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세금·수수료 먼저 고려해야
CS 사례처럼 채권도 손실 가능
미 국채 팔기 시작한 중국의 속내

안전자산을 향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안전자산은 안전성과 유동성 수준에 따라 가격과 수익성이 정해진다. 국채처럼 특정한 금리의 기준이 되거나 담보 역할도 한다. 국내 금융 안전자산의 경우, 일반 가계의 보유율은 5% 미만이다. 안전자산의 범위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1990년대 한국에서 회사채는 안전자산이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접이 달라졌다. 지금 안전자산은 과연 안전한 투자처일까.

크레디트스위스 회사채 20조원이 상각되면서 안전자산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크레디트스위스 회사채 20조원이 상각되면서 안전자산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현금의 귀환=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지금, 현금 선호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도, 가계도 현금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가 지난 6일 전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404명에게 ‘올해 투자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본 결과, 전문 투자자의 65.0%, 개인 투자자의 66.0%가 “현금 보유 비율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지금이 금리인상 국면이라는 점과 불안한 투자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정도의 가치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21일 현재 국민은행의 1년 만기 국민수퍼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70%다. 신한은행의 1년 만기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3.45%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50%인데, 현재 대형 은행들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다. 지난해 한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1%였기 때문에 은행 예금에 현금을 넣어 놓으면 1년 후 가치는 떨어진다. 

■ 금과 세금=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 항상 우상향한다. 최근 1년간 금 가격은 크게 변했다. 지난해 4월 18일 온스당 1982.90달러를 기록한 금 가격은 이후 6개월 동안 하락해 11월 3일 온스당 1630.90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최근 다시 상승해 20일 온스당 1982.80달러까지 올랐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급등했다. KODEX 골드선물(H) ETF는 일주일 새 8.5% 상승했다. 

금 투자는 세금과의 싸움이다. 골드바를 한국조폐공사, 은행 등에서 구입할 경우 부가가치세 10%, 구입처 수수료 5%가 부과된다. 금 현물로 수익을 내려면 구입 시점 대비 가격이 최소 15% 이상 올라야 한다.

작은 단위도 구매할 수 있는 골드뱅킹은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 부가가치세 10%, 수수료가 부과된다. 펀드, ETF 등도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를 과세한다. 연간 금융소득 합계가 2000만원 이상인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 주식에 밀린 회사채=안전자산은 일정하지 않다. 1990년대 한국 금융회사는 대기업의 회사채를 국채보다 선호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차입 경영을 해오던 대기업들은 1996년에만 회사채를 전년보다 무려 43.8% 더 발행했다. 리스크는 부도난 회사의 회사채를 가지고 있던 은행들로 번져나갔다. 

적정 등급 이상의 신용도를 보유한 회사채는 항상 주식보단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누적 적자와 유동성 위기로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크레디트스위스(CS)가 20일 UBS에 인수되면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이 상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해당 채권은 신종자본증권(AT1)으로 일종의 후순위 채권이다. 회사채 투자자들은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동의 없이 상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고 투자했다.

그렇지만 20조원 이상의 채권은 소멸되는데 반해 크레디트스위스 주식은 UBS 주식으로 지급되면서 반발이 거세졌다. 채권 시장의 신뢰에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이른바 채권 공포지수인 메릴린치의 MOVE 지수는 한달 새 52.68% 상승하고, 최근 5일 동안 5.21% 상승했다. 

■ 불안한 미국 국채=일본에 이어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최근 미국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6개월 연속으로 감소해 올해 1월 말 기준 8594억 달러(약 1120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7월 9392억 달러 수준이었다. 중국이 6개월 동안 팔아 치운 미국 국채 규모는 800억 달러다.  

중국이 미 국채를 팔면, 미 국채의 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이 미 국채를 팔면, 미 국채의 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안전자산이 안전성과 유동성으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했는데,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팔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팔고 싶어도 시장 유동성이 부족해 구매자를 찾지 못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이는 다시 채권의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채권 금리가 미 정부의 통화정책과는 별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은 미 재무부가 구매자를 찾지 못한 국채를 사들여 달라고(바이백) 요구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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