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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
25개 계열사 중 9개 대표 교체
신상필벌, 임기 못 채운 대표들
쿠팡 공세에 위기의식 커져
새 수장, 위기 돌파할 수 있나

신세계그룹이 지난 20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사진=뉴시스]
신세계그룹이 지난 20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사진=뉴시스]

“역대급 물갈이 인사다” “이명희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20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전체 계열사 40%가량(25곳 중 9곳)의 대표를 한꺼번에 물갈이한 데다, 백화점(신세계)과 이마트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한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신세계그룹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참고: 2019년에도 백화점과 이마트 대표를 동시에 교체했지만, 당시엔 백화점(장재영 대표)과 또다른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차정호 대표)의 대표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제로 그동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인사를 이끌었던 것과 달리 이번 정기 임원인사는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의 핵심은 ‘신상필벌’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신세계를 이끈 손영식 대표는 임기(2025년 3월)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하게 됐다. 신세계 대표 자리에는 박주형 현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내정했다.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한 박주형 대표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도 임기(2026년 3월)를 2년 이상 남겨둔 채 자리를 떠나게 됐다.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 첫 외부인사 출신 대표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마트는 한채양 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끈다. 특히 이마트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을 하나로 묶어 ‘One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현재 신세계푸드 수장을 맡고 있는 송현석 대표는 신세계푸드와 주류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L&B 대표를 겸직한다. 이 외에도 2007~2019년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이끌었던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신세계그룹 측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경영환경을 정면돌파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행력 강한 조직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명희 회장까지 직접 나설 만큼 신세계그룹은 위기인 걸까. 무엇보다 ‘유통공룡’ 자리를 ‘쿠팡’에 내어줄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쿠팡의 매출액은 15조3749억원으로 이마트(14조4064억원) 매출액을 넘어섰다. 신세계(3조1393억원) 매출액을 합산하면 여전히 신세계그룹이 앞서지만 안심할 순 없다.

쿠팡이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물류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쿠팡은 올해 상반기 33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엔 자회사로 연예기획사 ‘씨피엔터테인먼트’까지 설립했다.

[자료|각사, 참고 | 신세계는 신세계와 이마트 합산 기준.]
[자료|각사, 참고 | 신세계는 신세계와 이마트 합산 기준.]

이렇게 쿠팡이 세를 확장하는 사이 신세계그룹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393억원)를 냈다. 전년 동기에 영업이익 221억원을 냈다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위기임에 틀림없다.

신세계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3.9%(3510억원→3019억원) 감소했다. 쿠팡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2021년 3조5991억원을 투자해 이베이코리아(G마켓)를 인수하고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했지만, 내실을 다지지 못한 셈이다.

지난 6월 야심차게 론칭한 계열사 통합(이마트‧G마켓‧SSG닷컴‧스타벅스‧백화점‧면세점)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도 “차별화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발 위기 속에 단행된 신세계그룹의 임원인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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