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보험료에 숨은 적립보험
만기 때 되돌려주지만
중도해지하면 원금 손실
득보다 실 많은 옵션인 셈

보험료엔 ‘적립보험료’란 옵션이 있다. 보험사가 은행처럼 맡아뒀다가 만기 때 돌려주는 금액이다. 물론 보험을 중도해지했을 때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은행 적금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엔 ‘원금 손실’이란 함정이 있다. 자신의 보험에 적립보험료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상담자 부부의 보험 속 ‘군살’들을 체크했다.

보험료 속 적립보험료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옵션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료 속 적립보험료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옵션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확실한 노후 준비를 하길 원하는 양성훈(가명·52)씨와 이희나(가명·48)씨 부부. 양씨는 혼자서 아내는 물론 대학생인 두 자녀(23·20)의 앞날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앞선다. 아내가 일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근 몸이 나빠져서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탓에 양씨는 외벌이로 세 식구를 부양하고 있다.

재테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이마저도 잃는다면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양씨는 손실을 복구하기가 어렵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양씨는 필자를 찾아와 절박한 마음으로 답을 구했다.

필자가 지난 상담시간에서 살펴본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양씨의 월소득은 386만원이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292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5만원, 금융성 상품 90만원 등 457만원이다. 현재 월 71만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지출 줄이기에 나섰다. 현재까지 식비·생활비 10만원, 통신비 23만원을 줄여 총 33만원을 절감했다. 적자도 71만원에서 38만원으로 줄었지만 갈 길이 멀다. 적어도 흑자로는 전환해야 부부의 솔루션을 수월하게 짤 수 있다.

그럼 계속 지출을 줄여나가 보자. 우선 월 86만원씩 나가는 부부의 보험료를 살폈다. 여기서 대폭 줄여야 흑자 전환이 수월하므로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부부는 몇년 전, 친한 지인의 소개로 보험설계사와 인연을 맺었다.

그를 통해 가족의 보험을 새로 바꿨다. 지인이 소개해 줬으니, 자신에게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란 믿음에서 결정을 내렸다. 보험설계사도 “지금 연령대에 꼭 맞는 보험들로만 구성했으니 걱정 말라”며 부부를 안심시켰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납입 기간이 상당히 긴 ‘장기 상품’이다. 보통은 ‘오래 납입해야 혜택이 크다’는 이유로 ‘20년납’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정으로 보험을 해지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으로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당시 보험설계사는 이런 점을 들어 부부에게 “보험에 적립보험료 옵션을 최대한 많이 넣자”고 설득했다. 그러면 만기 시 환급도 많이 받을 수 있고,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중도 해지해 목돈처럼 쓸 수 있다는 게 보험설계사의 설명이었다.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 부부도 그의 말을 따랐다.

지인 소개로 가입한 보험이더라도 그 내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인 소개로 가입한 보험이더라도 그 내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설계사의 말은 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단 급한 돈이 필요할 때 보험을 해지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적립보험료 액수가 크면 클수록 많을수록 해지 환급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설계사가 말하지 않은 게 있다. ‘중도해지하면 적립보험료 원금이 손실된다’는 점이다.

계약 기간 중 보험을 해지하면, 보험사는 지금까지 납입한 원금에서 보험사가 가져가는 ‘사업비’를 뗀다. 당연히 이는 적립보험료에도 적용이 된다. 원금이 손실된다는 얘기다.

적립보험료는 보험 혜택이 끝나는 만기가 됐을 때에만 100%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험 만기는 90~100세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 나이 때 목돈을 받는 게 가입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부부의 모든 보험에 붙어 있는 적립보험료 옵션을 빼기로 결정했다. 다행히도 각 보험의 보장 항목은 문제가 없어 그대로 쓰기로 했다. 부부의 보험에서 적립금 옵션을 모두 덜어내니, 86만원이었던 보험료는 42만원으로 44만원이나 줄었다. 원금이 손실되는 건 속이 쓰리지만, 적립금은 모두 환급 신청하기로 했다. 계산해 보니 돌려받을 수 있는 적립금 액수가 900만원에 달했다.

이 돈은 비정기지출을 줄이는 데 쓰기로 했다. 부부가 1년간 내는 비정기지출은 학자금대출(800만원), 명절·경조사비(4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67만원) 등 907만원이다. 한달에 평균 75만원씩 내야 한다. 부부는 적립금 900만원 중 800만원을 학자금대출을 갚는 데 쓰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적어도 향후 1년은 이 지출항목이 ‘제로’가 된다. 이 방법을 통해 부부는 비정기지출을 월 75만원에서 8만원으로 67만원이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학자금대출을 갚고 남은 100만원은 비상금 용도로 쓰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44만원(86만→42만원), 비정기지출 67만원(75만→8만원) 등 111만원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38만원이었던 가계부 적자도 73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으로 부부의 재무목표를 한 번 더 점검했다. 부부는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해도 되는지, ▲자신의 나이대에 수익률 높은 투자상품에 가입해도 되는지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재무목표라고 말하긴 어렵다. 재무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목표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달성 시기와 목표 금액까지 설정해야 비로소 재무목표가 된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재무목표를 재설정했다. 다행히도 부부는 재무 이벤트가 별로 없다. 십수년 전에 마련한 자가 아파트(시세 3억2000만원)가 있고, 아내가 몸이 허약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유의해야 할 만한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부부는 ‘노후 준비’ ‘자녀 학자금 마련’ 등 2가지 목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걱정스러운 건 부부가 상담을 통해 확보한 여유자금이 다른 상담자들보다 부족하단 점이다. 그만큼 효과적으로 재무솔루션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과연 부부는 안정적인 노후 설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마지막 편에서 상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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