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의 생각⓰ 개인 공매도 과세
파생금융상품 일종인 공매도
국내에서는 기관·외국인 중심
개인도 가능하지만 과세 맹점
공평과세·중립성 원칙에 위배
공매도 차익 과세 입법 필요해

대주주 A씨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 큰 차익을 남겼다. 그는 차익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자! 이를 반대로 돌려보자. 빌린 주식을 비싼 값에 판 다음 기다렸다가 싼값에 되사서 1억원의 차익을 남긴 B씨가 있다. 그런데 그는 어찌 된 일인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처럼 공매도 거래 시 과세하지 않는다는 건 공평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번엔 공매도 차익과 세금의 상관관계를 풀어봤다.

개인 공매도의 차익은 세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공매도모니터링센터.[사진=뉴시스]

주가가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팔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내일은 고사하고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주식시장이다.

이런 불확실한 위험을 피하려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이를 ‘일정 시점에 일정한 가격’으로 확정해 현재의 주가와 상관없이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Financial Derivatives)이 등장했다.

파생금융상품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공매도(short-selling) 거래다. 이는 타인(증권회사) 소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일정 기간(통상 60일)이 지나면 해당 주식을 사서 증권회사에 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회사는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빌린 주식을 매각할 때보다 반환 시점에 주가가 낮으면 공매도자는 이익을 보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손해를 본다. 이 거래를 들여다보면 자기 것이 아님에도 상인들에게 대동강 물을 팔아넘긴 ‘봉이 김선달’을 연상할 수 있지만, 나중에 반환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매도 거래는 내부자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가격 거품 제거 등 시장에서 적정 가격 발견 기능이란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어서 선진국 대부분은 이 제도를 존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식시장의 급격한 주가 하락 방지를 위해 2020년 3월 16일부터 중단했다가 2021년 5월 3일을 기점으로 이를 제한적으로 해제했다. 공매도 거래는 주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가 하고 있지만, 개인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2021년 운영한 공매도 폐지 홍보 차량.[사진=뉴시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2021년 운영한 공매도 폐지 홍보 차량.[사진=뉴시스]

그럼 주식 공매도로 소득을 올렸다면 세금을 낼까. 크게 보면 기관투자자는 세금을 내고,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와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한다. 개인에게는 과세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과세하지 못한다. 

현행 세법은 물론 2025년으로 시행 시점을 연기한 ‘금융투자소득세’ 규정에도 과세 규정은 없다. 왜 없을까. 세법이 사인私人 간 거래를 규율하는 민사법을 거슬러 거래를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크게 보면 공매도자와 증권회사 사이의 거래는 주식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소비대차消費貸借 거래다. 여기에 세금을 부과할 순 없다. 양도가 아니라 빌린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봐야 할까. 대법원은 공매도자가 증권회사에 돌려주기 위해 주식을 산 시점을 취득했다고 보고, 돌려줬을 때 양도했다고 해석하고 있다(2005두2971). 이러면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이 거의 같아 양도차익이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결국 양도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꼴이 된다. 

그럼 공매도자가 증권회사로부터 빌려서 판 시점을 양도로 볼 수는 없는가. 하지만 그 매각 대금을 공매도자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증권회사에 보증금으로 예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세가 가능한 여건인 해당 금액을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관리하는 경우’라고도 볼 수 없다(대법원 2020두23644). 

그러나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파는 거래에서 얻은 이익과 그 반대의 거래, 이를테면 빌린 주식을 비싼 값에 팔고 난 뒤 싼값에 사서 되갚아주는 거래에서 얻은 이익을 세법에서 차별해 과세하는 게 합리적일까. 거래 형식은 다르지만 주식 양도 소득이라는 경제적 실질(economic substance)은 같은 것 아닐까.

공매도 거래 차익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평과세 원칙은 물론 세금이 거래형태에 따라 똑같이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의 중립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자칫 세제가 공매도 거래를 권장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건전한 주식시장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공매도 차익은 세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를 방치하면 금융기법의 발전에 따라 공매도 거래가 전환사채, 풋옵션, 콜옵션, 스와프 등과 결합해 제2의 공매도 유형이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과세할 길이 사라진다. 

결국 공매도 거래를 일반거래와 유사한 거래로 보겠다는 유형별 포괄주의 규정을 신설하거나 아예 일반거래와 같다고 보는 의제 규정을 만들어서 공매도거래 차익 과세를 둘러싼 입법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 세금부담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씨줄과 공평이라는 날줄로 짜인 세제가 필요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더스쿠프 
acnanp@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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