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브랜드스토리
더스쿠프×인그라프 정안석 대표
동물 의약품 전문기업 버박 2장
반려동물 용품 마케팅 비법
디자인에 담은 업의 본질
버박에 숨은 세번째 가치

여기 반려동물용 의약품 A가 있습니다. 알록달록 귀엽습니다. ‘우리 아기’ 반려동물을 위한 의약품이란 걸 딱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여기 반려동물용 의약품 B가 있습니다. 로고만 보일 뿐 단순하고 건조합니다. 어디에 쓰는 의약품이라는 것만 선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여러분은 둘 중 어떤 제품을 선택하실 건가요? ‘카너먼처럼 생각하기’에선 버박의 세번째 경영 비법 ‘디자인에 적용한 업의 본질’을 살펴보겠습니다. 

버박은 사람용 의약품처럼 ‘신뢰감’을 주는 디자인을 패키지에 적용했다.[사진=뉴시스]
버박은 사람용 의약품처럼 ‘신뢰감’을 주는 디자인을 패키지에 적용했다.[사진=뉴시스]

펫팸족(pet+family), 펫코노미(pet+econ omy), 펫테크(pet+tech),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 반려동물과 무언가를 결합한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중 지금 반려동물 시장을 이끄는 키워드는 펫휴머니제이션입니다. 말 그대로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반려인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극진히 돌볼 뿐만 아니라 투자도 아끼지 않습니다. 

주위를 봐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내 반려인구는 1488만명(이하 2020년 기준)에 달합니다. 4가구 중 1가구(전체의 27.7%)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조1739억원(이하 농촌경제연구원 추정치) 규모였던 이 시장은 2027년 6조원대로 커질 전망입니다. 대기업,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쏟아져 나온 반려동물 용품들을 살피다 보면 고개를 갸웃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인데, 정작 사람을 타깃으로 삼은 듯한 제품이 숱하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용 식품이지만 패키지 정면에 큼지막한 육류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이질감이 느껴지는 ‘웃픈’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몇해 전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선보인 ‘펫피자’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업체로선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피자를 즐기라’는 의미였겠지만, 사람이 먹는 피자와 같은 모양의 펫피자는 왠지 어색함을 자아냈죠. 

사람과 반려동물이 느끼는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음식’은 다를 텐데 말이죠. 이처럼‘사람이 구매하지만, 동물이 이용하는’ 반려동물 용품은 구매 심리 측면에서 독특합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의 니즈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죠.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이지만 사람을 타깃으로 한 듯한 제품이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이지만 사람을 타깃으로 한 듯한 제품이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그런 면에서 프랑스 기반의 동물 의약품 전문 브랜드 ‘버박(Virbac)’은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깊어진 경기 침체 와중에도 실적이 꺾이지 않은 건 버박을 향한 소비자의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럼 버박을 특별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카너먼처럼 생각하기’ 버박 1편에서 ‘앞서간 창업자’ ‘연속적 연구·개발(R&D)’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버박의 가치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버박의 또다른 경영 비법 ‘디자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시사점 본질적 디자인 = 디자인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데, 버박은 여기서도 비범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버박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C.E.T 치약’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이 제품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위한 기능성 치약입니다. 

패키지를 살펴보면, 좌측 상단에 ‘Virbac’의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로고는 흰색의 클래식한 고딕체를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삐쭉 솟아 있는 ‘V’ 이니셜이 돋보입니다. 자칫 호불호가 있을 만한 로고지만, 무척 섬세합니다. 다만, 버박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로고’가 전부입니다. 

나머지 디자인은 건조하고 논리적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C.E.T 치약의 패키지는 코발트블루, 화이트, 민트 등의 색상을 적절히 활용해 샤프하고 깨끗하면서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덴털 제품에 걸맞게 위생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언뜻 사람을 위한 일반적인 의약품 같기도 하죠. 반려동물용 제품이라는 건 하단의 동물 아이콘을 통해 암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까지 꼼꼼하게 읽으신 독자께선 의문을 품을 겁니다. 앞부분에선 ‘반려동물이 아닌 사람을 타깃으로 삼은 듯한 제품’을 꼬집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버박과 다른 브랜드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버박이 사람용 의약품과 유사한 디자인 패키지를 적용한 이유는 다른 브랜드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언급했듯 반려동물 용품은 반려동물이 사용하지만, 최종 구매자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버박의 차별화 포인트는 ‘사람의 관점에서 동물의 건강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버박의 패키지는 과하게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의약품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각적·인지적·감성적으로 ‘건조하게’ 접근했습니다. 이는 시크하면서도 합리적인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사진|연합뉴스, 자료|버박 · 더스쿠프] 

이런 ‘업業’의 본질을 지키려는 버박의 브랜드 전략은 신뢰감을 주는 제품을 선호하는 반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처럼 버박은 앞서간 창업자, 끊임없는 R&D 투자, 그리고 업의 본질과 정체성만을 드러내는 디자인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브랜드입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을 잘 결합한 덕분에 버박이 54년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버박의 사례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국내 반려용품 브랜드에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흔히 반려동물 용품은 ‘로열티’가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게 잘 맞는 제품을 굳이 위험요인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브랜드로 교체하지 않기 때문이죠. 반려인의 선택을 오랫동안 받는 제품을 론칭하고 싶다면, 버박의 사례를 참고하면 어떨까요?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