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반도체 한파 후➋
AI 잡겠다고 나선 삼성전자
TSMC의 아성 무너뜨릴까
레퍼런스도, IP도 뒤처져
한계 임박한 실리콘 반도체
미래 반도체 판도 뒤바꿀
차세대 반도체 기술 잡아야

K-반도체를 이끌어온 삼성전자 앞엔 수많은 변수가 깔려 있다. [사진=뉴시스]
K-반도체를 이끌어온 삼성전자 앞엔 수많은 변수가 깔려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는 視리즈 ‘반도체 한파 후’ 첫번째 편에서 통틀녘을 애타게 기다리는 K-반도체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곳곳에서 ‘반도체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지만,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변수들은 여전히 숱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반도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반도체 한파 후, 두번째 편이다. 

K-반도체의 자존심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동안 낸 손실 규모만 8조9400억원에 이른다. 아무리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영업손실을 낸 건 14년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변수가 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 상황이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말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한 이후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되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피크차이나(Peak China)’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반면 AI 분야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여기까진 視리즈 ‘반도체 한파 후’ 첫번째 편에서 다룬 내용이다. 視리즈 ‘반도체 한파 후’ 두번째 편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전망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앞둔 반도체 기술을 다뤄보자.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AI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AI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의 흐름에 발맞춘 플랜을 준비 중인 곳들이 있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뒤를 쫓고 있는 삼성전자가 AI와 더불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고성능컴퓨팅(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오토모티브(자동차·Automotive) 분야로 응용처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7월 4일 열린 ‘삼성전자 파운드리/SAFE 포럼 2023’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AI가 서버·모바일·자동차 등 다양한 범위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고성능 AI 반도체에 특화된 최첨단 공정과 차별화된 스페셜티 공정, 글로벌 IP 파트너사와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용 2나노 공정을 시작으로, 2026년 HPC 공정, 2027년 오토모티브 공정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로드맵도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당찬 포부처럼 AI·HPC·오토모티브 등 차세대 분야에서 TSMC와 정면으로 맞붙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따져보자. 먼저 ‘레퍼런스’의 차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AI·HPC 등은 TSMC가 사실상 독차지해왔다. 앞서 언급한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인텔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AI·HPC 칩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은 모바일용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 아무래도 시스템LSI사업부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 제품이 모바일용 반도체다. 자연스럽게 모바일용 공정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더구나 국내 팹리스 업계가 상대적으로 AI·HPC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에 다른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공산이 크다.[※참고: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로 나뉜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느냐는 꽤 중요한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분야에서 레퍼런스가 많다는 것 자체가 잘한다는 걸 검증받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레퍼런스가 있는 TSMC와 그렇지 않은 삼성전자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리는 게 또 있다. 설계자산(IP)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미세공정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게 IP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파운드리 업체가 IP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을수록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10배가량 많은 IP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참고: IP를 확보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파운드리 기업이 공정 정보를 IP 기업에 넘겨준다. 그럼 IP 기업은 공정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공정에 최적화된 IP를 개발, 팹리스에 제공한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템반도체공학) 교수는 “특히 AI 반도체로 경쟁하려면 더 많은 IP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서 많이 약하다”면서 “TSMC는 이런 작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TSMC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공정에서도 IP 포트폴리오가 풍부한 편이 아니다”면서 “팹리스 입장에선 공정 정보가 있어야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예측을 하고, 생산을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길 텐데 그게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으면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변수➌ 실리콘 반도체 =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점은 현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현재 반도체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만든다. 실리콘 위에 회로를 더 미세하게 그리고, 더 작게 깎아 내는 방식으로 반도체 성능을 높여왔다.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사진=연합뉴스]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에 다다랐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는 1나노 정도가 한계로 꼽힌다. 더 작게 만들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만든다 하더라도 반도체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25년께 2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된다. 그 이후엔 좋든 싫든 반도체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찾아야 한다. 가까운 미래의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뉴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공산이 크다. 

이종환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세계 각국의 연구소, 대학, 기업에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누가 새로운 기술을 상용화하고 지배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반도체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양·질적 면에서 외국의 투자 규모를 따라가긴 힘들지만 우리도 우리의 강점을 살려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 크고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엔 세계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새로운 반도체 시대를 잘 준비하고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경영전문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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