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파트1]한국정벌 나선 도요타의 속내

일본 도요타의 한국시장 공략이 매섭다. 엔저를 등에 업은 파격적 할인정책을 통해서다. 국내 진출 5년 만의 공격모드. 타깃은 당연히 국내시장을 80%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를 향해 있다. 도요타가 한국정벌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 도요타가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무기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도요타가 한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적당한 포지션을 갖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도요타가 내세운 첫째 전략은 ‘가격 할인’이다. 자동차 가격은 소비자가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도요타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의 대표 차량이자 세계적인 베스트 셀링카인 ‘캠리’의 가격은 300만~400만원 떨어졌다. ‘프리우스’는 200만원을 인하했고, ‘벤자’와 ‘도요타 86AT’는 최대 70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과거 할인 규모가 100만~150만원 수준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도요타의 할인정책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알 수 있다. 2009년 국내에 진출한 도요타가 이렇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의 할인정책은 시장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프리우스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5월 도요타 서초 전시장에서만 500대가 팔렸다. 국내 전체 시장에선 총 1300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5월(800대)과 비교하면 500대 증가했다.

도요타가 한국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이 자동차 업체의 세계시장 판매현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요타는 2009년 대규모 리콜사태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이후 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줄어들면서 2011년 제너럴모터스(GM)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도요타는 절치부심하며 다시 시장점유율을 회복했고, 2012년 GM을 따돌리며 세계 1위(970만대) 자리를 되찾았다. 도요타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대의 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였다. 도요타가 부진한 틈새를 현대차가 파고든 것이다. 현대차는 해외시장에서 ‘일본차 킬러’로 불린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주력모델은 소형차와 중형 세단으로 겹친다. 경영전략도 비슷하다. 좋은 제품을 개발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한다(양품염가良品廉價)는 게 도요타의 전략인데, 현대차도 다르지 않다.

실제로 현대차는 여러 나라에서 도요타를 앞서고 있다. 2012년 기준 현대차는 유럽에서 76만대를 판매, 도요타(54만대)를 앞질렀다. 브릭스(BRICs)에선 220만대를 팔아 110만대에 그친 도요타를 크게 따돌렸다. 중국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도요타보다 74만대 많이 판매했다.

정승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요타가 미국•아시아 시장에선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유럽•중국•브릭스 등 신흥시장에선 현대차가 도요타를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한국시장 공략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시장에서 현대차의 기를 꺾고, 여세를 몰아 신흥시장에서도 현대차를 압도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도요타가 현대차의 안방인 한국에서 고속질주를 거듭한다면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만약 한국시장에서 도요타가 시장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린다면 세계시장에서도 현대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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