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生生 스몰캡 비씨엔씨
AI 반도체 뜨면서 공정 고도화
단단한 합성쿼츠 수요 늘어
반도체용 합성쿼츠 최초 개발
침체한 시장 회복 여부가 관건

쿼츠(Quartz), 일종의 수정(광물)은 반도체를 깎는 소재로 정평이 나있다. 이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든 반도체용 합성쿼츠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론칭한 업체는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 소재 전문기업 비씨엔씨가 그곳인데, 최근 이 회사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고품질 미세공정 부품을 찾는 반도체 제조사가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고품질 미세공정 부품을 찾는 반도체 제조사가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AI)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술이 됐다. 대중에게 친숙한 포털 사이트 검색부터 자동차 제조, 우주 관측까지 AI 기술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인지 AI에 필요한 ‘반도체’가 연일 화두다. 여기서 말하는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초전력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일종의 칩을 말한다. 반도체 전문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7.0%에서 2027년 16.0%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 수요가 불황에도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AI 반도체 세계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0.9% 증가한 534억 달러(70조9419억원)로 커지고, 2027년엔 그 규모가 1194억 달러(158조6229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쓰이는 부품도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HBM)다. 간단히 설명하면 D램을 쌓고 엮는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다. D램을 미세하게 중첩한 형식이어서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다만, 디테일한 공정이 필요한 만큼 반도체 업체들이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엔 반도체의 ‘미세화 공정’을 다루는 업체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비씨엔씨’다. 이 회사는 합성쿼츠·실리콘·세라믹 등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소재를 제조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주요 공정 중 식각(Etching·일종의 조각) 공정에 쓰이는 소재를 제조하는 데 특화돼 있다.

비씨엔씨의 투자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째는 뛰어난 기술력이다. 이 회사는 식각 공정에 쓰이는 합성쿼츠인 ‘QD9+’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일종의 인공 수정(광물)인 합성쿼츠는 천연쿼츠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지만, 잘 닳지 않아서(내마모성) 미세공정에 적합하다.

비씨엔씨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인텔 등 국내외 반도체 제조 업체에 합성쿼츠를 납품하고 있다.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신제품 QD9+도 이르면 내년부터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비씨엔씨는 합성쿼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22억원,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0%·36.6% 증가했는데, 증권가에선 합성쿼츠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에 합성쿼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하면서 비씨엔씨의 실적을 견인했다”면서 “천연쿼츠 대비 단가가 높은 합성쿼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올해 비씨엔씨가 본격적인 실적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포인트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넘치는 재고를 털기 위해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감산 효과가 4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나 급락했던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소재 업체인 비씨엔씨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마지막은 ‘애프터 마켓’ 확대다. 식각 공정 부품 시장은 크게 비포 마켓(Before-mar ket)과 애프터 마켓(After-market)으로 나뉜다. 두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납품 과정과 가격이다. 비포 마켓의 구조는 반도체 소재업체→반도체 장비업체→반도체 제조업체로 이뤄져 있다. 단계를 거치면서 부품가격이 비싸진다.

반면 애프터 마켓은 반도체 소재업체가 제조업체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 시장이므로 제조업체는 좀 더 저렴하게 부품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애프터 마켓을 많이 이용하는데, 비씨엔씨의 매출의 60%는 애프터 마켓에서 나온다. 애프터 마켓이 뜰수록 비씨엔씨에는 긍정적이란 거다.

비씨엔씨를 둘러싸곤 호재도 많지만, 지켜봐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올 3~4분기 수주가 얼마나 확대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반도체 불황의 여파 탓에 비씨엔씨의 영업이익률은 16.2%(2022년 2분기)에서 0.7%(올해 2분기)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감산하고 있긴 하지만, 언급했듯 4분기에야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에선 비씨엔시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800억원, 116억원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상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목표가는 보수적으로 책정, 2만5000원으로 제시한다.

손창현 K투자리서치 팀장 | 더스쿠프
fates79@naver.com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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