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상한 택시 셈법➊
택시 대란에 정부 대책 내놨지만
승차난 해소 효과 뒤에는 부작용
요금 인상·개인택시 부제 해제가
택시 업계 나비효과 일으킨 상태
‘공급 과잉’ 빠진 택시 어쩌나

올해 2월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사진=연합뉴스]
올해 2월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사진=연합뉴스]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좀 더 많은 택시 기사를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 중 ‘가격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공요금이 인상돼 허리가 휠 지경인데, 택시요금까지 올랐으니 그럴 법도 하다. 택시 승차난을 잡겠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공급전략’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2021년 겨울, 서울ㆍ인천ㆍ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택시 대란이 발생했다. 승객들이 몰리는 심야 시간(밤 10시~새벽 3시)에 택시가 없어서 못 타는 현상이 벌어진 거다. 택시호출앱을 이용해도 한시간 이상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 건 물론 대로변에서도 빈 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19 이후 택시업계를 덮친 불황이 길어지면서 택시기사들이 하나둘씩 운전대를 놓은 결과였다.

택시기사들이 수익이 좀 더 좋은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등 물류 업종으로 옮겨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 26만9591명이었던 전국 택시 운전자 수는 2022년 1월 24만 175명으로 4년 새 10.9% 감소했다.

일시적 현상에 그칠 줄 알았던 심야 승차난은 뜻밖에도 수개월 넘게 이어졌다. ‘두시간 거리를 걸어서 귀가했다’ ‘새벽에 따릉이(서울시 공용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더 이상 예삿일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불편이 극에 달하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22년 여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택시업계ㆍ지자체와 함께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진통 끝에 ▲택시 요금 인상(기본ㆍ심야할증) ▲개인택시 심야운행조 투입 ▲심야 탄력호출료 도입 ▲개인택시 3부제 해제(승차난 발생 지역 한정) 등의 방책이 마련됐다. 

정책효과는 나타났다. 국토부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심야 시간 택시의 배차성공률은 이전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10월 평균 32%였던 배차성공률은 11월 둘째주 45%→12월 둘째주 69%로 두배 넘게 상승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인 편의성도 높아졌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혜림(25)씨는 “홍대 앞에서 자취방까지 20분이 걸리는데, 예전에는 (앱으로) 아무리 호출해도 잡히지 않던 택시가 요즘은 한번에 잡힌다”면서 “확실히 택시 잡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 그늘➊ 소비자 부담 증가 = 하지만 정부 정책이 긍정적 효과만 불러온 건 아니다.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물론 택시기사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는 나름의 고충을 떠안았다. 먼저, 시민들은 가파르게 오른 택시요금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정부는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 10월 말부터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을 밤 10시~새벽 4시로 종전(밤 12시~새벽 4시)보다 두시간 확대했다. 승객 수요가 정점을 찍는 오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할증률을 기존(20%)의 두배(40%)로 높였다. 아울러 지난 2월부터는 일반 중형택시의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더 올렸다(서울시 기준). 

개인택시 부제 해제는 택시 업계에 나비효과를 불러왔다.[사진=연합뉴스]
개인택시 부제 해제는 택시 업계에 나비효과를 불러왔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에서 영등포구로 출근 중인 직장인 김지현(31)씨는 “가뜩이나 공공요금이 올라 형편이 빠듯한데 택시요금마저 오르니 이제는 택시를 타는 게 망설여진다”며 “원래는 1만4600원 정도 나왔던 심야 택시요금이 이젠 1만9000원에 육박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제는 앱을 이용하지 않고 거리에서 빈 차를 타면 될 정도로 택시 타기가 수월해졌지만 문제는 금액”이라면서 “요금이 오른 다음부터는 2주에 한번 정도로 택시 이용횟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혜림씨도 “집이 멀리 있는 친구들은 지하철 막차 시간에 맞춰 귀가하거나 다른 친구 집에서 밤을 새우는 식으로 교통비를 아낀다”고 거들었다. 

■ 그늘➋ 법인택시 어려움 가중 = 이같은 택시요금 인상의 여파(소비자 부담 증가→택시 이용 빈도 감소)를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건 택시업계 종사자들이다.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법인택시회사 ‘삼환운수’의 이성우 상무는 “현장에서 운행하는 기사들이 심야 할증 확대, 기본요금 인상 이후 콜(호출) 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면서 “우리 회사도 전체 매출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지만 택시 수요 자체가 줄면서 할증이 없는 주간 운행조엔 타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물론 요금 인상으로 인한 탑승객 감소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했던 2013년과2019년의 경우, 요금을 올리고 2~3개월 뒤 택시 수요가 평상시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다만, 택시업계 안팎에서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는 건 살펴봐야 할 점이다. 택시 운행 대수가 단기간에 급증해 심야 시간대 ‘초과 공급’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에 부담을 느낀 손님은 주는데 판매원(택시기사)은 넘쳐나는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단 얘기다.

이같은 택시 공급 과잉 문제를 부채질하는 요소는 또 있다. 50년 만에 이뤄진 개인택시 부제 해제다.

개인택시 부제란 택시기사들을 몇개의 그룹으로 묶어 며칠에 한번씩 해당 그룹을 쉬게 하는 제도다. 가령, 3부제를 운영했던 서울시의 개인택시 기사는 이틀 운행 후엔 반드시 하루를 쉬어야 했지만, 지난해 11월 22일 전국 114개 지자체의 부제가 풀리면서 이 원칙이 사라졌다. 

이런 개인택시의 부제 해제는 공급량을 늘려 법인택시 기사들의 ‘벌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보다 더 많은 개인택시 기사들이 피크타임(밤 10시~새벽 2시) 시간에 가세하면 경쟁이 치열해질 게 분명해서다. 법인택시 회사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법인택시가 개인택시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선 운행 대수를 늘려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 법인택시 회사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택시를 가동하고 싶어도 운행할 기사가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 10만명을 넘었던 전국의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20년 2월 9만6709명으로 줄어들더니, 2021년 5월 8만2828명→2022년 12월 7만852명까지 쪼그라들었다(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설사 기사 수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법인택시의 수익성이 곧바로 좋아질 것이란 장담을 할 순 없다. 심야 시간 택시의 총공급량이 늘어나는 만큼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출혈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정리하면 법인택시 회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숨 쉴 구멍은 과연 마련돼 있는 걸까. 파트2에서 자세한 내용을 이어가겠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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