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교육 생태계 죽이는 도시 양극화

부富를 가진 부모가 있고, 부촌富村에 사는 학생은 학업성취율이 높다. 교육기회를 그만큼 많이 보장받기 때문이다. 돈이 다음 세대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와야 사회에 활력이 깃든다. 그래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짐은 물론이다. 우리는 기회를 잃고 있다.

▲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개천에서 용나기 힘든 사회가 됐다.

‘개천에서 용 난다.’ 가난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사례를 접하기 쉽지 않다. 양극화 때문이다. 부는 물론 계층까지 세습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에 따라 교육 받을 기회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발표한 ‘대한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 형평성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거주지 환경’이 학생의 성적을 크게 좌우했다. KDI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총 10분위로 구분한 뒤 등급이 1분위씩 떨어질 때마다 자녀의 학업성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강남구의 압도적인 서울대 진학률

결과에 따르면 1분위 떨어질 때마다 학생의 수능등급은 0.06등급, 4년제 대학진학확률은 4.5% 하락했다. 거주지의 학습환경지수(5점 만점)가 1점 낮아져도 수능등급이 0.43등급 떨어졌다. 학습환경지수란 학교 주변환경, 학부모의 경제상태, 학교 수업분위기, 주변학교와 비교한 학생 성적 등을 지수화한 것이다. 4년제 대학 진학확률 역시 학습환경지수가 1점 낮아지면 9.9% 하락했다. 부모의 소득이 높고 환경이 좋은 동네에 사는 학생일수록 성적이 잘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대 신입생 중 강남권 출신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교졸

 

업생 1만명당 서울대 진학생수를 보면 강남구가 173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가 150명으로 뒤를 이었다. 구로구와 금천구는 1만명 당 18명에 불과했다. 강남구와의 격차는 9배가 넘는다. 공단의 영향권에 있는 구로구와 금천구는 강남지역에 비해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와 상위권 대학의 진학률도 부모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과 지위가 높은 10분위 가정 자녀들의 의대와 상위권 대학(연고대•KAIST•포항공대 등) 진학률은 13.8%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능력이 떨어지는 1분위 자녀들의 의대와 상위권 대학진학률은 0.8%에 그쳤다. 17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명문대가 성공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명문대 출신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이 같은 진학격차는 씁쓸함을 준다. 이런 성적차이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10만원 늘어날 경우 0.04만큼 수능등급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무용론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다른 통계도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19조3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목되는 것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차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다”며 “월소득 700만원 이상과 월소득 100만원 미만 계층간 사교육비 지출액 차이는 6배 이상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6000원이었다.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6만8000원에 그쳤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사교육비 차이는 6.26배에 달한다. 사교육 참여율도 극심한 양극화를 보였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3.8%인 반면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33.5%로 파악됐다.

교육 기회불평등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대학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스쿨 진학률이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출신고 현황’을 보면 특목고와 서울 강남3구 출신고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 잘 사는 지역일수록 학습환경지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강남지역에 늘어 선 수입자동차들.

2009년 51.3%였던 특목고와 강남 3구 출신고 비율은 2012년 61.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로스쿨이 ‘부유층 변호사 양성소’라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 234개 시군구 중 지난 3년 동안 로스쿨 입학생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지역도 150개나 된다. 수도권 15개 로스쿨에 입학한 지방대 출신은 2.3%에 그쳤다.

계층이동성 약화, 사회 활력 떨어뜨려

 

이처럼 부모의 부는 자녀의 계층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인지 ‘신분상승’에 대한 사회인식도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계층 상향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비율이 2003년 19.8%에서 2011년에는 43%로 두배 이상 늘었다.

사회•경제적 이동성이 약해지면 계층은 고착되고 계층간 간극은 커진다. 그러면 사회의 활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도 어려워진다. 전 KDI 연구위원인 김영철 상명대(금융경제학) 교수는 “계층 간 기회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선 ‘기회균형선발제’ ‘사회적 배려자 전형’ ‘지역균형 선발’과 같은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한다“며 “이를 전담할 정부기구를 설치해 공정한 진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배려자 전형까지 ‘가진 자’이 몫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젠 개천에선 용이 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allint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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