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nfographic
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실물 경제 녹아드는 NFT
하지만 나쁜 사례 적지 않아
인기인 앞세운 NFT 조심해야
NFT 속 콘텐츠 질 중요해
한국 NFT의 자화상

NFT를 활용한 기업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NFT 멤버십.[사진=롯데홈쇼핑 제공]
NFT를 활용한 기업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홈쇼핑의 벨리곰 NFT 멤버십.[사진=롯데홈쇼핑 제공]

NFT(대체 불가능 코인·Non Fungible Token)가 세상에 나온 지 9년이 흘렀다.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NFT는 어느덧 제법 익숙한 단어가 됐다. 이를 잘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0월 시장조사업체 캐럿이 15~26세 남녀 226명에게 ‘NFT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란 질문을 던졌는데, 전체의 48.9%가 ‘이름은 들어봤다’고 답했다(표➊). 38.2%는 ‘개념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혀 알지 못한다’는 12.9%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은 NFT를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NFT를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NFT를 써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NFT는 가까운 듯 먼 개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세계 NFT 시장 규모가 30억 달러(2022년)에서 136억 달러(2027년)로 연평균 35.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표➋).


이렇게 이중적인 NFT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배운철 한국NFT콘텐츠협회 위원장은 “과거에는 NFT가 투자의 수단에 그쳤지만, 지금은 기존 디지털 기술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NFT가 알게 모르게 현대인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5월 16일 열린 페스티벌 ‘워터밤’의 운영사 볼륨유닛은 티켓 일부를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표➌). 이 티켓을 사면 행사장에 마련한 NFT 구매자 전용 스카이라운지에 출입할 수 있다. 행사 이후에 열리는 애프터파티 참여권, 워터밤 월드 투어 여행 패키지 추첨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기업도 NFT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롯데홈쇼핑은 자사의 인기 캐릭터 ‘벨리곰’에 NFT 기술을 접목한 멤버십을 발행했다. 이 NFT를 구매하면 부여받은 등급에 따라 롯데시네마 관람권, 롯데호텔 월드 숙박권 등 롯데 계열사들의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틀에 걸쳐 9500개 전량이 판매됐는데, 그중 사전 예약 수량(6000개)을 제외한 3500개가 판매 개시 후 1초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NFT는 티켓·멤버십과 궁합이 좋다.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위변조가 불가능해 사기당할 염려가 적고,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져 있어 분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워터밤 NFT 티켓과 벨리곰 NFT 멤버십은 NFT와 실물경제를 잘 버무린 ‘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NFT는 예술품 거래에서 실물경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사진=뉴시스]
NFT는 예술품 거래에서 실물경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물론 모든 NFT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은 건 아니다. 한때 ‘한국 대표 NFT’라 불렸던 ‘메타콩즈’는 NFT 업계의 나쁜 사례로 꼽힌다(표➍). 생김새가 각각 다른 고릴라 그림에 NFT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2021년 12월 출시 됐는데,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래머 이두희가 개발에 참여했다는 게 입소문을 타면서 오픈 하루 만에 1만개가 팔렸다. 이후 현대차·신세계 등 대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흐른 현재, 메타콩즈의 가치는 수직하락했다. 지난해 초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3800만원 선에 거래됐던 메타콩즈 NFT는 현재 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7월 5월 기준). 메타콩즈가 발행한 토큰 메타콩즈(MKC)도 350.2원(코인마켓캡·2022년 7월 6일)에서 16.2원(2023년 7월 5일)으로 95.3%나 빠졌다(표➎).

업계 관계자들은 ▲운영진이 메타콩즈와 비슷한 NFT를 계속 찍어내면서 희소성이 사라진 것, ▲메타콩즈 NFT의 활용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메타콩즈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회사 자금 유용, 임금 체불 및 횡령 등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메타콩즈는 NFT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밀려났다.

배 위원장은 “NFT의 가치가 지속하려면 NFT 티켓이나 멤버십처럼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운영진이 로드맵을 지키지 못하면 NFT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FT 속에 담긴 가치 중요해


이런 관점에서 놓고 바라보면 어딘가 모르게 ‘수상쩍은 NFT’도 있다.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을 앞세운 NFT다. 이들의 명성을 이용해 NFT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마케팅 전략인데, 덥석 믿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방송인 오현민이 지난해 3월 초 발행한 ‘알티 NFT’다. 인기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들이 이 NFT에 대거 참여하면서 업계에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NFT를 구매하면 이들의 캐릭터를 디지털화한 ‘디지털 굿즈’를 살 수 있다는 게 알티 NFT의 골자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운영진이 알티 NFT 구매에 쓰이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거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NFT를 사는 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널리 알려진 암호화폐가 아닌 자체 암호화폐를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커진다. NFT 서비스가 예기치 않게 종료하면 쓸모가 없어진 해당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해명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스트리머들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스트리머들이 NFT나 암호화폐의 구조를 잘 모른 상태에서 참여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오현민이 3월 26일 인터넷 방송에서 “알티 NFT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알티 NFT의 운영은 한달 만에 종료됐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영진이 공식 채널을 통해서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느리지만 가장 확실하게 NFT의 가치를 쌓아 올릴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 “유명인의 인기에 편승해 시작하는 NFT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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