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ING 1
상업화랑 기획 맡은 전시회
과거와 현재 아우르면서
독특한 특성 가진 작품 선 봬

코로나19 국면에서 세계 각국 정부는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을 썼다. 경제 용어로 ‘양적 완화책’을 펼쳤다. 이때 풀린 자금 중 일부는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들어갔다. 그중엔 미술시장도 있었는데, 2021년 전후 우리나라에서 ‘미술투자’ 광풍이 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H.art 1(하트원)전시 전경.[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H.art 1(하트원)전시 전경.[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어느덧 코로나19는 수그러들었고, 엔데믹(풍토병ㆍendemic) 시대가 열렸다.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책’에서 기인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자 ‘투자붐’이 일었던 미술계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줄줄이 팔려나갔던 작가들의 그림이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앱에 등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에 빗대면 ‘폭락’의 징조인데, 작품을 다시 팔 때도 갤러리를 거쳐야 한다는 상식조차 모르는 초보 컬렉터들의 행동인 듯하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필자도 관련 앱을 내려받고 검색창에 ‘그림 키워드’를 입력해 봤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매물로 등재된 작품이 한두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을 지탱하던 거품이 꺼진 1990년대 초반, 일본 화랑가에서 벌어졌던 것과 유사한 일이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은 한국 미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품이 빠진 시장엔 늘 침체가 찾아온다. 오랜만에 호황을 맞았던 미술계에도 침체의 바람이 불어올 게 분명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사회적 인프라와 제도다. 작가들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몇몇 지자체, 예술인복지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은 탄탄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H.art 1(하트원)전시 전경.[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H.art 1(하트원)전시 전경.[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하나은행은 지난 6월 국내 미술시장 유통 및 소비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복합문화공간 하트원(H.art1)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과 함께 ▲작가ㆍ작품 정보 제공, ▲플랫폼 활용한 신진작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그 첫번째 협력전시가 22일까지 진행하는 ‘CROSSING 1’이다. 


2017년 을지로에 자리를 잡은 상업화랑이 기획을 맡은 이 전시회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면서 지역의 정체성과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가진 작품들을 선보였다. 

H.art 1(하트원)전시 전경.[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H.art 1(하트원)전시 전경.[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인공지능(AI)ㆍ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젊은 예술가의 도전 정신과 발전 가능성을 관람객이 마주할 공간도 마련했다. 국내 화랑계에선 보기 드문 시도를 하면서 동시대미술을 소개하는 ‘상업화랑’의 기획답다. 

언급했듯 미술계의 침체기는 더 깊어질지 모른다. 기존 작가는 물론 신진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이런 전시회가 문화계의 오아시스가 되길 기대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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