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메신저 속 편리한 선물 기능
지인 기념일 챙기기 쉬워졌지만
과소비에 빠질 가능성 높아져
가랑비 새듯 나가는 지출 줄여야

요즘 메신저는 참 편리하다. 지인의 생일이 되면 앱 최상단에 노출해준다. 축하하는 방법도 손쉽다. 터치 몇번이면 커피·케이크 등을 선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쉬운 만큼 과소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도 한달에 40만원을 선물 기능에 쓰고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과소비를 점검했다.

메시지 선물 기능은 간편한 만큼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시지 선물 기능은 간편한 만큼 과소비로 이어지기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말 출산을 앞둔 양수호(가명·33)씨와 한은서(가명·32)씨 부부. 신혼부부인 두 사람은 가구와 집을 마련하느라 가진 돈을 모두 쓴 상태였다. 아이를 위해 목돈의 필요성을 느낀 부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허사로 돌아갔다. 태아 위주의 생활로도 벅찬 임산부가 절약까지 신경쓰기란 불가능했다.

부부의 가계부가 적자에 빠진 게 부부가 절제하지 않은 생활을 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언급했듯 전세 아파트(시세 3억원)를 마련하기 위해 빌린 전세대출금(2억원·연이율 4.29%)과 가구를 들이기 위해 결제한 신용카드 할부금(총 400만원)을 갚느라 지출이 불어난 영향도 있다. 부부는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610만원으로, 남편이 310만원을,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41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7만원, 금융성 상품 50만원 등 총 678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68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이번 상담을 통해 대비하고 싶은 목표’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부부는 내 집 마련, 자녀 양육비 마련 등 2가지를 꼽았다. 신혼부부라서 그런지 아직은 먼 미래에 관한 계획까진 세우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선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표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다.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최대한 구체화해 재무목표로 세운다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을 ‘명분’이 생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부부에게 시기, 목표금액 등을 추가해 재무목표를 좀 더 구체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부부는 ▲5년 안에 5000만원을 모아 내 집 마련하기 ▲올해 말까지 양육비 200만원 모으기로 목표를 세세하게 짰다.

부부는 “5년 안에 1억원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목표 금액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목표를 구체화했으니 가계부에 붙은 ‘군살’을 떼기로 했다. 지난 시간엔 통신비 11만원, 주유비·교통비 15만원, 데이트 비용 30만원 등 정기지출에서 56만원을 절약했다. 이에 따라 68만원이었던 적자가 12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번 시간에 나머지 지출을 확 줄여 여유자금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먼저 월 79만원씩 내는 보험료를 살펴봤다. 2명이서 내는 보험료치곤 액수가 너무 과하다. 무엇보다 부부가 각각 월 20만원씩 내고 있는 종신보험이 문제였다. 이 보험은 사망 시 사망보험을 지급함으로써 보험 가입자를 보장하는 상품인데, 사실 여기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가입한다. 불의의 사고를 대비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자녀에게 사망보험금을 상속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자들이 애용한다.

이런 점에서 이 보험은 양씨 부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부부는 종신보험을 나중에 되돌려받을 수 있는 연금보험으로 착각했는데,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탓에 일반 연금상품보다 효율성이 좋을 리 없다. 10년 이상 납입해도 적립금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 원금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부부는 종신보험을 즉시 해지하기로 했고, 부부의 보험료는 월 79만원에서 39만원으로 40만원 줄어들었다.

부부는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105만원에 보유한 주식의 일부(295만원)를 현금화해 더했다. 부부의 신용카드 할부금(400만원)을 전부 갚기 위해서다. 다달이 할부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신용카드 할부금도 어디까지나 빚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부부 용돈(100만원)도 아껴보기로 했다. 부부는 이외에도 한달에 50만원을 데이트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를 지난 상담에서 20만원으로 줄였지만, 그래도 용돈 100만원은 아직 과한 면이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의 6분의 1이 용돈으로 빠져나가는 주요 원인은 남편의 ‘사회생활’ 때문이었다. 평소 남편은 SNS와 메신저에 뜨는 지인들의 생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친척과 친구는 물론이고 회사 동료와 여타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지인의 기념일도 꼬박 챙긴다. 이 때문에 한달에만 수십만원이 메신저 속 ‘쿠폰 선물하기’에 녹아 사라진다.

쿠폰으로 기념일을 챙기는 건 편리하단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해 보인다. 순식간에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과소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주문에 따라 남편은 지인들의 기념일을 챙기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용돈은 100만원에서 6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비정기지출에선 연 250만원(이하 1년 기준)씩 쓰는 의류비·미용비를 줄이기로 했다. 아내는 임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인지 평소보다 미용실·네일숍을 자주 다닌다. 기분은 이해가 가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지금부터 지출이 훨씬 더 늘어날 각오를 다져야 한다. 부부는 앞으로 의류비·미용비를 2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50만원 줄여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여행비도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50만원 줄였다. 이에 따라 비정기지출은 총 1050만원에서 950만원으로 줄었다. 많이 줄인 듯하지만 월로 따지면 그렇지 않다. 월평균 87만원에서 79만원으로 8만원 줄어든 셈이라서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40만원(79만→39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5만원(35만→0원), 부부 용돈 40만원(100만→60만원), 비정기 지출 8만원(87만→79만원) 등 12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12만원 적자였던 부부의 가계부도 111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제 남은 건 부부의 미래 설계다. 30대 초반인 부부의 상황을 고려해 노후보단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노후 준비는 규모보단 시기가 중요하니 빨리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효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과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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