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가속화하고 있지만
아직 디젤차 따라잡기엔 역부족
환경오염 주범 작용하는 디젤차
수입 브랜드 한국서 ‘떨이 판매’
유럽산 디젤차 마케팅 괜찮을까  

자동차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850만2000toe(이산화탄소상당량톤ㆍ2021년 기준)에 이른다. 10대 산업 중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래서인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규제에서 자동차 산업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부도 글로벌 트렌드를 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완성차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디젤(경유)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완성차기업들은 ‘클린 디젤’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집중적으로 디젤차를 출시했다.[사진=연합뉴스]
유럽 완성차기업들은 ‘클린 디젤’을 내세워 한국 시장에 집중적으로 디젤차를 출시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면서다.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올해 하반기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는 ‘전기차 패리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무게추가 전기차로 옮겨간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있다. 각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여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자동차는 핵심 규제 대상이다. 자동차의 탄소배출량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 운송ㆍ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93%는 도로 위 자동차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탄소중립이 글로벌 어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전기차와 같은 무공해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이런 트렌드가 흐르고 있다. 2022년 기준 40만대에 이르는 누적 전기차 판매량, 20만기를 넘어선 전기차 충전기가 국내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전기차 구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시점이다. 올해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67만대로 지난해보다 27만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제조사별로 대량 생산 체제가 정착하면서 전기차 공급량이 늘어나고, 그만큼 보급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의 ‘전기차화’를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니, 소비자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이 줄어들기 전 하루라도 빨리 전기차를 구입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통계부터 살펴보자. 2022년 국내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2550만3000대를 기록했다.

그중 친환경차(전기차ㆍ수소차ㆍ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은 6.2% (1590만대)였다. 친환경차 중에서도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39만대)로 나타났다. 통계의 의미는 명확하다. 전기차의 기세가 아무리 뜨겁다 해도,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을 따라잡기엔 아직 멀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화물차와 같은 생계형 디젤(경유) 트럭이 노후화하면서 내연기관차로 인한 환경오염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디젤차는 가솔린(휘발유)차보다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젤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인데, 환경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질소산화물이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오존층 파괴, 스모그 등을 불러온다. 세계 각국이 디젤차의 운행을 규제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린 만큼 디젤차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린 만큼 디젤차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노후화한 디젤차에 매연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규정을 만들고, 폐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규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건설기계나 대형 트럭 등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종은 전기ㆍ수소 트럭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내 완성차기업들도 발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차그룹은 2020년 말부터 디젤엔진의 신규 개발을 중단했다. 아울러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신형 디젤차의 제작ㆍ생산을 줄이면서 디젤차의 ‘퇴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건 다름 아닌 수입차 때문이다. 10여년 전 이른바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유럽 완성차기업들이 디젤차를 대거 수출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수입산 디젤차가 대폭 늘어났다. 아이러니한 점은 여기서부터다. 

오늘날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디젤차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유럽연합(EU)의 기조에 맞춰 디젤차 생산을 감소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 시장에선 자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디젤차 모델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디젤차의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가격까지 낮추면서 ‘밀어내기식’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가성비’가 좋으면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는 국내 소비자에게 통하고 있다. 유럽 제조사 입장에선 말 그대로 ‘생큐’인 상황이다. 한국 소비자를 통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재고를 처리하고, 이윤은 되레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유럽 제조사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디젤차 ‘떨이판매’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안타깝다. 

결국 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 디젤차 구입을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디젤차는 미래 세대에게 발 빠르게 다가오는 ‘암’과 같은 존재라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단체의 임무도 막중하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환경을 위해 디젤차의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는 홍보ㆍ캠페인 활동에 힘써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도 좀 더 필요하다. 정부는 디젤차에 적용하는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지금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차종별로 규제 장치를 따로 둔다거나, 세부적인 판매 중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과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 새로운 ‘룰’을 만들면, 유럽의 제조사들도 마땅히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을 거다. 우리 국민이 전기차 시대에 무리 없이 적응하고,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유럽산 디젤차의 문제점을 되짚어봐야 할 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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