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은행권, 새마을금고 유동성 공급
예적금 인출 규모와 속도 완화
연말 예적금 만기 도래해 
돌려줘야 할 원리금 십수조원
연말 유동성 문제 괜찮을까
행안부→금융위 이관도 난제 

‘뱅크런’ 조짐이 일었던 새마을금고 사태는 정부의 주장처럼 정말 진정되고 있는 걸까. 정부는 7일 합동 브리핑에서 “지난 7일 새마을금고 예ㆍ적금 인출 규모가 전날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면서 예ㆍ적금이 빠지던 흐름이 일단 꺾였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예ㆍ적금 인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새마을금고의 꺼지지 않은 불씨를 점검했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려가 다 사라진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려가 다 사라진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일단 정부 발표가 사실이란 걸 전제로 새마을금고 사태의 단면을 들여다보자. 정부와 금융당국, 새마을금고 등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면서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금융위원회)은 지난 7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새마을금고 단기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이 자리에서 은행권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5대 은행(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과 2개 국책은행(산업은행ㆍ기업은행)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얹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쉽게 말해, 은행들이 새마을금고의 RP를 일정 금액을 주고 매입하면, 새마을금고가 훗날 이자를 주고 갚기로 한 거다. 7개 은행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맺은 RP 매입 계약 금액은 총 6조2000억원이다. 

정부와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 약속도 사태를 누그러뜨리는 데 한몫했다. 지난 6일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어서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현재 6%대다.

한 차관은 또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5000만원 이하뿐만 아니라, 특정 금고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자산과 부채를 우량 금고로 이전하는 방법(금고 통폐합 등)으로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의 원금과 이자도 전액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부가 예금을 보증한 셈이다. 7월 1~6일 중도 해지한 예ㆍ적금을 14일까지 재예치할 경우, 최초 가입 조건과 동일한 이율과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도 내놨다. 

■ 유동성 부담 = 문제는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세를 찾은 건 사실이지만, 모든 우려가 해소된 건 아니란 점이다.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새마을금고 예ㆍ적금이 많다.

지난해 수신 잔액의 월별 순증 금액을 합산할 경우, 하반기 만기 예ㆍ적금 규모가 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새마을금고는 정기예탁금 1년 만기 상품 수신금리를 지난해 7월 3.22%에서 12월 5.48%까지 올렸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새마을금고가 부담할 이자비용만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규모가 줄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예ㆍ적금 인출이 진행 중이란 점을 감안하면, 새마을금고로선 유동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 규제 사각지대 논란 = 새마을금고 관리ㆍ감독 주체를 변경하는 논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새마을금고의 관리ㆍ감독을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새마을금고는 일종의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조직이고, 법적으론 비영리법인이다. 새마을금고의 관리를 행정안전부가 담당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단순히 관리ㆍ감독 주체만 바꾸면 끝날 일이 아니란 얘기다. 

일부에선 행안부가 새마을금고를 지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포기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새마을금고가 당분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건데, 그러면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우려는 가라앉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행안부는 자충수를 뒀다.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당초 발표했던 새마을금고 30곳에 관한 특별검사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밝혀서다. 행안부는 지난 4일 “7월 5주간(7월 10일~8월 11일) 특별검사(30개 금고)를 실시하고, 8월에는 특별점검(70개 금고)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할 경우 경영개선, 합병 요구, 부실자산 정리, 임원 직무정지 등의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의 한 새마을금고를 방문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서울 종로구의 한 새마을금고를 방문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지난 7일 예ㆍ적금 인출 규모가 전날보다 1조원 줄었다는 이유로 특별검사 계획을 미뤘다. 향후 검사ㆍ점검 대상 금고도 비공개하기로 했다. 예금자 불안 심리부터 달래겠다는 건데, 이게 적절한 조치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4일 발표한 특별감사 계획도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데, 일주일도 채 안 돼 말을 바꾼 거나 다름없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말을 바꾸면 정부가 내놓은 약속들을 과연 믿을 수 있겠냐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는가”라면서 “자칫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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