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가격 인상으로 본 교촌 현주소
bhc치킨에 업계 1위 자리 내줘
갈수록 악화하는 수익성 골머리
교촌 따라 가격 올리던 관행 깨져
창업주 3년 만에 경영 일선 복귀
치킨 업계 왕좌 되찾을 수 있을까

업계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다. 나머지 업체들이 곧바로 추종한다. 치킨 업계에 관행처럼 이어져온 가격 인상 역사다. 최근 그 관행에 변화가 생겼다. 줄곧 총대를 메던 교촌치킨이 가격을 올렸는데도 2위, 3위 업체가 동참하지 않았다. 왜일까. 여기서 교촌치킨이 처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교촌치킨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가격 인상 효과도 얻질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촌치킨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가격 인상 효과도 얻질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2021년 11월 제품의 권장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교촌 오리지날’ ‘허니 오리지날’의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 ‘교촌윙’ ‘교촌콤보’의 값은 1만70 00원에서 1만9000원이 됐다. ‘레드윙’ ‘레드콤보’ ‘허니콤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교촌 측은 “수년간 쌓인 인건비 증가분과 각종 수수료 부담에 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가맹점 수익성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조정 시기와 폭은 교촌치킨 본사와 가맹점소통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치킨 업계 1위(매출액 기준)인 교촌치킨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업계 2위인 bhc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해 12월 bhc치킨은 일부 제품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1000~20 00원 인상했다. ‘해바라기 후라이드’를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린 것을 비롯해 윙 메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 스틱류는 1만9000원에서 2만원으로 인상했다. 당시 bhc 측은 “점주와의 상생은 물론, bhc치킨의 차별화한 맛과 품질을 고객들에게 지속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치킨 업계 1위 업체가 마치 선봉장처럼 가격을 끌어올리면 나머지 업체들이 줄줄이 뒤를 따르는 ‘가격 인상 릴레이’는 2위 업체에서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신호탄일 뿐이었다. 이듬해 상반기 굽네치킨, 네네치킨, BBQ 등 치킨 업체 다수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동참했다. 배달비를 포함한 치킨 가격 3만원 시대는 그렇게 가까워졌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여가 흐른 올 4월, 교촌치킨이 다시 한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상폭은 최대 3000원. 대표 메뉴인 ‘교촌 오리지날’의 가격은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랐고, ‘허니콤보’는 2만원에서 2만3000원이 됐다. 교촌치킨은 이번에도 “임차료·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가맹점 수익 구조가 악화했다”면서 “가맹점의 수익성과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교촌치킨이 가격을 올리자 “나머지도 따라서 올릴 것”이란 비판 여론이 일어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약간 다른 행렬이 이어졌다.  네네치킨, 60계치킨 등은 가격표에 손을 댔지만, 교촌치킨과 함께 ‘치킨 업계 빅3’로 묶이는 bhc와 BBQ는 움직이지 않았다. bhc와 BBQ는 왜 그동안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 걸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선 교촌치킨과 치킨업계의 현주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교촌 현주소➊ 수익성 악화 =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를 보면, 교촌치킨 가맹본부의 실적은 크게 위축됐다. 매출액은 2021년 4935억원에서 2022년 4989억원으로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0억원에서 29억원으로 무려 89.6%나 감소했다. bhc치킨과 BBQ의 실적과 비교해보면 교촌치킨의 위기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bhc치킨은 매출액이 2021년 4771억원에서 지난해 5075억원으로 6.4% 늘었다. 영업이익은 1538억원에서 1418억원으로 줄었지만, 감소폭은 7.8% 수준이었다. BBQ는 매출액이 3624억원에서 4188억원으로 15.6%, 영업이익은 608억원에서 641억원으로 5.4% 늘었다. 

교촌치킨의 실적은 왜 이렇게 곤두박질쳤을까. 교촌치킨의 설명대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원가가 늘어난 건 맞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판매관리비도 2021년 694억원에서 지난해 805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늘었다. 업계 내 심화한 경쟁 구도 속에서 과도한 마케팅을 벌인 게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이유다.

■ 교촌 현주소➋ 수성 실패 = 수익성이 쪼그라드는 사이, 10년 넘게 지켜오던 매출 기준 업계 1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매출액 4989억원을 기록하며 5075억원을 벌어들인 bhc치킨에 밀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4월 선제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되레 부메랑이 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5.6%, 4.2%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 효과를 보기는커녕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 이탈하는 결과만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교촌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한 복귀였다. 이후 가격을 끌어올리고, 오마카세(일종의 주방특선) 콘셉트의 ‘교촌필방’을 오픈했다. 최근엔 대만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수익성 개선과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교촌은 이 위기를 딛고, 다시 왕좌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그러기엔 현재의 그림자가 꽤 짙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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