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숨어있는 소중함

# 사진을 찍을 때 고민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새롭게 찍을까” “남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방법은 없을까”… 뭐 이런 것들입니다. “난 전문가니까 달라야 해, 좀 더 특별해야 해”란 강박도 있습니다. 내공이 깊은 고수는 마음을 비운다는데 아직까지 잡념이 많은 전 하수인 듯합니다. 갈 길이 멉니다.

# 며칠 전입니다. 아버지를 모신 수목장에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산속에서 간소한 상을 차리고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어! 저기~” 둘째가 입을 뗐습니다. 어머니부터 막내까지 10명 가까운 온가족이 둘째가 가리킨 곳을 봤습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나는데 특별한 게 없습니다. 낙엽과 봄비를 맞아 더욱 새파란 잎뿐입니다. “아니 저기, 저기~” 둘째의 손가락질과 목소리가 다급해집니다. 

# 가만 보니 뭔가 어슬렁거리다 멈춥니다. 두꺼비입니다. 어릴 땐 산에서 참 많이 봤는데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원래 두꺼비가 저렇게 큰가?” “황소개구리 아니야” “외래종 아냐?” 어른은 어른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신기해서 웅성웅성 조잘조잘댑니다. 두꺼비 때문에 잠시 아버지를 잊었습니다. 잠시 서운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 두꺼비는 보통 갈색이라고 합니다. 원래 색인지, 보호색인지 모르겠지만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립니다. 덕분에 눈에 잘 띄진 않습니다. 동물이 보호색을 갖는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신기할 따름이지만 두꺼비에겐 목숨이 달린 중요한 문제입니다. 

#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진 속 두꺼비가 보이시나요? 사진을 찍을 땐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단순화시키기” “배경을 정리하자” “뺄셈의 법칙을 적용하자” 등등을 이야기하고 고민합니다. 이 사진은 반대가 됐습니다. 주제와 배경이 하나가 된 경우입니다. 뭐가 주제이고 배경인지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 잠깐이긴 했지만, 저 두꺼비가 아버지를 지켜주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상상을 했습니다. 예로부터 두꺼비는 슬기롭고 의리 있는 데다 복을 주는 동물이라고 했으니 그저 상상만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날 만난 두꺼비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 사진은 우리의 인생과 참 닮았습니다. 특별하게 살지 않아도, 평범한 하루여도 소중한 삶입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도 잘 찾아보면 소중한 무언가가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사진 속 두꺼비처럼 말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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