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테슬라 충전방식 확대한다면…
충전시장서도 테슬라 영향력 확대 
국제표준 입김 커질 가능성 높아
경쟁력 커질 테슬라 대응 준비해야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시스템(NACS)이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NACS를 의무 도입하는 미국의 주정부가 등장했고, 자동차 제조사들도 그 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문제는 NACS 방식이 미국 시장을 점령한다면 테슬라가 국제 표준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미국 내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미국 내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이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방식인 ‘북미충전표준(NACSㆍNorth American Cha rging Standard)’을 자국의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州는 지난 6월 30일부터 전기차 충전업체가 주州 고속도로 전기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의무적으로 NACS용 포트를 포함하도록 했다. 현재까진 ‘콤보(CCSㆍCom bined Charging System)’라는 충전방식을 표준처럼 사용해 왔는데, 여기에 NACS 방식을 추가한 거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급속충전 규격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일본의 차데모(CHAdeMO) 방식, 중국의 GB/T 방식, 유럽과 미국의 콤보 방식이다. 콤보 방식은 다시 미국 중심의 타입1, 유럽 중심의 타입2로 나뉜다. NACS는 이들 4가지 규격과도 다른 별도의 방식이다.

이에 따라 켄터키주에서 전기차 충전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NACS 방식을 추가해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NACS 방식의 충전구를 갖춰야 하는데, 제조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미국의 GM, 포드, 리비안뿐만 아니라 독일의 폭스바겐, 스웨덴의 폴스타까지 상당수 제조사가 NACS 방식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NACS 플러그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한 건 켄터키주가 최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만간 텍사스주와 워싱턴주도 NACS 의무 사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NACS 의무 사용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의 NACS 방식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테슬라의 충전기는 대부분 ‘슈퍼차저’로 불리는 급속충전기여서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제이디파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테슬라 슈퍼차저의 사용 만족도는 1000점 만점에 734점이었다. 테슬라를 제외한 충전기 사용 만족도가 평균 558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다.

또한 올해 1분기 일반 공용충전소 이용자의 21.6%가 대기시간 등을 이유로 충전을 포기했지만, 테슬라 슈퍼차저의 충전 포기율은 3.9%에 그쳤다. 

미국 전기차 충전시장에서 테슬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 전기차 충전시장에서 테슬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급속충전시장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미국 에너지부 대체연료데이터센터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는 총 14만1521개(7월 7일 기준)다. 이 가운데 급속충전기는 3만1751개(22.4%)이고, 전체 급속충전기 중 1만9974개(62.9%)가 테슬라의 슈퍼차저다.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거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의 NA CS 방식을 수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예컨대 전기차를 제조할 때 NACS 방식을 채택하면 미국 내에서 가장 많고, 사용 만족도까지 높은 테슬라의 급속충전 네트워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각 주에서도 NACS 포트를 의무화하면 전기차를 타는 유권자들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테슬라의 NACS가 미국 전기차 충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그래서다.

중요한 건 NACS 포트 의무화가 테슬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첫째, 테슬라가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충전시장까지 주도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콤보 방식이 표준인 미국 시장에서 ‘NACS 채택률’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 충전방식이 미국 주정부들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지원을 받으며 확대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둘째, 미국 충전시장까지 테슬라가 주도한다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게 25%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반값 전기차’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도 높은 영업이익률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NACS 방식이 확대되면 ‘반값 충전’도 가능해져 테슬라의 경쟁력은 한층 더 올라갈 것이다. 

셋째, 테슬라의 책임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도 테슬라는 슈퍼차저를 계속 늘리는 중이다. 향후 글로벌 충전시장에서의 영향력까지 커진다면 슈퍼차저를 더 늘려야 한다. 그러면 슈퍼차저의 알고리즘과 충전기 관리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의 충전방식을 도입한 자동차 제조사를 위해 소프트웨어 제공 등 다양한 관리도 필요하다. 

사실 테슬라의 NACS가 시장에서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 전체가 그 방식으로 바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콤보 방식(CCS 타입1)을 표준화한 곳에선 NACS를 굳이 채택할 필요가 없다. 테슬라 전기차는 어댑터를 이용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충전하면 그만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판매해야 하는 신차에만 해당 충전방식으로 전환해 생산하면 된다. 

다만, NACS가 국제 표준으로 맞춰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글로벌 전기차 충전방식의 표준화는 예견된 일이다. 충전방식이 제각각인 경우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휴대전화도 같은 이유로 글로벌 표준화가 이뤄졌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방식 국제 표준화도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NACS가 확대하는 건 우리에게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 테슬라는 ‘반값 전기차’ 화두를 던지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충전방식의 ‘국제 표준’까지 등에 업으면 테슬라는 날개를 달 게 분명하다.

현재로선 NACS 확대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각종 변수를 통제할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큰코다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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