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에서 삶을 본다」
부산 노점서 철강업계 중심으로
50여년간 철과 함께한 철강맨의 삶

저자는 오로지 ‘철강’에만 매진한 ‘철강맨’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오로지 ‘철강’에만 매진한 ‘철강맨’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열과 고압에 시달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구조물의 뼈대가 되고, 기둥이 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체를 지탱하는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 바로 철이다.” 지난해 타계한 오완수 전 대한제강 회장은 우리나라 철강산업 역사의 산증인이다. 1965년 대한상사(대한제강 전신)에 입사한 후 1991년 대한제강 회장으로 취임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로지 ‘철강’에만 매진했다. 

「철에서 삶을 본다」는 50년이 넘는 세월을 철과 함께한 고故 오완수 회장의 자서전이다. 2012년까지 집필한 글을 모아 당시에 출간하려 했으나 “평생 공장만 보고 살아온 삶을 책으로 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저자의 뜻에 따라 타계 1주기에 맞춰 선보이게 됐다. 

2020년 국내 철근제조업계 3위에 오른 대한제강의 시작은 광복 직후 ‘도떼기시장’으로 불리던 부산 국제시장 내 철물 노점상에서부터였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후 역사적 혼란기였던 1940~1950년대 부산의 전경과 대한제강 전신인 대한상사의 설립, 이후 대한제강의 회장으로 기업을 이끌어온 여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기업경영이 힘들 때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두가지 기본원칙을 소개한다. 첫번째는 “정치 권력의 힘을 빌려 쉬운 길을 가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정경유착으로 급성장하거나 손쉽게 자금지원을 받는 풍토가 만연했던 시기였지만, 저자는 ‘오로지 자신이 가진 사업적 역량과 사업적 자산으로 승부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이야기한다. 

두번째는 “늘 현장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한 현장주의자였던 저자는 직원들이 ‘오반장’이란 별명을 붙일 만큼 현장에 충실했다. 현장을 둘러보는 일로 일과를 시작했고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하며 친밀감과 신뢰감을 쌓았다고 회고한다. 

저자는 인내와 집중도 강조한다. “쇠가 다른 어떤 것보다 강한 것은 그만큼 주어진 조건들을 인내하고, 자기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철에서 인내와 집중을 배웠다고 말한다.

4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대한제강의 전신인 대한상사를 설립한 부친 오우영 회장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어려운 순간들을 신뢰로 이겨나가는 아버지의 삶에서 기업인의 성실함을, 열 형제의 맏이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부친의 별세로 35살에 가정과 회사를 모두 짊어진 저자가 자신만의 원칙들로 난관을 헤쳐온 과정이 그려진다. 신평 공장 준공 이야기, 2차 석유파동과 1980년대 초 혼란 속에 이어진 경기침체로 사채까지 써야 했던 참담한 경험도 들려준다. 

3부에서는 선배 기업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전한다. 오너의 혜안과 냉정한 평가는 오랜 시간 성실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쌓을 수 있다는 것, 좋은 시절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나빠질 때를 준비할 줄 아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등 다양한 지침들이 담겨 있다.

4부에서는 열 형제의 맏이로, 다섯 남매의 아버지로서 생존을 위해 달려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 가치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저자는 삶의 중요한 덕목으로 중용과 부족함을 꼽는다. 균형과 조화로움을 잃지 않기 위해 중용의 도를 깨쳐야 하며,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하므로 충분함보다 부족함이 오히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