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➊
예산안 정말 알뜰하게 짰나
통합·관리재정수지가 뭐기에

# 국가 예산은 왠지 ‘멀게만’ 느껴집니다. 내 삶, 내 주변의 일상과는 무관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 예산의 근간은 내가 납부한 세금입니다. 내 세금이 쓰이는 만큼 내 삶과 무관할 리 없습니다.

# 더스쿠프가 2024년 예산안을 쉽게 풀어보기로 한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예산안을 알뜰하게 짰다고 하니 검증할 필요도 있을 듯합니다. 視리즈 2024년 예산안 분석 1편 ‘기초’입니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건전한 재정 도모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건전한 재정 도모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최근 정부가 2024년 예산안을 내놨습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의 체질 개선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습니다. 쓸데없는 지출을 빼고, 알뜰살뜰하게 예산을 짰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그러자 일부에선 이렇게 반응합니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져서 나라 경제가 좋아지겠군.” 재정이 튼튼해지면 보유 재원을 이곳저곳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니 틀린 해석은 아닙니다.

그런데 다른 반응도 나옵니다. “정부 지출이 줄어드니 국가 경제의 활력이 떨어져서 나라 경제는 더 안 좋아지겠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뜻이니까 투자도, 성장동력도 줄지 않겠냐는 거죠. 이 역시 틀린 해석이 아닙니다. 

이처럼 정부 예산안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문제는 진영에 따라 반응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예산을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하는 겁니다. 예산을 줄였다면 정말 낭비를 없앴는지, 꼭 필요한 예산을 줄이지는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더구나 국가 예산은 ‘먼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예산이 늘고 줄어듦에 따라, 예산을 적재적소에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정부가 내놓은 2024년 예산안을 하나씩 따져볼까요. 

■ 통합재정수지의 함의 = 우선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건전재정’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합니다. 건전재정은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적절히 관리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럼 내년도 예산안에는 수입이 늘었을까요? 아닙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수입은 612조1000억원, 총지출은 656조9000억원입니다. 딱 봐도 44조8000억원 적자인 데다 수입은 올해(본예산 기준 625조7000억원)보다 줄었습니다.

이렇게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을 ‘통합재정수지’라고도 합니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은 일반회계, 특별회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걸 합쳐서 계산했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총수입-총지출=마이너스’가 됐으니 통합재정수지도 적자입니다. 

경기 침체기에 정부 지출이 줄면 경제도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경기 침체기에 정부 지출이 줄면 경제도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그럼 통합재정수지는 왜 적자를 피하지 못한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수입의 대부분 차지하는 ‘세금’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정부 수입원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국세수입, ▲정부가 운용하는 각종 기금을 통해 벌어들이는 기금수입, ▲임대료나 각종 수수료 등에서 발생하는 세외수입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국세수입(60%)과 기금수입(30%)을 합하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정부는 내년에 기금수입은 약간 늘고, 국세수입은 감소(올해 400조5000억원→내년 367조4000억원)할 것으로 추계했습니다. 

그러니까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원인은 총수입 감소 때문인데, 총수입 감소는 국세수입의 감소에서 기인한다는 겁니다. 정부 감세 정책에 따른 연쇄효과인데, 향후 국세수입이 크게 늘어날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 수입원이 줄어드는 이 상황을 건전재정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 관리재정수지의 함의 = 이번엔 관리재정수지를 보실까요? 언뜻 어렵게 느껴지지만 별것 아닙니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빼고, 수입과 지출을 따져보는 겁니다.

쉽게 말해, 관리재정수지의 취지는 회계 특성상 그해 수입과 지출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있는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하고, 재정의 민낯을 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곤 합니다. 관리재정수지가 흑자라면 재정건전성이 좋은 것으로, 적자폭이 크면 클수록 재정건전성이 나쁜 것으로 해석하는 식이죠. 

그럼 2024년 예산안은 어떨까요? 관리재정수지는 –92조원입니다. 2015년 이후 관리재정수지는 –50조원 미만에서 관리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 –117조원으로 적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올해는 여기서 가파르게 줄어든 –58조원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적자폭을 내년에 다시 -92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이게 윤 정부가 말한 건전재정일까요? 

글쎄요, 답을 말하기 전에 이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사실 역대 정부 가운데 관리재정수지를 흑자로 유지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관리재정수지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괜찮아야 정부의 재정건전성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죠. 

이런 측면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늘었다는 건 정부 긴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만으로 정부의 능력을 판단하긴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정부는 긴축재정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재정수지의 악화가 긴축재정정책의 실패로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자! 여기까지 읽으시면 통합재정수지, 관리재정수지의 함의를 파악하셨을 겁니다. 視리즈 2024년 예산안 쉽게 보기 2편에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i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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