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1편
은퇴 앞둔 50대 외벌이 가장
노후 대비 거의 안 된 상황
두 자녀 대학 등록금도 갚아야
외벌이 수입으로 가능할까

여기 혼자서 세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50대 외벌이 남편이 있다. 은퇴가 코앞이어서 그런지 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두 자녀는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고, 아내는 건강이 나빠져 일을 할 수 없다. 수중에 모아둔 돈도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그의 고민을 들어봤다.

50대는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자신의 살아온 나날을 되돌아보는 때이기도 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대는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자신의 살아온 나날을 되돌아보는 때이기도 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양성훈(가명·52)씨. 그는 요즘 속이 타들어간다.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다. 그래서인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재테크 관련 인터넷 카페에 방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양씨가 미래를 걱정하는 건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두 아들(23·20) 때문이다. 두 아이가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마련했지만, 어쨌거나 양씨가 갚아야 할 몫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모아놓은 돈으론 노후를 대비하는 건 쉽지 않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양씨는 한숨을 쉰다. 그는 자라면서 투자 관련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가 20대였을 때만 해도 은행 예금·적금이 최고의 투자였다.

지금 상황은 180도 다르다. 젊은 친구들이 주식·펀드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이 오버랩됐다. “진작에 재테크를 공부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아요.” 양씨는 자신이 최선을 다하며 살아오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후회감이 밀려왔다.

양씨가 이렇게까지 자책하는 건 그의 상황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아서다. 그도 그럴 게 양씨는 외벌이다. 아내 이희나(가명·48)씨가 가끔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득을 지원했지만, 최근에 건강이 나빠져서 집안일만 신경 쓰고 있다. 혼자서 세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어서인지 양씨는 더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자신의 고민을 남들에게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양씨는 요즘 은퇴 예정자들이 모이는 퇴직 관련 인터넷 카페도 자주 방문한다. 그곳에서 노후를 위한 투자법을 공유하는데, 인덱스펀드(ETF)나 ‘요즘 뜨는 투자종목’ 등 다양한 투자 정보를 습득하곤 한다.

하지만 양씨는 카페에서 추천하는 걸 곧이곧대로 실천하진 않는다. 무턱대고 믿고 돈을 넣었다가 날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한 양씨는 재무상담을 받고 답을 찾아보기로 결정한 뒤 필자를 찾아왔다.

사연을 들었으니 이젠 양씨 가계의 재정 상태를 확인해 보자. 중견기업에 다니는 양씨의 월 소득은 386만원이다. 아내가 일을 하지 않으니 사실상 가계의 총소득이다. 정기지출은 공과금 28만원, 식비·생활비 72만원, 통신비 36만원, 남편 용돈 30만원, 교통비·유류비 25만원, 보험료 86만원, 온갖 용도로 쓰는 잡비 15만원 등 292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로는 명절·경조사비(40만원·이하 1년 기준), 자동차 관련 비용(67만원), 대학자금(800만원) 등 907만원이다. 한달 기준으로 잡으면 월평균 75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적금 2개(50만·20만원)와 연금펀드 10만원, 예금 10만원 등 90만원이다. 지출을 모두 합치면 457만원이다. 부부는 한달에 71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50대는 소득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그럼에도 가계부가 적자가 나는 건 부부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양씨 혼자 세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다만, 부부가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나중에 찬찬히 뜯어봐야 하겠지만, 보험료(86만원)가 꽤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제외하면 부부의 가계부에선 이렇다 할 과소비 항목이 보이지 않았다. 가계부를 살펴보고 나니 양씨가 “하루에도 몇번씩 수익률 높은 투자 상품에 돈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고 했던 말이 와닿았다.

두 아들이 아버지에게 짐을 짊어지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23살인 첫째는 군복무 중인데, 군에서 나오는 월급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대학교 학자금을 갚는 데 쓰기 위해서다.

20살 둘째도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 그러니 1년에 800만원씩 들어가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부담감은 어느 정도 내려놔도 괜찮을 듯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아내가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좋지 않은 변수였다. 양씨는 지금 버는 돈만으로 어떻게든 노후를 준비하고 싶어 했다. 대학 학자금 외에 빚이 없고, 집도 마련해 둔 상태라는 게 이유였다.

이 때문인지 부부의 재무목표는 소박했다. 노후 대비와 아울러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해도 되는지, ▲자신의 나이대에 수익률 높은 투자상품에 가입해도 괜찮은지가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의 전부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재무설계를 끝마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