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22대 총선 D-200 특별기획 2편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치 기록
양육비 줄일 법안, 처리 난망
난임부부 지원법 처리 못해
장애인 교육 · 노동권 보장 뒷전
기초연금 확대법 발의했지만…
임기만료폐기될 법안 수두룩
이제 금배지 관심은 다음 총선
22대 국회는 나아질 수 있나

# 16대(2000~2004년)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 수는 2507건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훌쩍 흐른 21대 국회에선 2만3656건(9월 11일 기준)에 달하는 법안을 쏟아냈으니, 지금의 금배지들이 ‘더 열심히 일했다’고 볼 수 있을까.

# 그렇지 않다. 2만여건의 법안 중 국회를 통과한 건 단 28.8%(6819건)에 불과해서다. 내년 총선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만료로 인한 폐기 수순을 밟을 법안들이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총선 특별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2편에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또다른 민생법안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21대 국회에선 2만3656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율은 30%를 밑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21대 국회에선 2만3656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율은 30%를 밑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총선 특별기획 21대 금배지: 악습의 기록’ 1편에선 서민주거‧가계부채‧청년 관련 법안의 처리 현황을 살펴봤다. 점수는 ‘낙제’에 가까웠다. 주거빈곤층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법안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청년층에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줄 ‘채용비리 근절법안’은 단 한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금부턴 저출산‧장애인‧노인 관련 민생법안을 살펴보자.

■ 민생법안➍ 저출산 = 이번엔 결혼·출산 등 사회문제와 연관된 법안의 민낯을 살펴보자. 먼저 양육비 부담이다. 양육비는 젊은 세대가 결혼·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국회에선 양육비 부담을 덜어줄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다. 자녀 보육비용의 비과세 한도액을 최대 월 1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그중 하나다. 

유경준(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자녀 수와 무관하게 월 10만원인 보육비 비과세 한도를 자녀 1명당 월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위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유경준 의원안과 비슷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18건도 계류 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발의한 아동수당 확대법(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처리도 지지부진하다. 현행법상 아동수당은 만 8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2세 미만 아동에겐 월 50만원 이상씩 지급되고 있다. 2021년과 2023년 3차례에 걸쳐 법을 개정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 법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원액이 크지 않은 데다 대상 연령대가 협소하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21대 국회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 12~18세로 확대, ▲아동수당을 최저생계비·물가상승률 등과 연동해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 4건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이 200여일 남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또 있다. 난임부부 지원법이다. 기혼 여성 8명 중 1명은 아이를 갖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난임은 이제 보편적인 문제가 됐다. 난임 시술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제도를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실제로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 직장인 중 39.7%는 퇴사를 선택한다. 난임치료나 시술을 위해 쓸 수 있는 휴가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국회는 2017년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을 개정하면서 연간 3일의 법적 난임휴가일을 보장했지만, ‘태부족’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난임환자들이 시술 1회당 5~7일 치료를 받고, 1년에 평균 21일 이상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21대 국회는 난임휴가를 확대하고 유급휴가로 전환해 국가가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14개나 발의했다. 관련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건 2020년 7월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건도 소관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 민생법안➎ 장애인 = 21대 국회가 출범할 때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장애인 평등’이다. 국내 등록장애인 수는 2022년 기준 254만2860명(보건복지부). 전체 인구의 5%에 이르지만 장애인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일하는 세상은 당사자들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다. 이 때문인지 “장애인 지원 예산을 늘리고,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금배지는 21대 국회에도 많았다. 

실제로 장애인이 교육받을 권리를 강화하는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1대 국회에서만 총 27건 발의됐다. 결과는 어떨까. 27건 중 단 3건만 국회를 통과했다. 대안반영으로 폐기된 법안은 8건, 여전히 계류 중인 법안은 16건에 달한다. 

계류 중인 법안들은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 종별·정도 고려해 학급 설치, ▲장애 정도가 심한 특수교육대상자 학급에 특수교원 추가 배치, ▲특수교육대상자에서 제외된 정신질환 학생의 학교생활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도울 법안의 처리도 더디기만 하다. 현행법(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상 공공기관과 상시 50인 이상을 고용 중인 민간기업은 장애인을 의무고용해야 한다. 취지는 긍정적이었지만, 너무 낮게 설정한 의무고용비율(공공기관 3. 6%·민간기업 3.1%)이 문제였다.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를 해결하겠다면서 21대 금배지들은 44건에 달하는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일부개정안’을 쏟아냈지만, 이중 국회를 통과해 공포된 건 2건뿐이다. 

한국의 노인 소득빈곤율은 43.4%(2018년)로 OECD 평균치(13.1%)의 3배를 웃돈다.[사진-뉴시스]
한국의 노인 소득빈곤율은 43.4%(2018년)로 OECD 평균치(13.1%)의 3배를 웃돈다.[사진-뉴시스]

■민생법안➏ 노인 = 이제 노인 문제로 넘어가보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노인 중엔 ‘행복하지 않은’ 분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노인 소득빈곤율(가처분소득이 중윗값에 미치지 못하는 비중)은 43.4%(2018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3.1%)의 3배를 웃돈다. 이를 의식한 21대 금배지들은 선거 기간 중 투표율이 높은 노년층을 공략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정작 법안을 처리하는 덴 늑장만 부리고 있다. 

노인 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대표적 법안 중 하나가 ‘기초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은 소득에 따라 최대 월 32만3180원(2023년 기준)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감액규정 탓에 기초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층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노인 부부가 기초연금 수급권자일 경우엔 기초연금의 20%를 감액한다. 국가유공자로 국가 보상금을 받는 노인에겐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보상금을 소득으로 인정해서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선 ▲부부감액 감액 조항 삭제, ▲기초연금액 현행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 ▲기초연금 대상자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삼은 개정안을 24건이나 발의했지만 1건(김성주 의원안)만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마저도 기초연금을 신청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인을 대신해 복지관·병원이 대신 신청하도록 하는 내용에 그쳤다.

이처럼 21대 국회도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데 온 힘을 쏟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대 다른 국회와 다를 게 없었다. 금배지들이 민생보단 정쟁에 더 많이 신경 썼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이제 22대 총선까지 200여일이 남았다. 지금까지 ‘정쟁의 늪’에 빠져 있던 그들이 얼마나 많은 민생법안을 처리할지는 알 수 없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공천경쟁을 해야 하니 더 그럴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국민을 위한 ‘금배지’를 만날 수 있을까.  <3편에서 계속>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c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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