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1편
신혼 초 물쓰듯 돈 쓴 부부
마통에 보험대출까지 손 대
모두 변동금리 적용된 게 문제
모아놓은 목돈 없어 변제 어려워
치솟은 이자 감당할 수 있을까

변동금리를 옵션으로 가진 대출은 고금리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변동금리를 옵션으로 가진 대출은 고금리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8000만원만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가 있다. 부족한 자본을 메우기 위해 전세대출금에 마이너스 통장, 보험약관대출 등 여러 대출을 받았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출의 조건이 하나같이 ‘변동금리’였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양영희(가명·35)씨는 요즘 집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 아파트 계약이 끝났는데,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다음 계약 때는 전셋값을 좀 많이 올려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이 갑자기 오르는 건 꽤 흔한 일이지만, 오른 만큼의 전셋값을 치를 정도의 목돈이 수중에 없다는 게 양씨의 고민거리였다.

이런 양씨를 바라보는 남편 박문휘(가명·36)씨는 미안한 마음이 많다. 총각 때 저축이나 재테크를 하지 않고 흥청망청 쓴 게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는 자책감이 들어서다. 그렇다고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부부는 이미 적지 않은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

처음 대출을 받은 건 2년 전 결혼식을 올렸을 때다. 당시 두 사람의 수중에 있던 돈은 8000만원이 전부였다. 이 돈으론 전세 아파트는 물론이고 괜찮은 월셋집도 마련하기 어려웠다. 박씨는 빚을 지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남들도 다 빚지고 산다”는 아내의 말을 반박할 수도 없었다. 결국 부부는 전세대출금(2억원·연이율 4.24%)을 받아 전세 아파트(2억8000만원)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결혼 후 두 자녀(3·1)를 낳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자녀 양육비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부부의 통장은 마이너스를 찍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부부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고, 이후엔 보험계약대출을 신청해 600만원도 빌렸다.

보험약관대출이라고도 부르는 이 대출은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의 해지환급금 범위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로,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는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셈이다. 보험을 해지하지 않았으므로 보험의 보장이 그대로 유지되고,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이 보험의 장점이다.

문제는 마이너스 통장과 보험계약대출 등 부부가 받은 대출의 조건이 모두 변동금리란 점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서 부부가 갚아야 할 이자도 급격히 늘었다. 현재 1400만원 가까이 쓴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율은 6.4%(이하 1년 기준), 보험계약대출 이자율은 5.02%로 둘 다 2년 전보다 10~15%가량 치솟았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율이 오르는 변동금리의 ‘역풍’을 부부가 맞고 있는 셈이다.

부부는 현재 월 21만원을 마이너스 통장과 보험계약대출의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이대로 대출금이 줄어든다면 다행이지만, 이미 현재의 생활패턴에 익숙해진 부부로선 계속 빚을 늘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기에 전세대출금까지 갚아야 하니, 부부는 말 그대로 ‘빚의 늪’에 빠져 있다.

이 때문인지 부부는 해결책을 빨리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빨리 대출금을 갚고 집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 방법을 물었다. 일단 부부의 재무 상태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둘 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760만원으로, 남편이 430만원을 벌고 아내가 330만원을 번다.

정기 지출은 가짓수가 좀 많다. 공과금 36만원, 식비·생활비 140만원, 통신비 37만원, 기기 렌털 5만원, 유류비·교통비 37만원, 남편 용돈 40만원, 아내 용돈 25만원, 보험료 79만원, 자동차 할부금 8만원, 마이너스통장·보험계약대출 상환금 21만원, 전세대출 이자 71만원, 자녀 교육비 40만원, 부모님 용돈 100만원 등 639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경조사비(240만원), 휴가비(250만원), 명절비(180만원), 의류·미용비(250만원) 등 920만원이다. 월평균 76만원을 쓴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주택종합청약저축 20만원, 저축보험 15만원, 적금 20만원 등 55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총 770만원을 쓰고 10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필자는 부부에게 “왜 그렇게 많은 대출을 받았냐”고 질문했다. 신혼부부라는 점에서 부부의 월급은 그리 적은 편이 아니다. 잘 아끼면 나름대로 풍족한 생활이 가능했다. 박씨는 “자녀 옷부터 장난감 등 출산 준비를 하는 데 돈을 많이 썼다”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해주려고 하다 보니까 지출이 예상치 못하게 불어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부부는 과연 대출을 효율적으로 갚고 ‘빚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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