문자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게 더 편하다는 거다. 하지만 ‘사이버상에서의 소통’엔 한계가 있다. 표정이나 말투가 전달되지 않으니 오해가 생기기 쉽다.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표정이나 말투가 전달되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소통은 한계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표정이나 말투가 전달되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소통은 한계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느덧 3월이다. 올해 1월 1일이 일요일이어서인지 유독 분주하게 한해를 시작한 듯하다. 필자는 1년 중 첫 세달이 지나가는 게 유난히 더 아쉽다. 누구나 그렇듯 새해 다짐을 하고, 목표를 위해 준비하다 보면 불현듯 3월이 다가온다. 마치 “공부하자”고 마음 먹고, 책을 사고, 자료도 모았지만 정작 공부는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시험기간이 다가온 느낌이랄까.  

필자가 이처럼 3월에 의미를 두는 건 아마도 청소년들과 부대끼며 지내기 때문일 거다. 아이들에게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은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다. 학급이나 학년이 바뀌다 보니 그만큼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른바 ‘새 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도 적지 않은 만큼 이 시기엔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아이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새 친구를 사귀고 삼삼오오 모여 휴대전화 ‘단톡방’도 만든다. 그런데 이 단톡방이 아이들에게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이야기할 주제는 단톡방이나 SNS 등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는 대화’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단톡방에서 여러 정보를 공유한다. 또 관심사를 두고 논쟁을 펼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아도 단톡방을 주시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언급했듯 이런 단톡방(사이버상의 대화)엔 긍정적인 측면만큼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필자는 여러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단톡방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다가 오해가 생기거나 절연하는 사례를 숱하게 접했다. 심한 경우 단톡방에서 비롯된 친구와의 갈등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이버 폭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실제로 사이버 폭력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고, 그에 따른 피해도 간과하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7.1%, 중학생의 22.9%, 고등학생의 20.1%가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폭력이 주로 일어나는 채널은 ‘문자·인스턴트메시지(55.6%)’였다. 이어 ‘SNS(34.5%)’ ‘온라인 게임(18.4%)’ 등의 순이었다. 또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은 부정적인 심리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수심이 생기거나(34.1%)’ ‘우울 불안 등을 경험하거나(31.7%)’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26.4%)’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사이버상에서 소통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필자는 ‘비대면 소통’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톤이나 표정, 몸짓 등도 함께 주고받는다. 하지만 사이버상에선 그렇지 않다.

이모티콘으로 그 한계를 보완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내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덴 한계가 있다. ‘읽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일례로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서 “조금 이따가 보자^^”라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보고 ‘친구가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만났을 땐 우울해하거나 피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사이버상에서 글자만으로 소통하다 보면 서로 오해하기 쉽다. 

상담실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중학교 2학년 민하(가명)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민하는 평소 얼굴만 알고 지내던 친구 A로부터 처음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새 학년에 같은 반에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A는 민하에게 “뭐해?”라고 카톡을 보내왔다.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민하는 당황했고,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한참 후에야 “밥 먹어”라고 답장을 보냈는데, 이후 A는 답이 없었다. 민하는 이른바 ‘읽씹’을 당했다면서 속상해 했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당황해 답을 늦게 한 것뿐인데…. ‘답장이 늦어서 화가 난 건지’ ‘밥 먹는다고 답하면 안됐던 건지’ ‘왜 답이 없는지 물어봐도 되는지’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이런 내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진다.” 평소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민하에게 사이버상의 소통은 더 큰 장벽으로 다가왔던 셈이다. 

상담을 통해 만난 고등학교 2학년 경민(가명)이는 성격이 쾌활하고 친구도 많은 아이였다. 그런 경민이는 최근 친구 B 때문에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B는 평소 욕을 잘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못생겼다”는 둥 장난을 잘 치는 아이였다. 경민이 역시 B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장난을 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엔 ‘읽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되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엔 ‘읽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되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단톡방에선 뭔가 달랐다. 어느날 B가 단톡방에서 경민이를 대상으로 장난을 쳤다.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장난이었는데 아이들이 ‘ㅋㅋㅋㅋ’ ‘재밌다’ 등의 댓글을 달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조롱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민이는 “기분이 너무 나빠 B를 때려주고 싶었다”면서 “함께 웃는 아이들도 모두 한통속 같아서 학교도 가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얼굴을 보고 직접 말로 들었다면 웃어 넘길 수 있는 일도 사이버상에선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사이버상의 대화엔 수많은 오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서로 상처주지 않고 소통하기 위해서 우린 무얼 해야 할까. 필자는 메시지를 보내기 전 한번 더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특히 요즘 같은 새 학기엔 수많은 새로운 단톡방이 열리고, 그곳엔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상처를 입히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힐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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