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차라리 무덤덤했다. 포화가 소나기처럼 퍼부어지고, 뼈와 살이 흩어지던 아비규환의 현장은 역설적으로 처연하게 아름답기까지 했다. 영하 10도가 넘는 차가운 북풍이 비수처럼 날아들던 2018년 12월의 어느날, 필자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의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남북도로가 연결되는 지점에 우두커니 서있었다.비무장지대 내 남한의 북쪽 끝과 북한의 남쪽 끝이 연결되는 지점은 도로의 색깔만 조금 다를 뿐 남과 북은 하나였다. 길이 이어진 3㎞는 65년 전 피비린내 나는 상흔을 지우려는 듯 북쪽의 도로는 흙으로 덮였고, 남쪽의 도로에는
[뉴스페이퍼 = 김규용 기자] 새 지도부를 뽑는 8·25 전당대회 전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 공략에 나서며 1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5,000여명의 민주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경기도당 정기대의원대회에 이어 민주당 추미애 당대표의 축사와 함께 시작된 연설회에서는 이해찬·송영길·김진표 후보가 차례로 연설을 하며 각자 소신과 자신이 당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대의원들과 당원들에게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담아 연설했다.추미애 당대표는 이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9주기를 맞아 “김대중 정신”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하며 촛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는 서방세계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이슬람 테러에 맞서는 고통스러운 대테러 첩보전쟁을 그린다. 그 풍경이 매우 기이해, 요즘 유행하는 ‘타임 슬립’ 영화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마치 19세기 아랍 병사들이 어찌하다 21세기로 미끄러져 들어와 최첨단 미군과 맞서 싸우는 듯하다. 아랍의 전통복장이나 그들이 동원하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초 하나회 숙청,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등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배짱과 결단력도 있었지만 미리 준비를 꼼꼼히 했다. 1993년 취임하자마자 군 지휘관을 불러 그들의 등을 두드리면서 안심시킨 뒤에 전격적으로 하나회의 핵심인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경질했다. 취임 열하루 만이었다. 취임 첫해 김영삼 대통령은 지지율이 90%에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는 비정상적 권력들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곧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누구에게 ‘대한민국호號’를 맡길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앞서 우리는 권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가 어떤 대통령을 선택해 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