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삭스는 왜 애플을 포기했나
골드먼삭스는 왜 애플을 포기했나
  • 김건희 기자
  • 호수 39
  • 승인 2013.04.17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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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총론] 혁신 잃은 애플의 굴욕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먼삭스가 애플을 버렸다. 자신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주식을 모아놓은 ‘Americas Conviction List’에서 애플을 빼버린 것이다. 해외언론은 이를 ‘애플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희대의 선각자를 잃은 애플. 이들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답이 없다.

 
#BMS(Battery Management Sys temㆍ배터리 관리 시스템) 제조업체 TS60′S의 강성석 대표. 그는 2000년대 중반 ‘휴대전화 돌풍’을 일으켰던 VK의 후예다. VK가 속절없이 무너진 2008년 TS60′S를 세운 그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VK를 능가하는 ‘작지만 강한 휴대전화 업체’를 다시 세우는 거였다. 하지만 이 꿈은 ‘혁신제품’ 하나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잡스 잃은 애플, 혁신도 잃어

스티브 잡스의 야심작 ‘아이폰’이 바로 그 혁신제품이었다. “2009년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을 보고 깜짝 놀랐다. 디자인에서부터 기능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앱스토어는 환상적이었다. 아이폰을 뛰어넘을 자신이 없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3년. 강 대표는 아직도 아이폰3를 사용한다. 아이폰4ㆍ아이폰4Sㆍ아이폰5가 줄줄이 출시됐지만 구입하지 않았다. 아이폰3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요즘 생각이 달라졌다. “애플의 혁신성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 잡스가 이끌던 애플과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초기 아이폰 시리즈를 뛰어넘는 혁신제품이 나올까 싶다. 불가능할 것 같다.” 혁신 아이콘 애플.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이 무서운 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금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애플이 따라갈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MS는 잡스가 이끌던 애플을 이기지 못했다. 혁신, 이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정석 일신창투 대표는 “자금이 많지 않았던 잡스가 펀딩을 자유자재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혁신에 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튠즈에서 앱스토어로 연결되는 혁신과정을 예로 들었다. “아이튠즈를 기억하는가. 애플 MP3 아이팟의 음악 다운로드 장터다. 대부분의 IT 전문가들은 아이튠즈를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별다를 게 없는 플랫폼’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잡스는 평범한 아이튠즈를 앱스토어로 연결하더라. 누구도 몰랐을 게다. 잡스 빼고는 말이다. 혁신, 그리고 전략의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처럼 세계를 뜨겁게 달군 기업이 있을까. 잡스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추앙받은 기업인이 있을까.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단 한마디만 언급해도 IT 트렌드가 바뀌었다.

그런 애플이 요즘 위기다. 신제품 아이폰5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개선된 게 별로 없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곁눈질하는 애플 마니아까지 생기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올 4월 2일 ‘Americas Conviction List’에서 애플을 제외했다. Americas Conviction List는 골드먼삭스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주식을 모아놓은 것이다. 애플은 2010년 12월 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외신은 이를 ‘애플의 굴욕’이라고 보도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지난해 가을 출시한 아이폰5의 판매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애플이 올 2분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 혁신의 대명사 애플의 앞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애플 위기 진원지는 아이폰5

사실 애플의 분위기는 올해 겨울부터 좋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3년 1월 ‘애플의 아이폰5 부품 주문 축소’를 대서특필했다. 아이폰5의 인기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은 기사였다. 시장 안팎에선 애플이 평범한 IT기업 중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애플을 둘러싼 짙은 그림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도 걷히지 않았다. 애플은 1분기 매출 545억 달러(약 58조원), 순이익 131억 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다. 주식 1주당 벌어들인 돈은 13.81달러로 드러났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했다. 매출은 분기 사상 최고치였고, 순이익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매출 대비 순이익이 44%에서 38%로 6%포인트 떨어진 것이었다. 이는 애플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했다. 당연히 애플 주가가 출렁였다. 지난해 11월 아이패드 미니를 발표한 직후 580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한때 46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700달러 고지를 넘어섰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문제는 애플 주가가 당분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애플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서다. ‘애플은 없던 걸 만들어내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골드먼삭스가 애플을 팽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이 고전하는 이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빠른 추격이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3세대 출시 이후 이례적으로 7개월 만에 4세대를 선보였다. 그만큼 경쟁상대인 안드로이드 진영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흔들리는 리더십도 애플의 질주를 방해하고 있다. 세계를 흔드는 강력한 리더가 사라지자 애플 직원이 긴장감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판 리차드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CEO는 올 2월 26일(현지시간) 스페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3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애플이 팀 쿡 CEO 체제로 넘어오면서 사업방식이나 태도가 좀 더 유연해진 것 같다. 스티브 잡스 때보다 덜 오만해진 듯하다.” 팀 쿡 체제의 애플이 잡스 시절보다 집요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 시절엔 생각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계 부닥친 iOS의 어두운 미래

뛰어난 완성도를 뽐내던 아이폰과 iOS가 한계에 부닥친 것도 애플의 발목을 잡아챈다. 안드로이드의 운영체제(OS)와 스마트폰의 성능은 이제 애플에 뒤지지 않는다. 도리어 애플 아이폰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확장이 불가능한 메모리,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벼랑까지 밀린 애플에게 남은 카드는 애플TV다. 애플TV로 신기원을 열어야 ‘혁신 아이콘’이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녹록지 않다. 애플TV의 정체성이 모호해서다. 개발자가 TV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들기 위해선 애플TV의 명확한 비전과 개발 가이드라인을 숙지해야 한다. 그런데 애플TV는 TV인지 셋톱박스인지, 아니면 콘텐트를 공급하는 플랫폼인지가 불분명하다. 익명을 원한 IT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애플TV는 아이팟, 아이폰의 마지막 종착지 같은 거였다. 잡스의 최종 목표도 이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잡스가 사라졌다. 애플TV는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애플이 혁신 아이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물은 건드리지 않으면 물결이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업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날 리 없다. 애플엔 물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 자극을 주는 사람도 없다. 잡스의 부재가 너무 크다. 애플이 냉정한 심판대에 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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