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탐구생활-브랜드스토리
카너먼처럼 생각하기
동물 의약품 전문기업 버박 1장
수의사가 세운 54년 역사 브랜드
프랑스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
세계 최초 반려동물 위한 연구
앞서간 창업자와 앞서간 가치

혹시 반려동물과 함께하시나요? 그럼 ‘버박(Virbac)’을 아시겠네요? 네, 맞습니다. 버박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동물 의약품 전문 브랜드입니다. 1968년 수의사 피에르 리차드 딕이 창업해 주목을 받은 브랜드인데, 여기엔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같이탐구생활 ‘카너먼처럼 생각하기’를 통해 버박의 경영 비법을 살펴보시죠. 그 첫번째 편입니다. 

버박은 1968년 프랑스 니스에서 시작한 동물 의약품 전문기업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버박은 1968년 프랑스 니스에서 시작한 동물 의약품 전문기업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초보 집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를 만납니다. 일례로 개나 고양이를 위한 칫솔과 치약을 고르는 건 무척 생소한 일입니다. 인터넷 포털에 ‘고양이 치약’을 검색하면 현기증이 날 만큼 다양한 제품이 쏟아집니다. 

수많은 제품 중 어떤 게 좋은지 초보 집사가 감별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럴 땐 브랜드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이 일종의 감별법이 되곤 합니다. 이런 면에서 프랑스 기반의 동물 의약품 전문기업 ‘버박(Virbac)’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바이러스(Virus)’와 ‘세균(Bacteria)’에서 따온 브랜드명만 봐도 ‘동물의 건강’을 위하는 버박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버박은 개·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소·돼지 등 50여종의 동물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백신, 영양제, 치료제, 덴털제품 등 종류도 다양하죠. 동물 의약품 업계 6위(2021년) 기업으로, 한국을 포함해 100여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박은 어떻게 남다른 브랜드로 자리 잡았을까요. 아울러 버박의 사례는 6조원대(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7년 전망치)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고 있을까요. 

■ 시사점❶ 앞서간 창업자 = 버박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창업자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처럼 버박에도 시대를 앞서간 창업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수의사 ‘피에르 리차드 딕(Pierre Richard Dick)’입니다. 프랑스 알포르 국립 수의대를 졸업한 그는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미생물학을 연구했습니다. 촉망받는 수의사로 안정적인 길을 보장 받았지만, 그는 과감하게 창업을 선택했죠. 

1968년 프랑스 니스 지역에 방 3개짜리 아파트를 얻은 딕은 그곳에서 버박을 설립했습니다. 그가 창업을 택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에야 특별할 것 없는 선택 같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프랑스는 농업 중심 국가였고, 수의학 연구는 대부분 식용동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죠. 당시 수의사의 90%가량이 농촌지역에서 일할 정도였습니다. 

프랑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미리 보기라도 한 듯 버박은 1970년 개를 위한 ‘살충제 목줄’을 선보였습니다.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에게 필요한 제품이었죠. 훗날 이 제품은 버박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버박은 ‘시대를 앞서간 수의사가 만든 브랜드’란 매력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버박이 남다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첫번째 이유이자 스타트업 CEO가 들을 만한 경영비법입니다. 

■시사점➋ 연속적 R&D = 버박이 성장한 또다른 원동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 &D)입니다. 버박이 세상에 처음 내놓은 건 ‘살충제 목줄’만이 아닙니다. 1977년 동물만을 위한 항생제 ‘세팔로스포린’을 개발한 곳도 버박입니다. 사람용 의약품에서 추출한 세팔로스포린으로 동물을 치료하던 당시로선 혁신적인 솔루션이었죠. 

이를 통해 “동물의 건강 문제엔 국경이 없다”는 것을 감지한 버박은 세계로 눈을 돌립니다. 1982년 독일에 첫 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세계 곳곳에 연구센터를 열었죠. 물론 여기엔 버박 창업자 딕의 열정이 한몫했을 테지만, 그가 모든 걸 해낸 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딕은 1992년 55세의 젊은 나이에 요트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버박은 그의 정신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버박은 올해에도 수익의 8.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동물 질병 퇴치를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던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더스쿠프] 
[사진|연합뉴스, 자료|더스쿠프] 

이런 버박의 R&D를 향한 노력은 소비자(반려인)에게 ‘진정성’이란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려인들의 소망은 별다른 게 아닙니다. ‘반려동물이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이죠. 이런 반려인에게 버박의 R&D 의지는 신뢰감을 줬을 게 분명합니다. 이는 버박의 안정적인 실적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해 급격한 경기 침체에도 버박은 12억1610만 유로(약 1조699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14.2% 증가한 수치죠. 

이처럼 버박의 성공 뒤에는 ‘시대를 앞서간 창업자’와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습니다.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연구에 몰두했던 창업자의 열정과 모험심이 버박을 키웠다면, 지금의 경영진과 연구진은 끊임없는 R&D로 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카너먼처럼 생각하기’ 버박 2편에선 디자인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경영 비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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