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롯데웰푸드
롯데그룹의 모태 롯데제과
56년 만에 사명 변경
종합식품기업으로 변모
해외 시장 진출 본격화 계획
새 출발과 맞물린 가격 인상
인상 시기 조율 나섰지만…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매출액 3조원대 기업으로 우뚝 섰다.[사진=뉴시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매출액 3조원대 기업으로 우뚝 섰다.[사진=뉴시스]

월드콘, 메가톤바, 설레임, 돼지바…. 소비자에게 익숙한 빙과류 제품들이다. 이들 히트상품을 보유한 롯데제과가 4월 1일 ‘롯데웰푸드’란 사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빙과류뿐만 아니라 비건식품·케어식품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인도·러시아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새 출발의 방점을 해외에서 찍겠다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롯데웰푸드의 숙제는 국내 시장에 더 많다.

재계 서열 5위(2022년 자산총액 기준) 롯데그룹의 사실상 모태인 롯데제과가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식품 계열사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면서 단숨에 매출액 3조원대 기업으로 거듭났다. 

5개월 후인 1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선 사상 처음으로 ‘롯데맨’이 아닌 외부인사에게 롯데제과의 키를 맡겼다. 한국P&G·한국코카콜라 등을 거쳐 LG생활건강 부사장을 지낸 이창엽 대표가 롯데제과의 수장에 올랐다. 이를 두고 혁신을 요구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파격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롯데제과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23일 열린 롯데제과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롯데웰푸드(LOTTE WELL FOOD)’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하면서, 56년 만에 이름을 바꿨다. 

웰빙(Wellbeing), 웰니스(Wellness)를 의미하는 ‘웰(Well)’과 ‘제과’ 대신 ‘푸드’를 채택한 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롯데제과는 ‘글로벌 종합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25년까지 해외 매출액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롯데웰푸드 측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웰니스(건강·행복)’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롯데웰푸드라는 사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수출에 방점 찍은 이유 = 롯데웰푸드가 해외 사업에 초점을 맞춘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해외 매출 비중이 오리온이나 CJ제일제당 등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오리온과 CJ제일제당(식품 부문)의 해외 매출 비중은 각각 70.0%, 49.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의 해외 매출 비중은 22.1%(1조264억원 중 2271억원)에 그쳤다.

둘째 이유는 지난해 흡수합병한 롯데푸드와 ‘시너지 효과’를 수출을 통해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푸드의 제품을 롯데웰푸드의 해외 영업망에 태우겠다는 전략인데, 대표적인 제품이 ‘로스팜’ 등 캔햄류다. 지난해 이 회사의 캔햄류 수출량은 3619톤(t)으로 전년(2926t) 대비 23.6% 증가했다.

국내 전체 캔햄류 수출량의 70.8%에 달하는 비중이다. 국내 시장에선 ‘스팸(CJ제일제당)’에 밀리지만 ‘스팸이 할 수 없는’ 수출 분야에서 길을 찾은 셈이다. 스팸은 CJ제일제당이 미국 호멜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판매하고 있어, 국내 유통만 가능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마지막 이유는 인도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월 인도 자회사인 ‘하브모어(Havmor Ice Cream)’에 향후 5년간 700억원을 투자해 아이스크림 생산 설비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공장을 완공하면 ‘월드콘’ ‘설레임’ 등 롯데웰푸드의 히트 빙과류를 인도 전역에 공급할 수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고, ‘메가톤바’ 등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올해 뚜렷한 실적 증가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아이러니한 과제들 = 그렇다면 롯데웰푸드는 해외 전략을 통해 새 사명에 걸맞은 변신을 꾀할 수 있을까. 성패의 관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시장에 있다. 롯데웰푸드의 포트폴리오는 사명에 담은 ‘웰빙’이나 ‘웰니스’와는 거리가 먼 빙과류(30.1%), 과자류(23.7%), 육가공품(11.8%) 등에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웰푸드란 사명은 소비자에게 자칫 ‘이질감’을 줄 수 있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소비자가 롯데웰푸드를 찾는 이유는 ‘웰빙’보다는 초콜릿·아이스크림 등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다. 롯데웰푸드로선 신사업 등을 염두에 둔 ‘선언적 의미’가 있겠지만 소비자로선 니즈에 걸맞지 않은 사명은 되레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롯데웰푸드 측은 “향후 케어푸드, 기능성식품, 비건푸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다른 변수는 가격 인상 논란이다.

공교롭게도 롯데웰푸드는 새 이름으로 출발하는 4월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었다. 대상은 스크류바·죠스바·옥동자 등 빙과류와 드림카카오·가나초콜릿를 비롯한 초콜릿류의 편의점 판매가격이다.

[사진|뉴시스, 자료|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자료|금융감독원]

롯데웰푸드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건 지난해 4월에 이어 1년여 만이다. 새 이름을 걸고 시장에 나서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란 부정적 변수와 충돌하는 셈이다. 이를 인식한 탓인지 롯데웰푸드는 지난 3월 28일 “가격 인상 시점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은 앞서 1월 발표된 것으로 2월 소매점, 3월 대형마트에 이미 적용됐다. 4월 예정됐던 편의점 가격 인상은 일시적으로 미뤄졌지만 롯데웰푸드가 언제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는 알 수 없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3조원대 식품 대기업으로 거듭난 롯데웰푸드에 소비자가 기대하는 건 별다른 게 아니다”면서 “경기침체,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운 이때 소비자를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롯데웰푸드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소비자가 많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새 시대를 향한 돛을 올린 롯데웰푸드는 과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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