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따져 묻지 않은 채 미래를 지향할 수 있을까. ‘그땐 몰랐다’는 말이면 그게 뭐든 면죄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과거를 따지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말은 가해자들이 즐겨 구사하는 언어다. 자국이든 타국이든 과거를 ‘묻어놓고’ 미래를 보자는 사람들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 여자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독일의 법대 교수이자 소설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대표작 「책 읽어주는 남자(1995년)」는 10대 소년과 30대 여인의 파격적인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1958년 서독 노이슈타트. 비 오는 어느 날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사건들이 터져 나온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란 공포감과 함께 회의감이 밀려든다. 그런데 ‘폭력’은 사이코패스나 살인마만이 저지르는 게 아니다. 주위의 폭력에 무관심하고 방관하는 것 역시 폭력에 가담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가 폭력을 막아주는 ‘방어자’가 될 때 우리 사회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20대 여성이 또래여성을 잔혹하게 살인하고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23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부산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담
지난 2일 개최된 김달진문학제에서 이산하 시인이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산하 시인은 경북 영일 출생으로, 1982년 동인지 ‘시운동’으로 등단했다. 1987년 제주 4·3사건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을 겪었다. 1999년첫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를 출간하였고, 22년만에 출간한 시집 ‘악의 평범성’이 이번 김달진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시집의 제목은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을 가리켜 쓴 표현이다. 시집은 이 제목을 지닌 연작 시
갈등관계에 있는 직장 상사가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업무 도중 청소기를 돌리라고 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경쟁사에 채용공고 났던데’라면서 은근히 퇴사를 종용했다면 어떨까. 항의하거나 따져 묻기는 애매하고 그대로 따르자니 속은 까맣게 탈지 모른다. 최근 이런 방식의 ‘교묘한’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비물리적 괴롭힘이다.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2019년)되면서 폭언, 막말, 폭행, 성희롱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기는 인식이 부쩍 높아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중요한 성과다. 그렇다고 직장 내
또 망쳤는데 어쩌면 좋죠? 삶이 파괴되는 상처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뉴스페이퍼 = 강윤슬 에디터] 망했다, 또 망했어. 아니 대체 이게 뭐람? 뭐가 망했느냐고? 이것저것 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곧잘 하곤 하는 말이다. 잘 그리려고 할수록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것보다 어째 더 망치는 것 같다. 이런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다.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하면 대충할 때보다 더 잘 안 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요리든 뭐든 열심히 만들다 순간의 실수로 앗 하는 사이에 이미 일은 그르쳐버린 후다. 이런 경험 나만 하나요?“어쩌
공동경비구역 내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 한가운데엔 남북분단 경계선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한발자국만 넘어서도 ‘월북’이라는 시비에 휘말리는 엄중한 경계선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사병들이 이 군사경계선을 옆집 가듯 수시로 건너 다닌다. 그리고 결국 비극적 사건이 벌어진다. 북한군 초소에서 서로 형ㆍ동생 하며 초코파이를 나눠 먹던 남북 병사들의 ‘잘못된 만남’은 파국을 맞는다. 전역을 앞둔 이수혁(이병헌 분) 병장은 남성식(김태우 분) 일병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북한 초소를 방문한다. 정들었던
‘씬 레드라인(thin redline)’이란 말의 기원은 1853년 당시 세계 최강이던 오스만 튀르크 제국과 영국ㆍ프랑스 연합군이 혈전을 벌인 크림전쟁(Crimean War)에서 비롯됐다. 수적으로 절대 열세였던 붉은 제복을 입은 영국군이 오스만 대군에 맞섰다. 중과부적한 붉은 제복의 영국군 형세는 멀리서 보면 마치 ‘가느다란 붉은 선(thin redline)’처럼 보였다고 한다.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그 ‘가느다란 붉은 선’은 기적처럼 무너지지 않고 쓰나미같이 밀려드는 오스만 대군을 막아냈다. 그 이후 ‘씬 레드라인’은 그것이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은평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관장:신남희)이 서울자유시민대학 ‘2018 네트워크 시민대학’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시민들에게 일상 속의 철학을 전파하게 된다.‘2018 네트워크 시민대학’ 운영 사업은 서울자유시민대학이 교육 프로그램 공모를 통해, 민간 기관·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울자유시민대학의 네트워크 학습장을 확장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공모 주제는 ‘서울에는 ○○시민이 산다’였으며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서울에는 일상에서 철학하는 시민이 산다’ 주제로 7월부터 11월까지 철학 강좌 및 토론이
"2014년 6월 미군 위안부 122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이 위안부가 된 경로 역시 다양했다. 인신매매로 끌려온 소녀도 있고 가족에 의해 팔려온 사람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온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애국교육’을 하고 미군의 건강을 위해 성병관리를 하고 도망치면 경찰을 통해 잡아오기까지 했던 한국 정부는 그 모든 사실을 부인한다. 우리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와 그들을 동등하게 지지하거나 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순결한 처녀들이 아니라 ‘양갈보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본성의 선악 문제는 치열한 논쟁거리였다. 동양에서는 맹자와 순자가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로 충돌했고 서양에서는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가 대립한 이래 끊임없이 지속됐다.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악의 대립은 현대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히틀러는 현대사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악마’다. 그러나 유태인 700만명을 가스실로 보낸